전문가들이 제품의 분석과 평가에서 가장 빈번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지적 오만'. 전문적 이론과 현상을 통해 분석하고 예측하지만, 시장에서의 반응과 상반된 결과로 나타나는 예를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는 전문 기자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인데, 역시 자신이 아는 바를 너무 확신하는 데서 오는 오류라 할 수 있다.
이런 오류를 범하는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분석과 평가에 순수하게 임하지 않고 이를 자신의 학문과 지식을 뽐내는 기회로 활용하려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국 제품 하나의 평가에 너무 많은 변수를 개입 시키고, 지나치게 많은 이론을 적용하는 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소비자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전문적 이론이나 현상까지 언급하면 더욱 그럴싸해 보인다는 사실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한 결과일지도 모를 일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프로세스도 그리 어렵고 복잡할까? 오히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비교적 쉽고 간단한 몇 가지 이유로 제품을 선택하곤 한다. 전문적 이론과 현상을 대입할 필요조차 없는 매우 간단한 와우포인트(Wow Point) 한 두 가지에 소비자들은 이끌리곤 한다.
'데스그립'이 문제라고?
비평가들의 날 선 비판과 혹평의 중심에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치인 영화가 정작 천만 관객을 훌쩍 넘어서는 예를 우리는 목도한 바 있다. 저렇게 못생겨서 과연 팔리기나 하겠느냐는 비아냥을 받으며 출시된 한 자동차는 해당 기업 회생의 결정적 열쇠를 제공하며 지금까지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IT 업계에서도 이런 일은 벌어졌다. "바보가 우리 기기의 가격을 매겼다"는 조롱을 들었던 아이팟은 MP3 플레이어의 일반명사처럼 취급되는 사회적 트렌드를 만들었고, 심각한 수신율 저하로 온갖 이슈를 만들어낸 아이폰4는 지금도 분기당 천만 대 넘게 팔려나가고 있다.
주변의 아이폰4 사용자가 있다면 한번 질문해보자. 아이폰4를 그토록 괴롭힌 지긋지긋한 '데스그립'이 구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아마 돌아오는 대답은 깜짝 놀랄 만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아이폰4를 구입한 소비자 대부분이 데스그립 현상이 자신의 구매 결정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대답할 테니까.
물론,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데스그립이 치명적인 문제라 생각하는 소비자는 이를 구입하지 않았을 테고, 결국 문제가 아니라 여기는 소비자들만이 이를 구입했다 생각한다면 이런 반응은 의당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로는 매 분기당 1천만 대 이상씩 팔려나가는 폭발적인 수요를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거나, 문제라 해도 그것이 아이폰4가 가진 매력을 덮을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인식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결국 데스그립 현상은 아이폰4의 흥행을 막을 수 없었다. 애플이 제공한 범퍼 때문일 리도 없건만, 이 치명적 문제는 판매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아이폰4의 매력은 데스그립 따위로 반감될 수 없는 것일까?
오히려 아이폰4 사용자들은 데스그립이 아닌, 다른 곳에 아쉬움을 표하곤 한다. 그것은 '화이트' 모델의 부재. 어찌 보면 아이폰4의 발목을 잡은 건 데스그립이 아닌, 화이트모델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까지 그 희망을 놓지 못하고 기다리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을 만큼 애플의 디바이스에 화이트 컬러를 요구하는 소비자는 많다.
애플이 우리에게 주는 디자인의 교훈
온갖 전문가들이 등장해 원인을 분석했고,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미디어가 '데스그립' 문제를 거론하며 아이폰4를 추천하지 못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망설임 없이 이 매력적인 기기를 선택했다. 무엇이 이 치명적인 결함을 누르고 아이폰4를 세기의 명작으로 만들었을까?
애플의 제품은 그들이 시장 점유율을 거의 모두 잃었을 때 조차도 항상 훌륭했다. 맥과 관련된 모든 제반 사항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던 덕분에 소비자에게 언제나 동일한 일관성과 연속성을 제공했다. 스마트폰과 함께 부각되고 있는 UX에 대해 애플은 일찌감치 눈떠 있었다.
또 마지막 순간까지 R&D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제프리 크루이상크는 '애플의 방식'에서 "애플이 성공한 것은 대개 탁월한 혁신의 결과이다. 거기에 일부 훌륭한 마케팅, 그리고 이따금 훌륭한 경영이 더해진 결과"라 분석했다.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애플이지만, 과연 그들의 혁신적인 기기들이 스티브 잡스의 머리에 기대어 만들어졌을까? 애플은 R&D를 통해 미래를 찾아냈다.
