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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혁명의 열쇳말, 김제동이 갖고 있다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가 전하는 이야기 3]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등록|2011.04.28 10:27 수정|2011.04.28 11:34
더 체인지(The Change)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는 대규모 이벤트로서의 컨퍼런스가 아니라 매년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담아내고, 컨퍼런스를 계기로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컨퍼런스를 지향합니다. 이와 같은 컨퍼런스의 취지를 살리고 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도 사전에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먼저 컨퍼런스에서 기조발표를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기조발표를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15가지 주제 테이블의 호스트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도 기획 중입니다. 꼭 컨퍼런스의 발표자나 호스트가 아니더라도 컨퍼런스의 주제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와 상상력을 제공해주실 만한 분들과의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기조발표자 가운데 두 번째로, 성공회대 교수들로 구성된 노래패 '더 숲 트리오'의 김창남 교수를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4월 13일에 진행됐습니다.

▲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 김재민

- '더 숲 트리오'는 늘 신영복 선생님하고 함께 다니셨는데 요즘 단독공연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전업하시는 거 아닌가요?(웃음)"일단은 아마 교수들이 노래를 한다는 거에 대한 호기심이 좀 있을 거고 또 단순히 노래만이 아니라 뭔가 공유할 만한 생각이나 메시지를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좋게 보인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린 싸니까 싼 맛에 부르는 분도 있고.(웃음) 프로가 아니고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더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프로라고 나선다면 그 순간 우리가 가진 장점들은 다 사라지는 거죠. 그러니까 우린 영원한 아마추어인 거예요."

- 아무래도 노래할 때마다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고민하게 되지 않나요?
"사실 교내에서 학생들과 함께 자리하는 것들이 주된 활동이었고, 최근에 와서 신영복 선생님 모시고 시민들과 만나는 자리도 가져본 셈입니다. 가장 중요한 고민은 우리 세대가 젊었을 때 가진 감성이나 문제의식들을 지금 세대와 어떻게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물론 '너희들도 우리처럼 해라'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지만, 그들 스스로, 그들의 목소리로, 그들의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어떤 자극을 우리의 경험을 통해서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문제의식은 있습니다. 강의 때도 물론이지만 공연할 때 그런 이야기를 꾸준히 하면서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문제를 통해서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을 도와주고 싶은 거죠."

- 요즘 우리 사회가 부딪히는 문제들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드시는지요?
"일단 정치적인 측면에서 이야기한다면 오랫동안 한국사회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는 수구헤게모니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치적 관심사가 아닌가 합니다. 지금 야권통합이나 진보개혁세력의 연대나 이런 문제들이 모두 거기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의 민주당 정권을 평가할 때도 단순히 자유주의 개혁세력의 한계로 보느냐 아니면 수구헤게모니의 승리로 보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지금 섣부르게 자유주의 개혁세력의 본질적 한계를 거론하면서 '결국 다 똑같은 놈들이다' 하는 식으로 가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 아닌가 생각해요. 수구헤게모니에 발목 잡힌 허약한 자유주의권력을 그나마 딱 10년밖에 경험하지 못했잖아요. 물론 진보적 가치의 구현이 중요한 건 당연히 알고 있고, 자유주의세력과 진보세력이 갖고 있는 가치에 차이가 있다는 건 당연히 알고 있지만, 진보적 가치의 구현이 수구헤게모니를 그대로 두고 가능할까요?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거든요. 실제로 진보세력이 의회에 진출한 것도 자유주의정권하에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목표로 삼아야 될 건 사회를 수십 년 짓누르고 있는 수구헤게모니를 어떻게 축소 내지는 철폐할 것인가 하는 것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그다음에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무기력함과 패배주의의 문제가 있습니다. 기성체제가 만들어온 틀 속에서 아등바등 자기 스스로를 껴안아주려는 모습들을 보면서, 그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자기담론으로 표현하면서,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됩니다. 대학생들에게 자기담론을 만들어주는 것, 대학문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변화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마이너리그가 메이저리그를 결정한다

- 선생님은 아무래도 우리 사회의 문화적 영역에 대해 문제제기를 많이 하시니까, 얼마 전 최고은씨의 죽음 같은 경우가 멀게 느껴지시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내 문제로 느껴졌죠. 왜냐하면 최고은 죽음 이전에 '달빛요정'이 죽었는데, 내 큰아들이 지금 인디밴드를 하고 있고 작은아들은 영상원에 들어가서 영화를 하겠다고 하고 있으니까요. 결국 이런 죽음들이 한국사회가 모든 면에서 갖고 있는 뿌리 깊은 승자독식구조를 보여준다고 봅니다. 마이너리그가 존재하지 않는 거죠. 정치도 그렇고 경제도 그런데 문화가 특히 더 그런 거죠.

