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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교육청, 일선학교에 안전훈련 참여 지침 논란

5월 2일~4일 재난대응 훈련... 울산전교조 "전시행정 중단하라"

등록|2011.04.15 15:17 수정|2011.04.15 15:17

▲ 울산시교육청이 일선학교에 본내 공문. 안전훈련을 위해 학사일정을 조정하라는 지침이다 ⓒ 박석철


수명이 다한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과 고장으로 환경단체 등이 폐지를 촉구하는 가운데 울산시교육청이 이와 관련한 안전한국훈련을 위해 일선 학교가 이미 준비 중인 어린날 행사 등 일정을 수정할 것을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최근 일본 대지진에 영향을 받아 5월 2일~4일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을 진행하기'로 했고, 울산교육청이 이에 동조해 이미 일선학교가 계획하고 있는 어린이날 행사 등 학사일정을 조정해 훈련에 참여토록 지침을 내린 것.

울산시교육청은 지난 14일 울산지역 각 학교에 보낸 '안전한국훈련 기간 중 재난안전훈련 분야 외 행사 지양'이라는 공문에서 "안전한국훈련은 최근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그 필요성 및 중요성이 증대되고 있다"며 "안전한국훈련 기간에는 재난·안전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하고 학교자체 행사는 4월 29일 이전이나 훈련이 끝나는 5월 6일 이후에 실시할 수 있도록 학사일정을 조정하라"고 지시했다.

울산교육청은 또 공문에서 "훈련기간 중 기관 및 학교 자체행사를 지양하도록 안내한 바 있으나 일부 학교에서 5월 5일 어린이날이 공휴일 인 것을 감안해 5월 4일 행사를 계획하고 있어 이에 대한 조치가 요구된다"며 이번 지시 이유를 밝혔다.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청에서 학교로 내려가는 공문은 비록 협조요청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어떤 표현을 쓰더라도 접수한 학교는 강제사항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전교조 울산지부(지부장 조용식)는 15일 성명을 내고 "수명 다한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 계획 속에 진행되는 재난안전훈련을 위해 자율적인 학사일정을 침해하려 한다"며 "전시행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울산전교조는 "이번 훈련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근본원인에는 눈감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이는 입으로는 학교자율을, 실제로는 학교 통제를 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전교조 울산지부가 일선 학교의 일정을 파악한 결과 각 학교는 학교 실정에 맞게 이미 학사일정을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으며, 특히 훈련 기간을 포함한 5월에는 각 학교마다 어린이날 기념 운동회나 각종 교내 시험, 소풍 등 다양한 행사와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교사와 학생이 땀흘려 연습하고 준비한 행사를 일방적으로 중지 또는 연기시키고자 하는 조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더군다나 중고교의 경우는 입시대비와 학력경쟁으로 인해 안전훈련이 무시되거나 시늉만 내는 형태로 진행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훈련은 오히려 안전불감증을 국가가 주도하여 키울 수 있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며 "3일 간에 걸쳐 군사 훈련하듯 정상적인 학교 학사 일정을 파행으로 이끌 수 있는 조치는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좀 더 장기적으로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세워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겠는가"고 반문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얼마전 고장을 일으킨 울산 인근의 고리 1호기는 이미 2008년 설계 수명 30년이 끝났지만, 10년간의 재가동에 들어간 상태"라며 "안전훈련이라는 미명하에 오히려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호들갑보다는 근본적으로 수명이 다한 원전의 재가동을 중지하고 원전르네상스라는 국적불명의 용어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원전확대정책을 포기하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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