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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걸어 잠근 여주군의회의 '열린 의정'

"누가 문을 잠갔는가?" "잠그지 않았다. 고장나 잠기지도 않는다"

등록|2011.04.25 10:37 수정|2011.04.25 10:37
많은 지방의회가 '열린 의회'와 '열린 의정'을 말하고 있다. 그 방법의 하나로 주민들이 의회 방청을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왜 열린 의정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는 것이 새삼스러울 정도다. 경기도 여주군의회도 역시 열린 의정을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그냥 말뿐이라는 상황이 벌어졌다.

잠긴문 안의 풍경좁디 좁은 여주군의회 소회의실 방청객을 위한 시설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 이장호



하필이면 4월 19일에 그랬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선배들이 피 흘린 그날에 나약한 나는 열린 의정은 여주군의회 의원들의 의지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여주군의회의 의원들은 매주 화요일을 '의정 대화의 날'로 정해두고 있다. 자율적으로 등원해서 군정보고를 받고 의견도 나누는 날이다. 지난 19일 의정 대화의 날에 여주군에서는 매우 중요한 일을 두고 소위 '대화'가 있었다.

그 자리는 지난 4일 여주군의회 제176회 임시회 제4차 본의회에서 김영자 의원이 5분 자유발언을 통해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수의계약에 대한 여주군 행정과 지역 건설업체의 유착비리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여주군이 답변하겠다는 자리였다. 때문에 지역신문 취재진의 눈길을 일찌감치 여주군의회에 쏠렸다.

소회의실에서 열린 '의정대화'를 듣기 위해 모여든 지역신문 기자들은 순간 당황했다. 평소 우수한 시설을 자랑하며 각종 회의를 중계하던 여주군의회의 방송시설은 어찌된 일인지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태인 것이다. 소회의실에 자리가 없어 방청이 어렵다면 방송이라도 틀어달라는 거듭된 취재진의 요청은 이날 대화가 끝날 때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소회의실 문은 굳게 닫힌 채 '그들만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간혹 큰소리도 나오는 와중에, 기자들은 한 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소회의실 문을 5cm 정도 살짝 열고 스마트폰의 녹음기능을 작동시켰지만 이내 '문을 닫겠다'는 안에 있는 분들의 의지에 녹음도 포기하고 말았다.

잠긴 문여주군의회 소회의실의 굳게 잠긴 문 ⓒ 이장호



그러다가 정말 설전이 시작된 듯 큰소리가 나자 취재진은 습관처럼 소회의실의 문고리를 잡았지만 소회의실의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을 잠갔다"는 한 기자의 말에 취재진은 번갈아가며 소회의실 손잡이를 잡아 돌려봤지만 잠긴 소회의실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마침 소회의실에 들어가려고 온 군청의 최아무개 계장도 문이 잠겨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급기야 취재진에서는 "열린 의정 한다더니 문 걸어 잠그는 열린 의정이 어디 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물론 점심시간이 되니 '그들만의 대화'는 끝났고 "문은 누가 잠갔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여주군의회 공무원은 "잠그지 않았다. 고장나서 잠기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날 여주군은 김영자 의원의 수의계약 비리의혹 제기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아직도 궁금하다. 그날 여주군의회의 방송시설은 왜 작동하지 않았을까? 정말 여주군의회 소회의실의 문이 고장이 난 것일까? 문이 고장났다면 왜 수리를 하지 않았을까? 정말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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