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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이젠 마음 적극 열어"...이봉수 "느낌 좋다"

[김해을] 김태호, '나홀로 선거운동' 계속 ... 이봉수, 야4당 합동유세 열어

등록|2011.04.24 10:02 수정|2011.04.24 10:02
"이젠 마음을 적극 열어 주는 것 같다. 고맙다. 열심히 하겠다."
"느낌 좋다. 야권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사흘 남겨두고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밝힌 소감이다. 선거운동 마지막 주말을 맞아 두 후보는 총력전을 벌였다.

선거 초반에는 야권단일 이봉수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다소 앞섰다. 그런데 중반을 넘기면서 격차가 줄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23일 두 후보 모두 자신감 속에 유권자들과 접촉을 넓혔다.

▲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23일 오후 김해 장유 무계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 윤성효


▲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는 23일 오후 김해 장유 무계시장 앞에서 야4당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유세를 벌였다. ⓒ 윤성효


김태호 후보 '나홀로 선거운동' 계속 ... "태호씨 화이팅"

김태호 후보는 '나홀로 선거운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도 혼자였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그는 마이크를 잡지 않고 있다. 방송차량을 통한 선거운동 대신에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김 후보는 아침 일찍 거리에서 출근인사를 했으며, 오전에는 시민걷기대회에 참석했다. 그는 오후에는 김해농산물유통센터와 율하지구 아파트단지를 돌았고, 재래시장인 무계장 등을 둘렀다.

시장골목에 들어선 김 후보가 시장 보러 나온 사람들의 손을 잡으며 "태호입니다"며 인사를 건네자 옆에서는 "태호씨 화이팅"이라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태호 잘 부탁드립니다"고 인사하자 시민들은 악수를 하거나 고개를 숙이면서 반응을 보였다.

시민들은 "반갑습니다"거나 "우리 지사 왔네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흰머리카락이 많은 어르신은 김 지사의 손을 잡고 한 동안 놓지 않으면서 "많이 도와드리지 못해 미안하네"라고 말했다.

막걸리를 파는 식당에 손님 10여 명이 앉아 있었다. 김 후보가 "태호 왔습니다"며 들어서자 몇몇이 일어섰다. 한 중년 남성은 한참동안 손을 잡고 "이 양반은 왜 한번 안 오나 싶었다"며 "좋다 좋아"라고 말했다. 옆 탁자에 앉아 있던 손님들은 막걸리 한 잔에다 안주를 건넸다.

▲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23일 오후 김해 장유 무계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은 한 식당에 들러 인사하는 도중에 손님들이 먹걸리와 안주를 권하자 받아 먹으면서 웃고 있는 모습. ⓒ 윤성효


김 후보는 "술 냄새 나면 안되는데"라며 받아 마신 뒤, 빈 잔을 그 손님한테 건네며 술을 부어 주었다. 김 후보는 식당을 나서면서 "기분 좋다"를 외쳤다.

아이와 함께 시장에 나온 한 중년 남성은 김태호 후보를 만나자 갖고 있던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와 기념 사진 찍어요"라고 말했다. 김 후보가 아이를 번쩍 안아 보듬고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그 아이는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1번' 표시를 했다. 이어 김 후보는 "고맙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고 인사했다.

이날 김태호 후보는 기자를 만나 "시민들이 마음을 열어 주기 시작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경상남도지사를 두 번 했지만, 지난해 8월 국무총리 후보 사퇴 뒤 여론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반성하는 의미에서 '나홀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

"경남지사는 두 번 했지만 총리 후보 청문회 때 실망을 시켜드렸다. 반성하는 의미로 조용한 선거를 하고 있다. 그런 진심이 전달되고 있다고 본다. 이제 유권자들은 마음을 적극 열어주고 있는 것 같다."

김태호 후보는 "시민들은 지역 발전의 적임자가 누구인지 깊이 있는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이제는 시민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보여주는 것 같다"면서 "총리 후보 청문회 때 실망했다고 하는 시민들이 전화를 해서 용기를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나라당 중앙당에 유세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다. 의원들이 개별적인 인연으로 돕는 차원이다. 계속해서 나홀로 선거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장유면사무소 앞에는 한나라당 선거운동원 10여 명이 노래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지지를 호소했다.

