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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통신비 내리라면 누가 투자 하나"

제주 와이브로 행사 뒤 '기습' 간담회... "2G 보상 필요 못 느껴"

등록|2011.04.26 16:49 수정|2011.04.26 16:49

▲ 이석채 KT 회장이 2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와이브로사업 협약식에서 우근민 제주도지사와 갤럭시탭 와이브로 모델 사용법을 소개하고 있다. ⓒ 김시연


"인센티브 없는 곳에 정부가 말만 한다고 돈이 안 흐른다. 북한도 명령으로 안 되잖나."

이석채 KT 회장이 작정하고 정부의 통신비 인하 요구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또 2G 서비스 중단에 따른 이용자 보상 요구에 대해서도 "보상은 불편을 줄 때 하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석채 회장은 26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와이브로(무선 광대역 인터넷) 구축 협약식을 마친 뒤 예고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2시쯤 기자들이 있는 제주관광공사를 찾은 이 회장은 최근 정부의 통신비 인하 요구에 대해 "(통신비는) 비용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창조하는 원동력"이라면서 "그게 싫어 내리라고 하면 국가가 대신해 주든지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라고 반박했다.

"통신비 낮추라면서 네트워크 투자 안 해"

이 회장은 '통신비 인하 여력이 있나'라는 기자 질문에 "우리가 착각 말아야 할 게 있다"면서 "앞으로 철도가 대륙 무역에 굉장히 중요해 투자하겠다면서 철도를 무료로 맘 놓고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철도를 확장할 방법이 없다"고 운을 뗐다.

이어 "투자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줘야 투자가 계속되고 미래를 개척하게 된다"면서 "미래 스마트 시대는 LTE든 5세대 망이든, 유무선 통합망이 계속 보강·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데이터 쓰는 사람이 네트워크를 만드는 사람에게 인센티브와 돈을 줘야 투자를 확대하는데 돈(통신비) 낮추라고 하면 투자 안 한다"면서 대학 등록금에 비유해 "예전과 달리 이젠 모든 사람을 대학에 보내는데 대학 교육비를 낮추라고 하면 교육이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통신비는) 비용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창조하는 원동력인데 그게 싫어 내리라고 하면 국가가 (네트워크 투자를) 대신해 주든지 포기하든지 둘 중 하나"라면서 "인센티브 없는 곳에 정부가 말만 한다고 돈이 안 흐른다"고 지적하고 "북한도 명령으로 안 되잖나"라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곧 "현실적인 통신비 가계 부담 문제는 정부와 논의할 것"이라면서 "소득이 적은 사람이나 학생도 제대로 쓰게 하는 공정한 구조를 만드는 건 수긍한다"고 진화하기도 했다. 

"정액제 과징금 불행한 일... 고용으로 사회 공헌"

전날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정액요금제 무단 가입 관련 KT에 과징금 104억 원을 부과한 것에 대해 이 회장은 "불행한 일"이라면서 "당시 확실하게 서면으로 받는 절차 없어 구두로만 받았고 집전화는 기록보존기간에 6개월이어서 그런 와중에 혼란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정액요금제 취지에 대해 "많이 쓰는 분들은 적게 내고, 적게 쓰면 조금 더 내게 해 마음 놓고 쓰게 하자는 것"이었는데 "당시 무선 상승 국면에서 유선을 지키려고 그런 안을내놨는데, 국내 무선 보급률이 급속도로 높아져 유선 사용자 줄어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방통위가 300억 원 대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권고한 것과 관련 "KT 직접 고용은 3만2000명이고 협력사 6만, 계열사 2만8000명 등 12만 명이 고용돼 있고 주주가 20만"이라면서 "다른 통신업체들과 매출은 비슷한데 고용 인원은 압도적으로 많은 게 KT가 하는 최대 사회적 기여"라고 강조했다. 

"2G 중단 보상? 쓰는 데 불편 없다"

오는 6월 말 2G 서비스 중단에 따른 KT 보상 책임에 대해선 "보상은 서비스를 다운그레이드하거나 불편을 줄 때 하는 것인데 지금은 단말기를 좋은 걸로 바꿔 줄 수 있어 쓰는데 아무 불편 없다"면서 "보상이 필요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고 일리 있다면 모를까, 훨씬 더 좋은 서비스를 비싼 값으로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따졌다. 

또 "KT가 보상한다면 (2G 사용자들이) 기다릴 거고 보상 안 한다면 들고 일어날 것"이라면서 "포퓰리즘이 문제인데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와이브로 사업과 관련해서도 "돈 들어도 와이브로를 까는 건 3G 비싸니까 이쪽으로 와 마음 놓고 쓰라는 것"이라면서 "데이터 쓰는데 와이브로 만큼 좋은 네트워크가 없는데 사람들이 안 쓰는 건 인센티브가 잘 못된 것"이라며 국가적 와이브로 확대 사업에 은연 중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3G 데이터 무제한 때문에 KT의 3W(3G와 와이파이, 와이브로를 아우르는 말) 전략이 무력화됐다"면서 "그동안 와이파이 혁신이 많이 일어났고 와이브로도 4G라고 주장하는 이면에는 그만큼 강력한 네트워크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전날 방통위가 발표한 무선 통화품질 평가에서 경쟁사보다 낮은 점수가 나온 데 대해 "무선에서 우리는 아이폰3Gs 주력으로 하고 경쟁사는 갤럭시S 주력으로 했는데 그 차이가 상당했다"면서 "아이폰4로 했으면 전혀 다른 결과 나올 것"이라면서 테스트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또 와이브로 속도에서 SK텔레콤에 뒤진 것에 대해서도 "KT는 40만 이상 커버리지고 (SKT는) 9만 커버리지"라면서 "차가 많이 다니는 고속도로보다 차가 안 다니는 고속도로가 빠를 수밖에 없는데 속도 몇 점 하는 건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KT, 제주 와이브로망 확대... '세계 7대 자연 경관' 측면 지원

한편 이석채 회장과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이날 오전 제주도청에서 협약식을 열고 제주에 KT 모바일 콜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무선인터넷망 확대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이석채 회장은 "와이브로망을 전국 82개 시에 깔았는데 제주는 섬이어서 별도 네트워크가 필요했다"면서 "제주 와이브로 사업으로 전국망이 완성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우근민 지사는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사업에 IT 인프라를 담당하는 KT가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치켜세웠다.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은 "지난해 제주 관광객은 750만 명으로 제주 인구 57만 명의 13배였다"면서 "관광객을 1000만 명으로 늘리려면 관광 자원과 IT를 결합시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해 '모바일 원더랜드'를 구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KT는 오는 6월까지 해안도로, 올레길 등 제주 주요 도로와 한라산, 성산일출봉, 천지연폭포 등 20여 개 관광지에 와이브로망을 구축하는 한편 대중교통 등에 '퍼블릭 에그'를 설치해 누구나 무료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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