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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대 받은 부평, 이러다가 파산?

'부평구 재정위기 극복 대책회의' 열려..."자산 매각 등 긴급조치 필요"

등록|2011.04.25 17:24 수정|2011.04.25 17:33
인천시 부평구의 열악한 재정 여건이 수년 동안 지속하면서 결국 모라토리엄(일정 기간 금전 채무의 이행을 연장하는 일)을 선언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부평구의 재정 악화 상황은 인천시 최대 자치구임에도 20여 년 가까이 시로부터 홀대를 받아온 결과로 분석된다.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주요 재원인 취득세 감면(50%)을 추진해 더욱 난처한 처지다. 이 상태로 재정문제가 계속된다면 부평구 공무원 1000여 명은 하반기에 급여를 못 받게 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현재 부평구의 부족한 재원 규모는 약 536억 원에 이른다. 이는 부평구 1년 예산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액수다. 공무원 급여 113억 원, 중소기업 지원 기금 등 기금 차입 상환액 130억 원, 주차장 특별회계 차입액 10억 원, 국·시비 미·반납액 61억 원, 노인복지관과 민방위교육장 건립 부담액 64억 원, 취득세 감면에 따른 세입 손실액 158억 원이 현재 부족하다.

▲ ‘부평구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범시민위원회’ 위원 등이 지난 1월 5일 인천시청을 방문, 시장 접견실에서 송영길 시장에게 부평구 재정위기 극복 방안 등을 건의하고 있다. ⓒ 한만송


홀대 받은 부평구

부평구는 20년 가까이 인천시 투자에서 소외됐다. 안상수 전임 시장 시절엔 송도·청라·영종 경제자유구역 조성 사업으로 구도심에서 걷은 세금을 신도시 조성에 투입했다. 이에 구도심에서 원성이 커지자 시는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구도심 정비사업의 목적으로 정비사업(예정)구역 212곳을 지정했다. 무분별한 정비(예정)구역의 남발은 집값만 상승시켰고 주민갈등만 조장했다.

경제자유구역 조성 사업이 어느 정도에 궤도에 올라서자 시는 2014년 아시안게임을 유치했다. 이에 따라 주 경기장을 비롯해 국제규모의 경기장 30여 개를 신축해야 하고, 대회 개최에 맞춰 인천 지하철 2호선을 조기 개통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시의 부채 규모는 산하 공기업인 인천 도시개발공사의 빚을 포함해 대략 9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4년 아시안게임 이후로도 부채로 인한 진통이 한동안 이어져, 부평구와 같이 재정 악화를 겪고 있는 일선 지자체에 대한 지원은 요원한 실정이다.

지난해 부평구의 재정자립도는 인천시 8개 자치구 평균 37.3%에 턱없이 못 미치는 22.7% 수준이다. 사회복지비는 평균 45.9%보다 10% 높은 56%(2143억 원)에 이른다. 중앙정부가 책임졌던 사업을 지방정부에 이관하고, 매칭사업(사업비를 일정비율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으로 시행돼 부평구 재정 여건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올해 부평구의 예비비는 100억 원 미만이다. 이로 인해 구청장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은 거의 없다. 각종 민원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처지다. 또한 전임 구청장 시절에 추진한 대규모 사업이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문을 연 부평 아트센터만 해도 부평구가 연간 40억 원의 운영비를 책임지지만, 시는 지원을 외면하고 있다.

결국 부족재원 536억 원을 충당하지 못하면 파산에 이를 수 있다. 각종 차입한 기금을 추후에 상환한다고 하더라도 공무원 급여와 주차장 특별회계 차입금, 매칭사업 등에 200억 원 정도가 당장 필요하다.

▲ 인천지역 군수구청장협의회는 3월 28일 정부의 ‘취득세 감면 조치’에 따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정부의 취득세 감면 조치로 인해 지자체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할 정도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며 정부 정책 선회를 호소했다.<부평신문 자료사진> ⓒ 한만송


"모라토리엄 선언 등 긴급조치 필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선 부평구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불필요한 사업 폐기, 자산 매각 등의 뼈를 깎는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부평구 예산문제에 정통한 박준복 참여예산센터 소장은 "부평구의 재정 상황이 심각한 만큼 모라토리엄 선언 대상사업을 파악해 실제 모라토리엄을 선언해야 한다"면서 "부평구 아트센터 임대료와 운영비, 인천 나비공원 운영비, 십정녹지조성 사업비 등은 부평구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박 소장은 "지방채 발행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시의회 차원에서 인천시 구·군의 재정상황을 파악해 기초지자체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19일 비공개로 진행된 '부평구 재정위기 극복 특단 대책회의'에서 박 소장은 "나비공원, 역사박물관, 청소년수련관, 국민체육센터 등 부평구의 공유재산을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박 소장은 "50%에서 40%로 삭감된 재원조정교부금(시가 취득세 등의 일부를 자치구에 지원하는 교부금) 교부율을 기존대로 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시민위원회 기부금 모금 등을 통해 현 재정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쓰레기봉투 값과 공영주차장 이용료 인상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홍미영 구청장은 '모라토리엄 선언 시점은 지났고, 자칫 (모라토리엄 선언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라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홍 구청장 현 재정난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이날 대책회의에 참석한 부평구 출신 시의원들은 '자치구 재원조정교부금 지원 조례'를 개정해 교부율을 기존 50%로 확대키로 결의하고 남구와 계양구 출신 시의원들과 연대해 추진하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비슷한 기사가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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