▲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23일 오후 김해 장유 무계시장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사진은 한 시민이 자신의 아들을 안고 사진을 찍을 것을 요구해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 ⓒ 윤성효


▲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나홀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속에 거리에서 선거운동원들이 율동을 하고 있다. ⓒ 윤성효


이봉수 후보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말 많이 들어"

이봉수 후보는 야당 지원 속에 대규모 유세를 벌이고 있다. 이 후보는 이날 창원터널 앞 출근인사를 시작으로, 장유도서관과 진영, 주촌체육공원, 김수로왕릉 앞, 내외동 상가 등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김해 장유, 내외동, 진영 일대에는 수백명이 "27일 투표에 참여합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서울과 부산 등 전국에서 온 국민참여당 당원과 '노사모'(노무현을사랑하는사람들의모임)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새겨진 노란색 옷을 입고 있었다.

장유농협 앞에서는 야4당 합동유세가 벌어졌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정세균․김영춘 최고위원, 선진규 노인위원장, 유승희 여성위원장, 최인호(부산)․백두현(경남) 위원장이 참석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김근태 전 예비후보,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허윤영 경남도당 위원장,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김형주 전 의원 등도 나왔다.

▲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는 23일 오후 김해 장유 무계시장 앞에서 야4당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유세를 벌였다. 사진 왼쪽부터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와 김근태 전 예비후보,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와 허윤영 경남도당 위원장, 이봉수 후보,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 윤성효


▲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23일 오후 김해 장유 무계시장 앞에서 야4당 합동유세에 앞서 민주노동당 김근태 전 예비후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윤성효


박지원 원내대표는 "조금 전 어떤 아저씨는 우리가 이봉수 안 찍으면 다 죽어야 된다고 하더라"면서 "김해에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누워 계신다. 저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인데,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를 지낸 이봉수 후보 지원 유세를 하러 왔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께서 바라보시면서 '아, 이제 됐다'고 하실 것 같다. 두 분께서 이봉수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는데 들리느냐"고 말했다.

그는 "김해시민, 호남향우, 김대중 대통령 지지자 여러분, 야권단일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행동하는 양심이다"면서 "김태호 후보는 총리 후보에서 낙마를 했다면 1년 정도 반성하고 고향에서 나와야지 하지 않나. 이번에 그를 낙마시켜 내년 선거에 고향에서 나오도록 하자"고 덧붙였다. 그는 한나라당 엄기영 강원도지사 후보 측의 불법 선거운동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정희 대표는 "선거 막바지다. 최근 연이어 한나라당의 불법선거와 이 정부의 선거개입이 드러나고 있다. 김해에서는 '의문의 수첩'이 나왔다. 특임장관실 수첩이 왜 하필 김해에서 나온 것이냐"며 "이 정부는 야권연대가 두려운 것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진다는 게 두려워 온갖 관권, 불법선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승수 대표는 "진보신당은 이번 선거에 후보가 없다. 속이 쓰린다. 그러나 이 자리에 선 것은 이봉수 후보를 통해 실현하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야당 의석 한 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농민, 서민, 영세상인한테 피눈물을 흐르게 하는 이 정권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야권연대를 했다"고 말했다.

▲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는 23일 오후 김해 장유 무계시장 앞에서 야4당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합동 유세를 벌였다. 사진은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인사하는 이봉수 후보. ⓒ 윤성효


정세균 최고위원은 "이봉수 후보를 통해 노무현 정신이 실천되도록 해야 한다. 이봉수 후보를 국회로 보내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이봉수 후보는 기자를 만나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운동이 진행될수록 확실하게 느낀다.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다. 이제는 사람들을 만나면 '반드시 이겨야 한다'거나 '이길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면서 "야권 공조가 잘 되고 있다. 야당 지도부가 와서 지원유세를 하고, 당원들도 적극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호·이봉수 후보 선거사무소는 롯데마트 장유점 앞에 작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있는 빌딩 안에 있다. 27일 밤 어느 빌딩에서 함성 소리가 터질지, 그 운명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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