어떻게 마이너리그를 만들어낼 것인가, 마이너리그에서 나름대로 주관과 의지와 능력을 가진 문화예술인들이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메이저리그의 주류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라도 마이너리그가 굉장히 튼튼하게 존재해야 된다는 얘기죠.

근데 지금 한국사회에는 90%의 주류시장과 10%의 마이너리그가 있는 거죠. 그걸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문제가 결국엔 한국사회 전반과 관련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 우리 아들들을 위해서도(웃음) 중요한 문제죠. 내가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은 그런 생각 때문입니다."

- 말씀하신 '마이너리그'라는 말은 '하위리그'라는 개념인가요?
"영국 축구를 보면 프리미어리그가 있고 그 밑에 여러 단계의 마이너리그들이 있습니다. 그 마이너리그들도 그것대로 굉장히 활성화되어서 움직이고, 거기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 사람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거죠. 비단 축구만이 아니라 영국의 음악계를 봐도 그렇습니다. 동네 클럽에서 수많은 젊은 애들이 연주하고 있고, 거기서 인정받은 애들이 런던으로 진출하고 메이저 음반사하고 계약을 하거든요.

하지만 설사 메이저로 못 가도 나름대로 '로컬 스타'로서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는 거죠. 우리는 그게 없어요. 주류 스타로 뜨거나 라면만 먹다 좌절하거나 둘 중 하나죠. 모 아니면 도라는 거예요. 그걸 바꿔야죠. 다양하고 풍부한 마이너리그가 존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거죠."

- 그러니까 일종의 사회적 토대네요.
"그런 게 풍부해야 메이저리그 주류도 끊임없이 새로운 자양분을 공급받으면서 버텨낼 수 있다는 거죠. 미국의 할리우드가 세계를 지배하지만 미국이야말로 가장 많은 독립영화가 만들어지는 나라죠."

- 개인적인 경험으로, 민중운동 할 때는 민중문화라는 것이 있었는데. 시민운동은 시민운동만의 독특한 문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시민운동만의 문화가 좀 생기는 것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일단 1980년대에는 갈등과 대립의 시대였고 그 속에서 말하고자 하는바, 주장하는바, 싸워야 할 대상까지 비교적 명확했기 때문에 그런 것을 콘텐츠로 삼는 문화가 생산되었던 거죠. 하지만 1990년대 이후에 한국사회가 형식적으로 민주주의화되고, 세계사적으로도 세계화다, 정보화다 하는 급진적인 변화 속에 놓이면서 그런 부분들이 불명확해진 거죠.

할 말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어떻게 새로운 진보의 가치를 찾아낼 것인지 고민하는 암중모색의 시기였다고 봐요. 그런 과정에서 1980년대의 거대담론을 지나치게 부정하면서 역으로 너무나 미시적이고 개인적인 것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이를테면 '신세대 논쟁'이 그런 건데, 신세대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표현들이 새로운 진보와 저항의 문법이라고 하는 담론이 먹혀들어가면서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인 관점으로 갔던 면이 있어요.

그러다가 '이거 좀 너무 갔다' 하고 생각한 거죠. 한국사회가 아주 오래전부터 갖고 있는 문제들은 여전히 거의 아무것도 해결되고 있지 않잖아요? 통일문제, 계급문제, 환경문제 등 아무것도 크게 해결되지 않았는데 마치 굉장히 많은 부분들이 변화하고 해결된 것 같은 착각을 오랫동안 해온 겁니다. 이런 담론의 거품 속에서 그랬는데, 특히 MB정권을 겪으면서 우리가 가진 변화의 토대가 얼마나 부실하고 허약한 것이었는지 깨달은 겁니다.

그러면서 아주 쉽게, 10년 전, 2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거죠. 그러면서 다시 뭔가 할 말들을 다시 찾아가면서, 또다시 소통하면서, 뭔가 그런 문화가 필요하다는 합의는 지금 만들어져 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최근의 여러 가지 모임이나 활동들에서 조금씩 그런 게 느껴져요."

