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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 개회식 관람이 '봉사활동'인가

창원시, 도민체전 관련 학교에 협조 공문... 봉사활동 6시간 인증서 주기로

등록|2011.04.27 13:06 수정|2011.04.27 13:06
체육대회 개회식 관람이 봉사 활동인가? 경남 창원시와 일부 중학교에서 '제50회 경상남도민 체육대회'(도민체전) 개회식에 관람하면 '봉사활동 인증서'를 주기로 해 '동원 의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민체전은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창원 일원에서 열린다. 개회식은 28일 저녁 창원공설운동장에서 열린다.

▲ 제50회 경상남도민 체육대회가 4월 28일부터 5월 1일까지 창원 일원에서 열린다. 사진은 창원시내 거리에 내걸린 홍보깃발. ⓒ 윤성효


창원시는 최근 창원지역 몇몇 중학교에 협조 공문을 보내 학생들이 개회식을 관람할 것을 유도했다. 이 협조 공문은 창원교육지원청을 거치지 않고 학교에 바로 보내졌다.

중학교는 방과 후 개회식 행사에 참관하도록 했으며, 일부 학교는 담임교사들이 인솔하기로 했다. 창원시와 중학교들은 개회식 참관 학생들에게 6시간의 '봉사활동 인정서'를 주기로 했다.

한 학부모는 "강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학생들은 방과후 학원에도 가야 하는데, 집에 와서 모든 학생들이 개회식에 간다고 한다"면서 "개회식이 다 마치려면 늦은 밤이 될 것인데 불안하고, 저녁식사도 해결해 주지 않는 것으로 안다. 이건 봉사활동을 가장한 동원이다"고 말했다.

창원시 도민체전상황실 관계자는 "창원시에서 중학교에 참여할 수 있으면 해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낸 것이다. 인원을 배당하지 않았고 자율적으로 참여해 달라고 했다. 순수한 의미다"고 말했다.

창원지역 한 중학교 교장은 "우리 지역에서 하는 행사를 보는 것도 교육이다. 학생들이 가겠다고 희망하면 가도록 했고, 담임교사가 인솔하는 게 아니고 학생 보호 차원에서 같이 가는 것"이라며 "저녁식사나 교통편은 학생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에 대해, 그는 "봉사활동 인증서에는 '도민체전 관람'이라고 적히는 것으로 안다. 행사 참관도 교육이다"고 설명했다.

창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협조공문이 창원시에서 바로 학교에 간 것으로 안다. 요즘 학교는 교장의 책임 속에 재량권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을 동원하는 형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봉사활동 인정에 대해, 그는 "봉사활동 인증서에 상세항목을 적도록 되어 있는데, 거기에 '도민체전 관람'이라고 적는다면 봉사활동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을 도민체전 개회식 참관에 유도한 것에 대해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관계자는 "봉사활동을 빌미로 해서 이번 관변단체 행사에 학생들을 강제동원했던 것과 비슷하다"며 "엄격히 말해 봉사활동이라고 하지만 학생 동원 수단이다. 봉사활동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경남교육연대 김현옥 집행위원장은 "우선 창원시에서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내려면 교육청을 통하는 게 기본이다. 교육청에서 판단할 문제인데, 창원시가 협조 차원이었다고 하더라도 월권행위를 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동원하다시피 해서 도민체전 개회식 관람을 하고 봉사활동 인증서를 주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봉사는 그야말로 사회공헌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 개회식 관람한 뒤 봉사활동 점수를 인정해 주는 것은 봉사활동 목적에 벗어나고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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