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가 똥 묻을 때도 있지만..."
'똥공장' 사나이의 분뇨 예찬론
▲ 똥공장 사나이충남 태안군 환경사업소 위생처리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상래씨. ⓒ 정대희
충남 태안군 환경사업소 위생처리장은 시쳇말로 '똥공장'이라 부른다. 올해로 18년째 이곳의 터줏대감 역할을 맡고 있는 전성래씨. 그는 '똥공장 사나이'다.
그러나 전씨는 위생처리장이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혐오시설만은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다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재생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최근엔 시설도 현대화 되면서 외부로 방출되는 냄새도 극히 미약해 건물 외관만 보고는 분뇨처리장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도 간혹 인근지역에 살고 있는 일부 주민이 여려가지 이유를 들어 민원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럴 때마다 전씨는 직접 그들을 찾아가 시설을 견학할 수 있도록 하고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며칠 전에도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인근 주민이 찾아와 냄새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다고 민원을 제기해 직접 쫒아가 시설 견학과 설명을 했다"며 "위생처리장에 대한 편견 때문일 뿐 인근 주민들의 생활에 불편을 끼칠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위생처리과정은 대략 이렇다. 각 가정을 돌며 수거된 분뇨차량이 처리시설로 들어오면 1차로 분뇨 속에 섞여 있는 각종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한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분뇨는 수분으로 나눠지는데 수분(물)은 약 40일간 미생물에 의한 정화작업을 거쳐 바다로 방출되며, 나머지는 퇴비로 만들어진다. 이러한 처리방법을 '한외여과막법'이라고 한다.
분뇨처리에 있어서 키포인트(Key point)는 얼마나 미생물의 건강상태가 양호하도록 관리하는 것. 이는 미생물의 건강상태에 따라 분뇨를 처리하는 정화력 차이가 발생 때문이다.
이 같은 기술은 이론적인 지식보다 경험적 지식으로 체득한 지식을 더 필요로 한다. 미생물이 살기 좋은 최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분뇨의 양 및 공기, PH 농도 등은 오로지 현장 경험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전씨는 "지역마다 같은 공법으로 분뇨를 처리해도 미생물의 건강상태가 차이가 난다"며 "이는 나름대로 판단컨대 지역 특유의 식생활에 따라 분뇨의 성질도 각양각색이기 때문인 듯하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미생물의 능력은 정화된 물과 퇴비에서 엿볼 수 있다. 이곳 처리장에서 인근 가로림만으로 배출하는 물은 2급수 수준. 전씨는 "처리 과정을 살피러 온 감시관이 혹시 물을 부은 것이 아니냐고 물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퇴비도 마찬가지. 몇 년 전부터 이곳에서 생산되는 퇴비의 우수성이 지역에서 입소문 나면서 농번기 즈음이면 인근 농가에서 '퇴비 쟁탈전'이 벌어지기 한다.
전씨는 "퇴비가 얼마나 좋은지 지렁이 양식을 하는 업자가 한 번 보고 반할 정도였다"며 "지금은 이곳 퇴비를 농가들에서 앞다퉈 가져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하면 달인(達人)이 된다고 했던가? 전씨는 이제 기계소리와 정화된 물의 탁한 정도만 봐도 미생물의 건강상태가 양호한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물론 기계가 고장이나 수리를 하게 될 경우 직접 손을 봐야할 때면 '똥'을 묻힐 때도 있지만 그는 "물에 씻어버리면 그만"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연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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