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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잘해서 승리한 게 아니다

[주장] 국민이 실어준 힘, 제대로 써야 2012년 기대할 수 있다

등록|2011.04.28 19:01 수정|2011.04.29 09:56
27일 재보선 결과에 따라 민주당과 한나라당은 희비가 엇갈렸다. 이번 재보선은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냉엄한 평가라는 점에서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은 '울었고', 지지부진하던 민주당은 '웃었다'. 아무튼, 이번 재보선의 결과는 민심의 향방을 가늠한 중요한 선거였음은 분명한 일이다.

그런데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가 너무 들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스스로 '승리'라고 말하고 있지만, 국민으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 선택한 차선이라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행보에 질린 국민이 그들에게 경고장을 가장 확실하게 던질 수 있는 카드가 한나라당에 표를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그러니까 기꺼이 당신들을 믿고 지지하겠다는 표현이라기보다는 차선으로 민주당을 선택하고, 내년 선까지 어떤 행보를 걷는지 지켜보겠다는 뜻이 더 맞을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민주당이 지지부진하게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그 역시도 심판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 이번 재보선의 결과다.

지난 3년 동안 민주당은 무엇을 했는가?

▲ 4.27 재보선 분당을에서 당선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동료의원들로부터 축하를 받으며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이명박 정권 3년 동안 민주당은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시작된 촛불집회가 진행됐을 때도 민주당은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그저 사태를 관망하면서 적당히 처신한 것 외에는 없었다. 거대 야당을 만들어주지 못한 국민의 잘못도 있지만, 국회가 열릴 때마다 대안을 내어놓고 국민의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그냥, 싸움만 하다가 깨지고 돌아오는 무능력한 야당의 모습만 보여주었을 뿐이다.

결국, 한나라당에 질질 끌려다니며 4대강 사업에서부터 FTA까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막질 못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 대안을 가지고 거대 여당이 추진하는 사업의 허구와 실체를 드러내는 일에도 아마추어적이었다. 심지어는 한 개인-송기호 변호사가 밝혀낸 FTA 협정문의 불일치(오류)지적-보다도 못한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은 힘으로 밀어붙이는 한나라당에도 대안없는 민주당에도 실망을 느꼈다.

지난 3년 동안 민생경제는 파탄이 났으며, 사교육비로 인한 학부모의 경제적인 어려움은 더욱더 가중되었고, 대학등록금 인상과 생필품비 인상, 빈부격차의 심화, 남북관계의 경색 등 퇴보 일로였다. 한나라당 책임이 가장 크겠지만, 이에 대해 민주당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의 마음, 선거 때만 읽지 말고 평소에 읽어라

선거가 끝나고 나면 늘 하는 이야기가 '민심'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민심의 향배'를 보았다고 하며, 반성한다고도 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열심히 하겠다고도 한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선거가 끝난 다음에만 민심을 읽겠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평소 민심을 읽는 것이다.

4.27 국회의원 재보선이 진행된 분당을 지역은 과거에 여당 후보가 71%지지를 얻은 지역이었으나 한나라당이 패배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민주당은 분당을과 강원도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고, 김해을에서는 야권단일화후보가 승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나라당 예측도 비슷했다. 이는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어떤 특정한 세대의 반란 정도로만 이해하면 곤란하다. 그것이 정치권의 숙제다. 민심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했다고 내년 총선에서도 승리할 것을 장담할 수 없다.

더군다나,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민주당이나 손학규 대표가 대안이라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최악을 피해야 하는 상황에서 차선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가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민주당이 잘해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고 싶은가? 제대로 해라

그럼에도 기대를 접고 싶지는 않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이번 재보선의 결과 때문에 어떤 행보를 보일지 모르겠지만, 분당이 되지 않는다면 더욱 공고하게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모른다. 어찌됐던 이번 재보선을 통해서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는 힘을 얻었다. 그 힘을 잘 이용하길 바란다. 그렇게 힘을 실어주었는데도 과거와 비슷하게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국민은 언제든지 지금의 선택을 뒤집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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