▲ 성공회대 교수들로 구성된 노래패 '더 숲 트리오'. 가운데가 김창남 교수. ⓒ 김홍장


변화, 다양한 셀러브리티들의 등장

- 최근에 김제동과 김여진, 강풀, 박혜경 같은 대중예술인들이 트위터에서 눈에 많이 띕니다. 사회적으로 의제로 만들고 문제해결에 기여하는 모습들을 보이는데, 이런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일단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한국사회가 지난 수십 년의 변화 속에서 얻어낸 굉장히 중요한 성과 중의 하나일 거라고 봐요. 그런 사람들이 많은 대중의 갈채와 호응을 받고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된 것 거 자체가 한국사회가 발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래 소위 셀러브리티라고 표현되는 사람들, 연예인들의 영향력은 되게 크죠. 근데 부정적인 영향력보다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더 커요.

누가 이 뽑아서 군대 면제받았다고 해서 나도 이 뽑아야겠다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누가 음주운전했다고 나도 해야겠다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근데 긍정적인 역할모델이 된다면 그 영향력은 되게 커요, 그런 면에서 긍정적 역할모델이 될 수 있는 셀러브리티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한국사회의 변화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죠.

트위터라든가 SNS의 발달이 바로 그런 부분들을 밑받침해 줄 수 있는 장이 된 것이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만약에 기존처럼 미디어 독점구조 속에 있었다면 그런 활동들이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어려웠을 것이고 그런 서포트를 받기도 어려울 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그런 사람들은 굉장히 고립될 것이고 아주 쉽게 좌절할 가능성이 크죠.

그러나 이제 SNS 같은 새로운 대안적 담론의 장이 만들어지면서 '내가 이런 활동을 해도 외롭지 않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이런 면에서 SNS의 사회적 역할이란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안적 이슈 메이킹의 역할도 하고 그런 활동의 장이 되기도 하고, 그걸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엮어주는 네트워크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 확실히 소셜미디어의 등장하고 이런 변화가 맞물려 있는 것 같아요. 그전에는 주로 아프리카 난민을 돕는다든가 전통적인 의미의 복지영역에서 하는 사회활동만 보도됐잖아요.
"그리고 독도문제처럼 한국인이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수준, 그 이상의 정치적 함의는 가지지 않는 수준으로만 주로 해왔는데, 이제는 다소간에 자기 색깔을 드러내면서 일정하게는 진보적 가치와도 결합하는 사례들이 생겨나고 있는 거죠."

- 이런 경우가 우리 사회에서 처음이죠?
"처음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저런 정도의 대중적 영향력을 가진 케이스는 처음이죠. 왜냐하면 과거에도 정태춘이라든가 김민기 같은 예술인들이 있었으니까요."

-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여쭈어볼게요. 우리가 사회적 변화를 생각하거나 비전을 생각할 때, 선생님은 어떤 것을 열쇳말로 기억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공감'입니다. 문화라는 건 공감을 만들어내는 장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하고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소외되어 있는 게 공감과 연민의 능력이 아닌가 싶어요.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할 수 있는 능력. 그런데 지금 한국사회의 시스템은 이런 걸 철저하게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죠. 특히 교육시스템이 그래요. 공감과 연민보다는 경쟁과 승리가 가장 큰 목표가 되고 있어요.

김제동, 김미화, 김여진, 박혜경, 강풀 같은 셀러브리티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게 공감과 연민의 능력이죠. 그 분들은 대단한 진보적 신념을 가졌거나 이념에 따라 행동하는 분들이 아니거든요.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면서 그들의 문제를 자기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혁명이라는 게 이론만 가지고는 설득이 쉽지 않거든요. 그거보다는 '저기 굶어 죽어가는 아이를 보십시오'라고 말할 때 확실히 공감의 폭이 넓어지는 거죠. 그런 게 문화의 역할 아닐까요? 변화를 위해서는 그만한 공감이 필요합니다. 김제동 같은 친구들이 그런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요. 사람들의 마음을 끄집어내고, 자신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하고 공유하는 능력이죠. 더 숲 트리오의 노래도 그런 게 된다면 좋겠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http://thinkcafe.org/conference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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