이것으로 충분할까? 혁신의 마지막은 이렇게 찾아낸 미래를 소비자가 매력적으로 느끼도록 포장하는 기술이다. 애플의 제품에 소비자가 열광하는 이유를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은 거의 모든 제조사가 따르는 하나의 철칙이다. 그런데, 그 이상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애플은 반대로 디자인이 기능을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니라면 적어도 디자인이 기능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애플의 디자인은 그들의 오랜 혁신과 일관성과 연속성,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사용자 경험을 하나로 담아내는 그릇이다. 단순히 제품 하나의 기능에 맞추어 요리조리 디자인 한 수준을 뛰어 넘어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극도로 단순하고 아름다운 애플의 디자인에서 그들의 혁신을 보기 시작했다.
소비자, 애플의 마법에 빠져들다
돌이켜보자. 아이팟을 손에 넣은 사용자는 이후 아이폰, 아이패드의 사용에도 거침이 없다. 지향하는 바가 각기 다른 제품들에 애플은 교묘하게 명확한 일관성을 심어놓았다. 그리고 이는 단지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제어하는 극도로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실현된다.
애플 코리아 박정훈 부장은 "애플의 강점은 그저 지나치는 단순함에 있지 않다"고 강변한다. 그 단순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내부적으로 수행되었을 치밀하고 복잡한 계산과, 하나의 기능이라도 더 구현해야 주목받는 시장에서 넣기보다 뺌으로써 만들어지는 생략의 미학을 애플의 디자인이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실제 애플의 디바이스에는 고급스러워 보이기 위한 억지보다 다소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좋은 소재를 사용하는 방법이 답이라는 철학이 깃들어있다"고 귀띔한다. 이는 아이팟 출시 당시 스티브 잡스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데, 그는 "몇 백 달러 싼 값에 질적으로 떨어지는 제품을 만들기 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 몇 년간 쓸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애플의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됐다. 단순한 디자인은 더없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그리고 애플의 제품은 언제나 가격 이상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준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말이다.
이를 '파노플리 효과'라고 부른다. 어린아이가 역할놀이를 통해 마치 그와 같은 인물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처럼, 파노플리를 이루는 상품을 소비하면 그것을 소비할 것이라 여겨지는 집단에 속한다는 환상을 주게 된다는 것이 이 효과의 핵심. 마치 스타벅스 커피를 손에 들고 거리를 걸으면 자신이 뉴요커가 된듯한 느낌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애플의 제품 안에 내재된 혁신, 언제나 포기하지 않았던 최고의 품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결함으로 마무리되는 실제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가 하나의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특정 계층에서나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프리미엄을 만들어내고, 이를 사용함으로써 나 역시 그러한 프리미엄을 누린다는 심리적 만족감까지 함께 부여하는 것이다. 애플의 단순한 디자인에 이런 효과가 깃들어있다 해석한다면 너무 앞서나간 것일까?
당신이 기대하는 것, 언제나 그 위에 애플이 있다!
소비자들이 애플의 디자인에 열광하는 이유. 그들의 순백색 컬러에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 뒤에는 이같이 치밀한 계산과 오랜 혁신, 이를 제품에 녹여내는 노하우와 수십 년을 이어온 동질성이라는 큰 흐름이 숨어있다.
여타 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을 만들면, 비슷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하면 '애플의 짝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자신들만의 일관된 사용자 경험과 철학, 언제나 발전하지만 맥락이 흐트러지지 않는 혁신을 제품에 담아내며 그것을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로 엮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이든 바로 애플임을 알아보고, 그에 대해 자연스레 기대감이 일어나게 만드는 애플과는 아직 많은 차이가 있다.
애플의 제품이 다소 고가더라도 사용자들이 기꺼이 이를 구입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적어도 지불하는 가격 이상의 가치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유형의 제품이든 무형의 심리적 만족감이든 사용자는 애플의 제품에 가격 이상의 가치를 매기곤 한다.
"왜 아이폰이야?". "왜 아이패드야?"란 질문에 필자는 최근 이런 답을 자주 받는다. "애플이잖아!". 우습게도 이 단순한 한마디는 "왜 애플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실로 적절한 답이 되곤 한다. 애플을 이기고 싶은 기업이라면 지금부터 이 한마디를 철저히 연구해 볼 일이다. 소비자의 기대, 항상 그 위에 존재하는 애플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표현일 테니까.
