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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금융 받아야 할 미국이 큰 소리 치는 이유

데이비드 하비 교수의 <신자유주의>를 읽고서

등록|2011.04.28 14:51 수정|2011.04.28 14:51
   neo-liberalism! 신자유주의란 무엇인가? 1970년대 표면화된 이후 오늘날 보편적인 담론이 된 이 주의에 대해 왜 사람들은 반대하는가? 도대체 신자유주의가 무엇인가? 만일 그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들을 얻고 싶다면 이 책을 보는 것이 좋다. 필자 역시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신자유주의 올바른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다. 세계적인 지리학자이자 사회과학자인 데이비드 하비 교수의 "신자유주의"라는 책. 250페이지로 이루어진 이 책은 신자유주의의 간략한 역사와 여러 적용 사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정책들에 대한 비판, 그리고 미래 사회의 대안을 담고 있다.

이 책에서 하비는 두 가지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하나는 '착근된 자유주의'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탈취에 의한 축적'이란 개념이다. 전자는 자유주의 경제로 인한 세계 대공황을 겪은 미국에서 시장 과정에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출발한다. 즉, 국가는 완전고용과 경제성장, 복지정책을 향상시키기 위해 자본가들의 놀이터인 시장에 의무감을 가지고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케인스주의라고 하는데, 하비는 이를 착근된 자유주의라고 하면서 개념을 확장시켰다. 

197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착근된 자유주의'는 나름대로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실업과 인플레이션의 고조, 자본축적의 위기가 닥치면서 자본가들의 파이가 줄어들자 그들은 시장과정에 대한 정부의 개입을 부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공개적인 요구를 받아들인 정권이 레이건 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였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축소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즉, 자유로운 시장 경쟁 체제에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 국가는 가급적이면 시장과정에 개입하지 말고, 법에 의한 통치와 제도화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원하라는 논리이다. 이를 위해 공기업을 민영화시켜 자유시장체계에 편입하고, 국가의 공적 재산들(물, 산림, 공기 등)을 각종 규제에서 풀어내서 상품화시키는 것이다. 또한 자본가들의 이익 증대를 위해 세금 부담을 줄이고 그 대신 서민들의 복지 정책을 축소시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시장, 자유무역, 자유송금 등 사적 소유의 자유 등을 보장하는 장치다. 또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를 재조직하려는 이론적 설계의 실행이다. 신자유주의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자유방임주의를 새롭게 재조직하자는 것이다. 

초창기 자본주의는 자본가들의 자유로운 상품시장에서 출발했고, 이를 국가가 규제하는 것은 부도덕한 일로 치부되었다. 그러나 자유시장은 부익부, 빈익빈의 결과를 낳았기에 국가가 개입하여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나타난 것이 사회민주주의 국가 체제였다. 국가의 개입에 의해 복지제도가 활성화되었고, 자본가들의 무제한적 탐욕을 어느 정도 규제하게 되었다. 그러나 과도한 국가의 개입에 의해 시장경제가 위축되면서 자본축적이 어려워지자 자본가들은 다시 국가의 간섭이 필요 없다고, 심지어는 국가의 규제가 자유로운 시장 경제를 망친다고 아우성을 쳤던 것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작은 정부, 작은 세금, 작은 복지였던 것이다.

레이건, 부시, 클린턴, 다시 아들 부시로 이어지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권은 자유라는 단어 하나로 하위 계급의 자유를 억누르는 정책을 구사했다. 그들은 자유라는 보편적 가치를 주장했지만 이는 시장의 자유, 자본가들의 자유에 불과했다. 또한 그들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신장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상위 계급의 자유와 권리에 불과한 것이다.

