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모르면서 출마? 그럼 소는 누가 키워 난 철새 아니라 16년 동안 고장 지킨 텃새"
[4·27 재보선 인터뷰]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
▲ 4.27 재보선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가 20일 정자동 버스정류장에서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남소연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재섭(63) 한나라당 후보는 자신이 손학규 민주당 후보보다 분당을 훨씬 더 잘 안다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다.
선거일을 7일 앞둔 20일 강 후보는 "나는 정자동 일대가 허허벌판이던 시절부터 살기 시작한 원주민"이라며 "누구(손학규 후보)는 철새라는데, 나는 텃새"라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분당이 좋다'하고 살던 차에 (정계에 복귀할) 기회가 왔다"며 "1년 잘하면, 4년 더 하겠죠"라고 말했다. 이 발언에 대해 기자가 '19대 총선도 분당을에서 출마하겠다는 뜻이냐'고 묻자 강 후보는 "분당을 모르는 사람이 와서 1년 만에 하는 게 잘 되겠느냐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강 후보는 계속해서 손 후보와 자신의 차별성을 부각하는 데 주력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손 후보는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를, 자신은 한나라당 대표를 맡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나는 총선에서 153석으로 승리해 명예롭게 물러난 사람이고, 손학규씨는 본인 선거에서 탈락해 은퇴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자신의 영어도서관 건립 공약을 언급하면서는 "손학규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영어마을을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기에 영어 배우러 가는 사람이 없다. 보면 다 관광객"이라며 "운영이 적자여서 민간위탁을 해버린 상황이다. 포퓰리즘적으로 정책을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강 후보와 손 후보의 공약 중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 신분당선 연장구간 미금 정차역 설치 문제 등 주요 공약이 겹친다. 그러나 강 후보는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선 한나라당의 당론을 고수하면서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무상급식이라는 구호가 결국엔 서민에게 피해로 돌아간다"고 비판했다.
▲ 4.27 재보선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가 20일 금곡동 어린이집을 찾아 아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그는 "무상급식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최종 목표는 무상급식"이라면서도 "무상급식 예산이 모자라면 억지로 딴 데서 떼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를 지원하는 예산 같은 걸 깎지 않겠느냐"면서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원어민 교육을 받기 위해 결국 한 달에 20만~30만 원 돈을 들여서 학원으로 가게 되고, 학부모의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강 후보는 이날 금곡동 청솔마을의 한 어린이집과 분당지역 유치원장 월례회의를 방문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오마이뉴스>는 강 후보 측에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선거운동 일정상 시간을 내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않았다. 대신 강 후보가 20일 공식 일정을 소화하는 도중 <오마이뉴스> 기자와 한 질문·답변 및 유권자와 대화한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정리했다. 형식은 고쳤지만 강 후보가 한 발언은 그대로 옮겼다.
"새벽 3시 반에 일어나 새벽기도, 긴장돼 졸리지 않는다"
- 선거 운동이 힘들지 않은가.
"다니다 보면 정신이 멍하다. 요즘 새벽 3시 반에 일어나고 있다. 5시 새벽기도를 가려면 4시 반에 집에서 나와야 하는데 그러려면 3시 반에 일어나야 한다. 보통 때 같으면 지금 시간(오후 4시)이면 엄청 졸릴 텐데, 지금은 긴장을 해서 하나도 안 졸리다."
- '15년 분당 사람'이라고 내세우고 있는데, 20년 넘게 대구를 기반으로 하지 않았나.
"대구에서 20년 동안 5선(전국구 포함)을 했다. 대구에서 국회로 출퇴근이 안 되니 거주지는 서울 쪽으로 해야 했는데, 서울 살기가 갑갑해서 1996년 분당 구미동으로 이사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정치 활동은 서울에서 했지만, 음식점 가서 밥 먹고 영화 보고 사생활은 분당에서 했다. 나는 정자동 일대가 허허벌판이던 시절부터 살기 시작한 원주민이다. 누구는 철새라는데, 나는 텃새다.
나는 분당을 잘 안다. 탄천 산책한 건 수백 번이고 불곡산도 많이 올랐다. 신분당선 미금 정차역 설치 문제도 내가 잘 안다. (임기) 1년짜리 국회의원을 뽑는데, 국회의원이 된 뒤에 (정차역 설치 문제를) 어떻게 할지 연구하고 있으면, 소는 누가 키우나.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 아닌가.
