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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랍니다"

경기 군포시, 산본역사에 '시민자율문고' 설치

등록|2011.04.25 09:26 수정|2011.04.25 09:26

▲ 산본역사에 설치한 군포시민자율문고 오픈식 ⓒ 최병렬


"저는 지하철 4호선 산본역사에 살고 있어요. 저를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은신 후에는 꼬옥~ 집으로 들러주세요."

22일 오후 경기 군포시 수도권 지하철 4호선 산본역사에 군포시민자율문고가 설치됐다. 군포시도서관운영위원회가 마련한 서가에는 500여 권의 각종 서적이 꽂혀 있으나 대출 관리자도, 누가 빌려간다는 기록을 남기는 서류도 없는 말 그대로 자율문고다.

이날 자율문고 오픈식에는 군포시도서관위원회 서강석 위원장과 위원들, 군포시의회 이길호 의원, 산본역장, 군포시민의모임 회원 등 30여명이 도서기증 캠페인을 펼쳤다. 김윤주 군포시장도 행사에 앞서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다녀가는 등 시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군포시도서관위원회 서강석 위원장은 "군포시민자율문고는 군포시 도서관운영위원회에서 발의하여 운영위원들이 필요한 기금을 자체 모금하고, 2달여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1차분 도서 800여 권을 기증하여 군포시민의모임에서 관리를 맡아 운영한다"고 말했다.

▲ 군포 산본역사에 설치된 시민자율문고 ⓒ 최병렬


군포시도서관위원회는 중앙도서관과 산본역간에 협약을 체결하고, 산본역사에 2개의 서가를 설치해 '군포시민자율문고'라 명명했다. 이곳에는 각종 신간 및 어린이 도서 등 500여 권의 도서가 비치돼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누구나 자유롭게 빌려갈 수가 있다.

또한 서가 옆에는 도서기증함을 마련하여 시민들이 구입한 책 중 시민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기증할 수 있도록 하고 기증한 책에는 기증자의 이름을 적을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시민자율문고 이용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머뭇머뭇하는 발걸음으로 서가로 몰린 시민들은 필요한 책을 빼내 보고는 "그냥 가져가도 되요?", "기록 안 써도 되요?" 하고 반문하며 다소 신기하고,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얼굴에는 밝은 미소를 머금었다.

엄마의 손을 잡고 전철에서 내려 집으로 가던 두 어린이는 서가에 꽂혀 있던 그림동화책을 꺼내서는 "엄마 이 책 보고 싶어" 하며 "다 보고 꼬옥 갖다 놓을께요.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마치 소중한 물건을 얻은 듯 품에다 꼬옥 껴안고 종종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 엄마, 이 책 빌려갈까? 그림책을 보는 어린이 ⓒ 최병렬


"책으로 사람을 키우고, 책으로 도시를 변화 시키는 일 군포가 시작하려 합니다."

시민자율문고 설치를 구상한 군포시도서관위원회 서강석 위원장은 "책 읽는 군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 스스로 참여하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전철이란 공간과 이동하는 시간은 기다림이라는 점에서 무료하다"며 "보편적으로 출발역이 종착역이 되기 때문에 출발해서 도착할때 까지 그동안 책을 읽고 반납하는 취지에서 산본역사에 자율문고 설치를 구상하게 됐다"고 그 취지와 배경을 설명했다.

"책이 분실되는 문제를 다들 걱정하는데 군포시민의 문화적 소양을 믿습니다."

2개의 책장에 빼곡히 꽂혀 있는 책 뒷장에는 책을 보고 돌려달라는 스티커가 부착돼 있을 뿐 시민자율문고에는 관리자도, 누가 빌려간다는 도서대출기록부도 일절 없다.

서 위원장은 책이 분실될 염려에 대해 "군포시민의 문화적 소양을 믿는다"며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옛말처럼 책이 분실되도 상관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히려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 가는 독서운동이 더욱 활성화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말했다.

서 위원장은 "집에서 잠자는 책, 구입하여 읽은신 책, 누구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기증해 주신다면 시민자율문고가 훨씬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싶네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 어린이에게 책을 선물하는 군포시도서관운영위원회 서강석 위원장 ⓒ 최병렬


"군포하면 '책'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만들겠습니다. 시민들이 즐겁게 책을 읽고 서로 토론하며 창작과 비평이 함께하는 복합문화도시가 군포의 미래의 새로운 모습입니다"

한편 군포시는 경쟁력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이자 평생교육도시의 이미지에 맞는 도시브랜드 전략으로 '책 읽는 군포만들기' 사업을 으뜸사업으로 선정했다. 지난해 11월 '책 읽는 도시 선언'을 시작으로 '책 읽는 군포 추진위원회' 발족, 2011년 '군포의 책 선정 및 선포식', 책 읽는 홈페이지 오픈, <책이 열리는 나무> 발간 등 독서문화운동을 펼쳐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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