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FTA 비준안 처리에 도움된다면 사퇴할 수도"
13일 언론사 경제부장단 간담회서 "마르고 닿도록 할 것도 아니고..."
▲ 12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3일 "국회에서 (한-EU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도움이 된다면 (본부장직에서) 사퇴할 수 있다"며 조건부 사퇴의사를 밝혔다.
김 본부장은 그동안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의 번역 오류로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등으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김종훈 "마르고 닳도록 할 생각 없어"
김 본부장은 13일 언론사 경제부장단과의 오찬 간담회 자리에서도 거취문제가 거론되자, "(본부장을) 그만두고 안 두고는 큰일이 아니다"면서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고, 책임을 회피하거나 모면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직자로서 윗분들의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고 내가 마르고 닳도록 할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와 "김 본부장 등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며 대통령과 상의하겠다"고 말했었다.
또 민주당 등에서 김 본부장의 거취와 비준동의안 처리를 연계시킬 움직임을 보이자, 김 본부장은 "국회에서 (한-EU FTA) 비준안 처리에 도움이 된다면 사퇴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이 조건부 사퇴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번역 오류 과정의 억울함 등을 호소하면서 자진해서 사퇴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지난 2달 동안 최선을 다했고, 고칠 만큼 고쳤다"면서 "번역 오류가 잘못된 점은 분명하지만, 이번을 겪으면서 '과연 완벽한 번역이 가능하겠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본부장은 유럽연합의 예를 들어가면서, "EU에는 법률적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통번역에 능숙한 직업이 따로 있었다"면서 "그런 사람이 EU에만 87명이 등록돼 근무하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없는 직종"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4월 통과 못시키면 EU와 관계 불편해질 것" 압박도
'4월 국회서 한-EU FTA 비준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해, 김 본부장은 "꼭 처리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되지 않으면, EU와 발효 날짜를 다시 잡아야 하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되면 앞으로 EU와의 관계도 불편해질 것이고, 기업들이 EU 시장에서 얻게 될 이익들이 줄어들면서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며 국회의 4월 처리를 강조했다.
'EU와의 FTA 7월 발효를 집착하는 이유가 한미FTA와 연계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김 본부장은 "EU와 FTA 발효와 미국과 관계는 없다"면서 "일부에서 한미FTA를 위해 EU와 FTA 발효를 추진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EU-미국과의 FTA 발효를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전 세계 GDP가운데 미국과 EU 시장을 합하면 53%에 달한다"면서 "우리가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라도 이들 두 개 거대 시장과의 FTA는 실현돼야 하며,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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