이런 오류를 범하는 데에는 몇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분석과 평가에 순수하게 임하지 않고 이를 자신의 학문과 지식을 뽐내는 기회로 활용하려 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국 제품 하나의 평가에 너무 많은 변수를 개입 시키고, 지나치게 많은 이론을 적용하는 데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소비자들이 미처 알지 못하는 전문적 이론이나 현상까지 언급하면 더욱 그럴싸해 보인다는 사실을 끝내 떨쳐버리지 못한 결과일지도 모를 일이다.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프로세스도 그리 어렵고 복잡할까? 오히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비교적 쉽고 간단한 몇 가지 이유로 제품을 선택하곤 한다. 전문적 이론과 현상을 대입할 필요조차 없는 매우 간단한 와우포인트(Wow Point) 한 두 가지에 소비자들은 이끌리곤 한다.
'데스그립'이 문제라고?
비평가들의 날 선 비판과 혹평의 중심에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치인 영화가 정작 천만 관객을 훌쩍 넘어서는 예를 우리는 목도한 바 있다. 저렇게 못생겨서 과연 팔리기나 하겠느냐는 비아냥을 받으며 출시된 한 자동차는 해당 기업 회생의 결정적 열쇠를 제공하며 지금까지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IT 업계에서도 이런 일은 벌어졌다. "바보가 우리 기기의 가격을 매겼다"는 조롱을 들었던 아이팟은 MP3 플레이어의 일반명사처럼 취급되는 사회적 트렌드를 만들었고, 심각한 수신율 저하로 온갖 이슈를 만들어낸 아이폰4는 지금도 분기당 천만 대 넘게 팔려나가고 있다.
▲ 애플의 인기에 마력이 있는것일까? ⓒ 케이벤치
주변의 아이폰4 사용자가 있다면 한번 질문해보자. 아이폰4를 그토록 괴롭힌 지긋지긋한 '데스그립'이 구매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를. 아마 돌아오는 대답은 깜짝 놀랄 만한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아이폰4를 구입한 소비자 대부분이 데스그립 현상이 자신의 구매 결정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대답할 테니까.
물론,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데스그립이 치명적인 문제라 생각하는 소비자는 이를 구입하지 않았을 테고, 결국 문제가 아니라 여기는 소비자들만이 이를 구입했다 생각한다면 이런 반응은 의당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논리로는 매 분기당 1천만 대 이상씩 팔려나가는 폭발적인 수요를 설명할 길이 없다. 결국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았거나, 문제라 해도 그것이 아이폰4가 가진 매력을 덮을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인식한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결국 데스그립 현상은 아이폰4의 흥행을 막을 수 없었다. 애플이 제공한 범퍼 때문일 리도 없건만, 이 치명적 문제는 판매에 하등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아이폰4의 매력은 데스그립 따위로 반감될 수 없는 것일까?
오히려 아이폰4 사용자들은 데스그립이 아닌, 다른 곳에 아쉬움을 표하곤 한다. 그것은 '화이트' 모델의 부재. 어찌 보면 아이폰4의 발목을 잡은 건 데스그립이 아닌, 화이트모델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까지 그 희망을 놓지 못하고 기다리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을 만큼 애플의 디바이스에 화이트 컬러를 요구하는 소비자는 많다.
애플이 우리에게 주는 디자인의 교훈
온갖 전문가들이 등장해 원인을 분석했고, 소비자들의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미디어가 '데스그립' 문제를 거론하며 아이폰4를 추천하지 못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망설임 없이 이 매력적인 기기를 선택했다. 무엇이 이 치명적인 결함을 누르고 아이폰4를 세기의 명작으로 만들었을까?
애플의 제품은 그들이 시장 점유율을 거의 모두 잃었을 때 조차도 항상 훌륭했다. 맥과 관련된 모든 제반 사항을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던 덕분에 소비자에게 언제나 동일한 일관성과 연속성을 제공했다. 스마트폰과 함께 부각되고 있는 UX에 대해 애플은 일찌감치 눈떠 있었다.
또 마지막 순간까지 R&D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하지 않았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제프리 크루이상크는 '애플의 방식'에서 "애플이 성공한 것은 대개 탁월한 혁신의 결과이다. 거기에 일부 훌륭한 마케팅, 그리고 이따금 훌륭한 경영이 더해진 결과"라 분석했다.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이 돋보이는 애플이지만, 과연 그들의 혁신적인 기기들이 스티브 잡스의 머리에 기대어 만들어졌을까? 애플은 R&D를 통해 미래를 찾아냈다.
