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상상력 키우려면 차라리 빈방에 넣어라"
[저자와의 대화] <상상목공소> 저자 김진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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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에게 상상력을 가르친다고? 차라리 빈 방에 넣어라” <상상목공소>의 저자 김진송 씨는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를 찾아 상상력의 원천이 진심으로 상대가 되어 생각해보는 '역지사지'에 있다고 강조했다. ⓒ 오대양
들에 핀 많은 꽃들. 모두가 같은 모양, 같은 특징을 가진 것들로 보이지만 '상상력'을 발휘한 작가의 눈에는 하나하나가 자신만의 개성으로 빛나는 꽃들입니다.
그리고 기발한 상상력들은 곧 목수의 작업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상상력을 통해 세상의 요모조모를 살펴보는 목수의 목공질은 끊임없이 우리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허뭅니다.
▲ <상상목공소>의 저자 김진송씨가 27일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 ⓒ 최인성
남다른 상상력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목수 김진송씨의 솔직한 조언을 담은 책, <상상목공소>.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와 <목수일기> 등의 저술활동을 통해 현대사회와 물질문명의 핵심을 꿰뚫어 온 김씨는 27일 오후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오마이뉴스> '저자와의 대화'에서 상상력의 원천은 진심으로 상대가 되어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에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메뚜기가 있는데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 메뚜기 한마리가 뛰어다닌다. 아이들에게 시를 써보라하면 '메뚜기는 얼마나 추울까요, 얼마나 쓸쓸할까요'하고 쓴다. 감정이입이 됐기 때문에 참 괜찮다 할 수 있다. 하지만 메뚜기의 시각으로 보면 전혀 다른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 메뚜기 일주일밖에 못 산다 하면 비가 올 확률은 굉장히 낮다. 메뚜기에게는 비가 이만큼 크다. 물폭탄이다. 그런데 '메뚜기는 얼마나 추울까요' 가지고 될까?"
폭력성과 타자화, 차별 등 현대사회의 병폐를 극복하는 일도 자연의 시선, 곧 상상력을 갖추는 것에 답이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공감과 이해가 인간 사회에 익숙해진 서열화를 무너뜨리고 균일한 관계를 만들어 낸다는 겁니다.
"우리 안의 타자는 정상인에 대해 장애인이고, 남자에 대해 여자, 서구에 대해 비서구다... 타자화하는 방식으로 세계는 굴러왔다. 그것을 철폐하는 방식은 자연의 눈으로 보는 것이다. 착취나 갈취 말고 타자의 시선으로, 자연의 시선으로 다시 보면 차별이나 폭력이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작은 희망을 가져 본다.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다."
▲ <상상목공소>의 저자 김진송씨가 27일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열린 '저자와의 대화'에서 강연하고 있다. ⓒ 이종호
김씨는 기업들이 강조하는 '창의력'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기업의 경쟁 시스템이야말로 창의적 작업을 막기 때문입니다.
"창의성은 사회적 문제지 개인의 특질이나 자질이 아니다. 기업이나 학교에서 개별적인 창의성 교육한다는 것은 오류다. 백날해도 안된다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창의성 봐주려는 시선없이는. 경쟁이라는 사회에서 창의성이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창의적으로 경쟁하려 한다. 경쟁도 창의적으로 하고, 창의성도 경쟁을 통해 도달하려 한다. 저는 안될 거라 생각한다."
학교와 학원,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아이들이 상상력을 키워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씨는 '심심해야 하는 것'이 상상력의 가장 큰 조건이라며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 아이를 넣어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들을 아무것도 없는 방안에 처박아놔라. / 장판 뜯다가 곰팡이를 발견해. 곰팡이 들여다보면 빨간 곰팡이, 파란 곰팡이, 하얀 것이 잔뜩 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무늬가 알록달록하다, 그 크기가 조금씩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아이는 곰팡이를 보며 무한한 상상을 시작한다. 상상력의 가장 큰 조건은 심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유의 자유롭고 발칙한 사유로 경험과 상상의 세계를 넘나드는 종합지식인 김진송의 신간 <상상목공소>. 저자는 상상력을 통해 자신의 지평을 무한히 확장하는 즐거움에 독자 스스로 발 디뎌 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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