여기에서 도출되는 중요한 개념이 바로 '탈취에 의한 축적'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의 자유가 확대되면서 경제가 성장된다는 논리를 펴고 있으나, 실제 세계 전체의 성장률을 숫자로 짚어보면 후퇴하였다는 증거가 드러난다. 1960년대에는 세계 경제의 성장률이 3.5%였다. 그러나 70년, 80년, 90년, 2000년대를 거치면서 성장률은 계속 떨어져 결국 1%로 되고 말았다. 결국 이것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와 시장의 자유가 성장률을 증가시킨다는 것이 허구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탈취에 의한 축적'은 힘 있는 상위 계급이 하위 계급의 부를,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부와 자원을 탈취함으로써 자본 축적이 한쪽으로 쏠린다는 것이다. 노동생산성의 향상을 통한 부의 창출이 아니라 일방이 다른 일방의 재산을 빼앗아서 생긴 부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게 바로 신자유주의의 결과물인 것이다. 그래서 나타난 것이 '철저한 부의 양극화'였다. 

국내의 경우를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삼성, 현대, SK, 한화로 대표되는 한국의 재벌은 200조 원대의 부채를 은행권에 지고 있으면서도 계열사를 늘리면서 엄청나게 덩치를 키웠다. 반면, 중소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폐업하거나 거대 재벌의 계열사로 편입되고 있다. 또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중 상위 소득 20%가 전체 소득의 3분의 2 이상을 가져간다고 한다. 월급쟁이의 경우 억대 연봉자가 20만 명이지만 하위 20%의 월급쟁이 평균 소득은 1480만원에 불과하다. 부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비 교수가 말한 '탈취에 의한 축적'은 신자유의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개념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개인의 권리 신장의 실상'은 '상위 계급의 권리 신장'에 불과하다는 것, 상위 계급이 자신의 부를 더 확대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철저히 자기네들 위주로 재편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세계은행을 통해 개도국을 대상으로 하는 세계적인 부의 재분배와 동일하다.        

하비 교수는 책에서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를 체계적이고 함축적으로 설명하였다. 또한 다양한 국가(러시아, 중국, 아시아 등)들의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화 과정을 보여주었다. 특히 그는 중국의 신자유주의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계급투쟁이나 급격한 제도 변화 없이 신자유주의로 전환한 중국은 공산당과 국가의 개입에 의한 신자유주의화라는 독특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신자유주의화 과정이 중국에 스며든 결과라고 보았고, 이를 통해 중국에서는 새로운 상위계급이 창출되었다고 말했다. 결국 신자유주의는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대신 탈취에 의한 축적을 통해 부를 불균등하게 재분배하는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상위 계급의 권력을 회복하거나 새롭게 형성(중국)하는 체제인 것이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 하비 교수는 이에 대하여 명확한 대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그가 은근하게 주장하는 바는 의외로 도덕과 정의와 같은 추상적 개념이다. 그는 미국 내에서 몇 년 안에 대중적 사회민주주의 정치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또한 정치적 조직의 지형을 시민사회 전역에 걸친 사회운동으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생산-소비체제에 대한 국지적 경험, 도덕 경제의 관점에서 대안적 사회관계를 위한 희망,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정의와 결합된 개방적 민주주의 등. 언뜻 실행되기 쉽지 않은 개념들로 대안적 체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국 독자의 몫으로 돌리는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하비 교수의 '신자유주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초보적인 해설서이자 역사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의 저작들 중 아주 짧은 분량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나름대로 함축과 분석력이 뛰어난 책이다. 신자유주의 개념 정리를 원하는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사료된다.

자유라는 개념 앞에는 모두가 동등하다. 그러나 모두가 동등하다고 느낄 때, 하나의 결정적인 준거는 어김없이 작동한다. 바로 "힘"이다. 힘에 의해 모든 것이 지배되는 세상. 강대국이 개도국에게 강제하는 신자유주의. 한국이 IMF의 요구에 의해 구조조정과 공기업 민영화, 외국인 기업가 혜택 확대 등은 엄청난 국민적 고통을 요구했다. 이는 다른 개도국들에도 마찬가지다. 역설적으로 쌍둥이 재정 적자로 시달리는 미국은 IMF의 구제 금융을 받아도 100번은 더 받아야 할 처지다. 그러나 세계 최강대국 미국은 힘의 논리로 동등한 권리를 무너뜨리고 있다. 하비 교수는 바로 이런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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