'분당이 좋다'하고 살던 차에 (정계에 복귀할) 기회가 왔다. 1년 잘하면 4년 더 하겠죠. 나이가 젊으니. 나는 분당을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내 아들이 장가가는데, 집을 서울로 구하려는 걸 내가 '시작을 분당에서 해라' 해서 분당에 집을 구했다."
- '1년짜리 국회의원' 하고 나서 19대 총선도 분당을에서 출마하겠다는 것인가.
"왜 이리 사람 말을 못 알아듣나. 분당을 모르는 사람이 와서 1년 만에 하는 게 잘 되겠느냐는 말이다."
"무상급식 때문에 원어민교사 예산 깎으면 결국 서민 피해"
▲ 4.27 재보선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가 20일 <오마이뉴스>와 동행인터뷰를 하고 있다. ⓒ 남소연
- 경기도도 무상급식을 한다고 했는데 당선되면 분당을 지역 무상급식 실시를 지원할 건가.
"나는 무상급식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최종 목표는 무상급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재정이 더욱 부강해지면 거기에 맞춰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 경기도도 무상급식을 하는 것으로 선언했고, 현재 학생 63% 정도가 무상급식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무상급식 재정은 교육청과 시·군에서 나오는 것이다. 무상급식 예산이 모자라면 억지로 딴 데서 떼 와야 한다. 그러면 어디서 깎느냐, 예를 들어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원어민 교사를 두는 데에 지원하는 예산 같은 걸 깎지 않겠나. 무상급식을 하면 공짜 밥을 먹는 것 같지만, 학교에서 받을 수 있는 원어민 교육을 받기 위해 결국 한 달에 20만~30만 원 돈을 들여서 학원으로 가게 되고, 학부모의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무상급식이라는 구호가 결국엔 서민에게는 피해로 돌아가게 된다.
무상급식은 어려운 분과 안 어려운 분들을 구분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이건희 회장 손자까지도 무상급식을 받는 게 맞는 일인가. 어려운 분들부터 먼저 해 나가고, 나중에는 이건희 회장 손자도 무상급식을 받도록 해나가야 한다."
- 손학규 후보와의 대결은 여야 당 대표 간 대결이기도 하다.
"나는 분당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욕심이 있다. 분당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을 조용히 뽑으면 되는데 야당 현직 대표가 출마해서 판이 커졌다. 누가 대표 안 해 본 사람 있나. 야당 현역 대표는 (출마 자체로) 위력이 있다. 3년 전 손 대표도 나도 당 대표였는데 나는 총선에서 153석으로 승리해 명예롭게 물러난 사람이고, 손학규씨는 본인 선거에서 탈락해 은퇴한 사람이다. 나는 정계에 복귀하기 위해 이 선거에 나섰지만 손학규씨는 정권심판을 내세워서 마치 대선처럼 하고 있고, 실제 대선판처럼 돼 버렸다."
- 강재섭 후보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고 있는 말이 '분당은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라는 말이다. 어째서 그런가.
"한나라당이 분당에서 진다면, 한나라당의 제일 홈그라운드에서 진다는 것인데, 그러면 완전히…. 이제 분당 주민들이 대한민국이 갈 길을 정하는 선거가 됐다. 김대중·노무현 시절의 좌파 정권 시절로 돌아가느냐, 경제성장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것이냐를 선택하는 선거가 됐다."
"공천 반납 안 했으면 국회의장도 했을 것, 당 위해 희생한 것"
▲ 4.27 재보선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가 20일 정자동 버스정류장에서 출근하는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 영어도서관 공약이 있던데 어떤 건가.
"부산에 가면 영어도서관이 잘되고 있다. 도서관에서 외국 사람들도 만나고 외국어로 된 책도 빌려주고 하는 곳이다. 손학규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도 영어마을을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거기에 영어 배우러 가는 사람이 없다. 보면 다 관광객이다. 운영이 적자여서 민간위탁을 해버린 상황이다. 포퓰리즘적으로 정책을 했기 때문이다. 여당을 해보던 사람들은 포퓰리즘 정책을 잘 못한다. 지금의 야당도 여당을 10년 해보긴 했지만 과거의 야당 습관이 많이 남아 포퓰리즘 정책을 많이 한다."
- 18대 총선 공천을 반납한 게 아쉽지는 않았는지.
"나는 지난 총선에서 공천을 반납했다. 그대로 선거에 임했으면 6선도 하고 국회의장, 다 했을 것이다. 나보다 서열이 낮았던 분들도 국회의장 다 했다. 나는 당을 위해 희생한 측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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