▲ 애플의 로고,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 케이벤치
이것으로 충분할까? 혁신의 마지막은 이렇게 찾아낸 미래를 소비자가 매력적으로 느끼도록 포장하는 기술이다. 애플의 제품에 소비자가 열광하는 이유를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기능에 충실한 디자인은 거의 모든 제조사가 따르는 하나의 철칙이다. 그런데, 그 이상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 애플은 반대로 디자인이 기능을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아니라면 적어도 디자인이 기능 못지않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애플의 디자인은 그들의 오랜 혁신과 일관성과 연속성,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사용자 경험을 하나로 담아내는 그릇이다. 단순히 제품 하나의 기능에 맞추어 요리조리 디자인 한 수준을 뛰어 넘어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극도로 단순하고 아름다운 애플의 디자인에서 그들의 혁신을 보기 시작했다.
소비자, 애플의 마법에 빠져들다
돌이켜보자. 아이팟을 손에 넣은 사용자는 이후 아이폰, 아이패드의 사용에도 거침이 없다. 지향하는 바가 각기 다른 제품들에 애플은 교묘하게 명확한 일관성을 심어놓았다. 그리고 이는 단지 버튼 하나로 모든 것을 제어하는 극도로 단순한 인터페이스로 실현된다.
애플 코리아 박정훈 부장은 "애플의 강점은 그저 지나치는 단순함에 있지 않다"고 강변한다. 그 단순함을 만들어내기 위해 내부적으로 수행되었을 치밀하고 복잡한 계산과, 하나의 기능이라도 더 구현해야 주목받는 시장에서 넣기보다 뺌으로써 만들어지는 생략의 미학을 애플의 디자인이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그는 또 "실제 애플의 디바이스에는 고급스러워 보이기 위한 억지보다 다소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좋은 소재를 사용하는 방법이 답이라는 철학이 깃들어있다"고 귀띔한다. 이는 아이팟 출시 당시 스티브 잡스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데, 그는 "몇 백 달러 싼 값에 질적으로 떨어지는 제품을 만들기 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사람들이 원하는 제품, 몇 년간 쓸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애플의 디자인은 파노플리효과를 느끼게 해준다. ⓒ 케이벤치
이런 애플의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하나의 이미지로 각인됐다. 단순한 디자인은 더없이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그리고 애플의 제품은 언제나 가격 이상을 소비자에게 되돌려준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로 말이다.
이를 '파노플리 효과'라고 부른다. 어린아이가 역할놀이를 통해 마치 그와 같은 인물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것처럼, 파노플리를 이루는 상품을 소비하면 그것을 소비할 것이라 여겨지는 집단에 속한다는 환상을 주게 된다는 것이 이 효과의 핵심. 마치 스타벅스 커피를 손에 들고 거리를 걸으면 자신이 뉴요커가 된듯한 느낌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애플의 제품 안에 내재된 혁신, 언제나 포기하지 않았던 최고의 품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결함으로 마무리되는 실제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소재가 하나의 상승효과를 일으킨다. 특정 계층에서나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프리미엄을 만들어내고, 이를 사용함으로써 나 역시 그러한 프리미엄을 누린다는 심리적 만족감까지 함께 부여하는 것이다. 애플의 단순한 디자인에 이런 효과가 깃들어있다 해석한다면 너무 앞서나간 것일까?
당신이 기대하는 것, 언제나 그 위에 애플이 있다!
소비자들이 애플의 디자인에 열광하는 이유. 그들의 순백색 컬러에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이유 뒤에는 이같이 치밀한 계산과 오랜 혁신, 이를 제품에 녹여내는 노하우와 수십 년을 이어온 동질성이라는 큰 흐름이 숨어있다.
여타 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을 만들면, 비슷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하면 '애플의 짝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자신들만의 일관된 사용자 경험과 철학, 언제나 발전하지만 맥락이 흐트러지지 않는 혁신을 제품에 담아내며 그것을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로 엮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떤 제품이든 바로 애플임을 알아보고, 그에 대해 자연스레 기대감이 일어나게 만드는 애플과는 아직 많은 차이가 있다.
애플의 제품이 다소 고가더라도 사용자들이 기꺼이 이를 구입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적어도 지불하는 가격 이상의 가치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유형의 제품이든 무형의 심리적 만족감이든 사용자는 애플의 제품에 가격 이상의 가치를 매기곤 한다.
"왜 아이폰이야?". "왜 아이패드야?"란 질문에 필자는 최근 이런 답을 자주 받는다. "애플이잖아!". 우습게도 이 단순한 한마디는 "왜 애플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실로 적절한 답이 되곤 한다. 애플을 이기고 싶은 기업이라면 지금부터 이 한마디를 철저히 연구해 볼 일이다. 소비자의 기대, 항상 그 위에 존재하는 애플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표현일 테니까.
덧붙이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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