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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재미있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요"

경기도 시흥시 혁신지구, 장곡중학교 안선영 교사를 만나다

등록|2011.04.25 16:45 수정|2011.04.25 16:45
소위 혁신학교가 대세라고 한다. 혁신학교는 '협력과 소통을 통해 구성원 모두가 배우고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학교'를 일컬으며, 경기도는 김상곤 교육감의 당선과 함께 시도되었다. 처음 2009년 경기도에서 10개 학교로 출발하여 이제는 시행 2년 만에 경기도를 뛰어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경기도 시흥지역에도 4개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었으며 연성지구, 신천리 등에 있는 23개 학교가 혁신지구로 선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 경기도 시흥혁신지구 내 혁신학교 현황 ⓒ 엄미야


  
"선생님, 수업이 참 재미있어요"라던 아이들, 학업 향상도 도내 1위

"미국 어느 학교에서 아이들을 모아놓고 시험을 봤대요. 대부분 아이들이 자기 시험지를 가리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는데 인디언 아이들이 책상을 자기들끼리 모아서 둥글게 앉더라는 겁니다. 교사가 '뭐하는 거야?' 라고 했더니, '어려운 문제일수록 협력해서 풀어야 하잖아요' 하더래요"

지난 22일 만난 안선영(장곡중학교, 수학교사) 선생님은 혁신학교를 시작하면서 '성적은 생각하지 말자'라고 마음먹었다. 대신 '버려졌던' 30%의 아이들을 생각했다. 일제교육(교사가 일방적으로 교육하는 방식) 방식을 버리고 아이들 곁으로 다가가 눈높이를 맞추는 교육, 교사가 답을 내어주는 방식이 아닌 아이들끼리 모둠을 지어 상위권 아이들이 중위권 아이들을 이해시키고, 중위권 아이들이 하위권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식을 취하니 아이들의 학업 성취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제가 수학 교사예요. 눈높이 교육, 쌍방형 교육이 좋긴 한데, 수학에서도 과연 가능할까? 처음엔 회의적이었죠."

그런데 교사가 말을 줄이고 아이들의 말문을 틔워 주니 문제를 풀다가 종이 치면 "벌써 끝났어?", "선생님, 수업이 참 재미있어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루트(√)를 '뚜껑'이라고 표현하든 '지붕'이라고 표현하든 아이들은 자기의 언어로 서로 이해시키고 해결해나갔다.  

혁신학교 2년차를 맞은 장곡중학교는 2009년과 2010년에 치러진 전국 단위 학업성취도평가 분석 결과, 경기도 내 학업향상도 1위 학교로 선정되었다. 혁신학교? 취지는 좋은데 아이들 공부는 과연 될까? 라는 세간의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씻어내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제는 학생들이 혁신학교에 들어오려고 줄을 서 있대요. 일부러 이사도 오고. 혁신학교가 좋다고 소문이 나니, 확산되는 추세예요. 우리학교 옆에 있는 응곡중학교에서도 혁신학교를 신청하려고 검토 중이고, 1학년은 장곡중학교와 같은 수업모형으로 바꿔서 운영하고 있어요."

"처음으로 선생님에게 '사람 대접'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시흥시와 안산시는 비평준화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가고 싶은 학교'와 '어쩔 수 없이 가야 하는 학교' 같은 양극화가 뚜렷이 나타난다. 특히 비평준화 지역에서의 신설 고등학교란 학생들의 선택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는 학교다. 이런 경우 정말 다양한 특성을 가진 아이들이 모일 수밖에 없다. 

"신천고등학교는 2010년에 신설되면서 혁신학교 지정을 받았어요. 혁신학교로 지정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그 프로그램 속에 중요하게 다룬 것이 뭔지 아세요? 바로 '금연 프로젝트'예요."

이 학교는 많은 예산을 들여 전문가를 불러 금연교육을 진행하고, 금연 캠프에 아이들을 보냈다. 입시라는 목표 아래 성적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고등학교 현실에서, 가장 먼저 아이들의 문제가 뭔지에 대해 고민했던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에게 처음으로 '사람대접'을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수업 때마다 빈자리가 많던 교실도 조금씩 참여율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지만, 신천고등학교의 사례는 교육은 아이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지요. 하지만 최종적으로 부딪치는 문제는 입시 문제지요. 혁신학교가 아무리 좋아지고 있어도 사교육은 여전히 붐을 이루고 있고, 아직 혁신학교에 고등학교 사례가 많지 않아요."

혁신학교라는 새로운 시도가 '학교를 혁신하는 것'을 뛰어넘어 교육제도의 영역으로 확장되지 못한다면 혁신학교 또한 '절반의 혁신'으로 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끝으로 조현초등학교에서 국어시간에 진행한 말놀이 하나, <배려>라는 낱말을 제시하고 1학년 아이들에게 자신이 이 단어에 대해 이해하는 바를 경험 속에서 찾아 설명해 보라고 하였다. 

"배려-엄마와 아빠가 싸울 때 조용히 내 방에 짱박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답에 '참 잘했어요' 도장 찍어주는, 그러한 교사와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이 혁신학교가 아닐까.
첨부파일
.image. 혁신학교-장곡중학교(110422)[1].hwp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금속노조 신문 '바지락' 5월호에도 송고될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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