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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간 굶고 18일 만에 또 굶습니다

[서강대 등록금 투쟁] 22년만에 열린 학생총회 전후

등록|2011.04.15 15:11 수정|2011.04.15 19:24
지난 11일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서강대학교에서 다시 단식을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문과대 학생회장과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을 비롯한 4명의 학생이 9일간의 단식을 마친 지 18일만의 일이다.

9일간 단식, 그리고 다시 18일 만에 무기한 단식

▲ 11일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총학생회 학생들. ⓒ 윤호산

이 학생들이 다시 단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3월 24일 9일간의 단식을 통해 총장과의 면담을 성사시킨 4명의 '등록금 동결자'는 그 자리에서 '민주적인 등록금 심의회 구성'과 '복지 장학금 확충'을 골자로 하는 학교와의 협의안을 만들어 냈다.

기존 등록금 심의회 구성은 교직원 대표인 기획실장, 학생문화처장, 기획예산팀장, 법인상임이사 4명과 학생 대표인 학부 총학생회장, 대학원 총학생회장, 전문대·특수대학원 대표 1인 포함 3명, 관련 전문가 1인이었다.

이에 학교 측은 '학생 대표의 인원이 적을 뿐더러 관련 전문가 1인 선정에 대해서도 학생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학생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교직원 대표는 기존과 동일하게 하되 기존 학생 대표 구성에 총학생회장 추천을 받은 1인의 학생을 등심위 구성에 포함해, 학생 대표와 교직원 대표가 동수로 이뤄진 '민주적 등심위'를 만들 것을 약속했다. 또 문제가 됐던 관련 전문가 선정에도 학생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합의했다.

그러나 2.9% 등록금 인상에 대한 '철회'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신 가난한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복지장학금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협의가 됐다. 이에 따라 1억 5000만원이 복지 장학금으로 쓰일 예정이고, 복지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형편에 있는 학생에 대한 조사는 기존 '등록금 동결자'에서 활동했던 4명이 중심이 되어 맡기로 했다.

사실 1차 단식으로 학내에 등록금 투쟁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금은 안착된 상태다. '투쟁' 혹은 '단식', '농성', '삭발'이라는 단어 자체에서부터 거부감을 느끼던 종전과는 달리, 학내 커뮤니티에서도 응원글이 올라올 정도로 꽤 많은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1끼를 굶는 대신 2500원(교내식당 식사비용)을 적립하여 한 학기 등록금 액수인 370만원을 모아 학교 측에 후원기금으로 전달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등록금 다이어트 릴레이'에도 76만원이나 모였을 정도다(약 300여 명이 동참한 수치). 또 20일 이후에는 '등록금 동결자 기획단'이 모집돼 뜻이 맞는 학우 10여 명이 모여 강의실 방문에 동참해주고 단식에도 함께 했다. 24일 있었던 총장과의 면담과 그로부터 나온 협의안은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가능했다고 본다.

22년 만에 열린 총회, 부결된 등록금 협의안

▲ 3월 30일 22년 만에 열린 학생총회 모습. ⓒ 윤호산


그러나 위와 같은 성과를 얻은 반면, 그 후 30일 22년 만에 성사된 전체학생총회(이하 총회)에서 이 '등록금 협의안'은 부결되었다. 조금 부끄러운 결과다. 단식을 통해 대학 등록금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와 사회적 운동의 흐름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갈등이 있었다. 지난달 30일 진행된 총회는 학교와의 '협상안'과 '2.9% 등록금 인상분 철회'라는 두 가지 안건이 대립하는 자리였다. 22년 만에 성사된 총회는 '민주적 등록금 심의회 재구성'과 '복지장학금 확충'에 만족하는 여론과 '2.9% 인상분 철회'를 지지하는 여론이 부딪혔다. 협의안을 두고 한 편에서는 '별 것 아닌 성과'로 치부하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가난한 학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약속이라고 이야기 했다. 결국 협의안은 총회에서 부결되었다.

동시에 총학생회가 등록금 동결을 위해 내건 카드인 '수업 거부' 또한 부결됐다. 이로 인해 서강대학교 내 등록금 투쟁은 잠시 혼란에 빠졌다. 그동안의 단식으로 만들어 낸 협의안에 이어 동결을 위한 '방법' 또한 부결됐으니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한 채 총회가 끝난 것이다. 성과라면 다만, 2.9% 등록금 인상 철회를 지지하는 학생들의 여론은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이날 총회에서 부결된 등록금 투쟁의 '방법' 논의는 4월 7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로 옮겨 갔다. 이 자리에서 "'3가지 협의안'과 관련한 협상은 단식4인에게 위임하며,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은 학생 9대 요구안 실현을 위한 무기한 단식을 포함한 행동전에 돌입한다. 이 행동 전에 모든 단위에서 최소한 한 명이 하루씩 릴레이 단식에 참여하며 투쟁에 책임 있게 나선다"는 결론이 났다.

한편 당시 총학생회는 4명의 '등록금 동결자'를 지지하며 총회를 준비했다. 총학생회는 등록금 문제에 관한 학내 여론 형성과 사회적 이슈로의 승화를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현재 이들은 단식을 통해 고려대학교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등록금 투쟁과 함께 사회적 여론 형성을 위해 나가고 있다.

결국 학생 전체가 수업에 불참하는 방법 대신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이 단식에 나서고, 학교와의 협상 마무리는 단식을 했던 4인이 위임 받기로 결정된 것이다. 계속되는 등록금 투쟁에서 공대 학생회를 비롯한 몇 단과대는 수업거부라는 방법에 회의적이었고, 경영대와 경상대는 투쟁의 방법대신 학교와의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등록금이 너무 비싸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각자가 원하는 등록금 문제의 해결 방법은 다른 상황인 것.

소통의 노력은 계속 된다, 등록금 동결 그날까지

▲ 3월 30일 22년 만에 열린 학생총회 모습 ⓒ 윤호산


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시작된 총학생회장과 부총학생회장의 2차 단식은 아직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 심의회가 재구성되고, 협의안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면서 등록금 문제가 어느 정도 선에서는 해결 됐다고 느끼는 학우들도 늘어나고 있고, 등록금 문제의 해결 방법에서 학생사회 내부에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년 개나리가 필 때가 되면 연례행사처럼 했다고 하여 '개나리 투쟁'이라 불리는 등록금 투쟁이 올해는 장기적으로, 그리고 더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대학 등록금의 문제가 이제는 더 이상 방치될 수 없을 만큼 곪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이제 곧 있으면 봄에 핀 개나리도 지고, 등록금 투쟁도 해마다 그랬듯 소강국면으로 접어들지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추운 겨울 속에서 봄을 기다리며 꽃을 기억하듯, 올해의 등록금 투쟁도 모두에게 조금 더 노랗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쉽게 지지 않았던 2011년의 개나리로 말이다.

아직 밥을 굶고 있을 두 송이의 개나리가 쉽게 지지 않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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