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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합장면 왜 촬영 안 했냐" 후배들 감금·폭행

신성대학 태권도학과 폭행 사건 '쉬쉬'... 학교 측 2주 넘게 사실조차 파악 못해

등록|2011.04.30 10:51 수정|2011.04.30 11:53
[기사 대체 : 30일 오전 11시 40분]

▲ 선배에게 쇠파이프로 맞아 엉덩이에 심하게 멍이 든 한 피해학생 ⓒ 최운연(당진시대)


한 대학의 태권도학과 선배가 후배들을 모텔방에 감금한 후 쇠봉 등으로 마구 구타한 일이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그런데도 대학 측은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총장 비서실로 전화할 때까지 2주 넘게 사실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충남 당진에서 발행되는 <당진시대> 보도와 피해 학생 학부모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30일 신성대학(총장 이병하, 충남 당진군 정미면) 생활체육계열 태권도학과 2학년 김아무개(21)씨는 전남 영광에서 열린 태권도대회 시합장면을 제대로 촬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회장 인근과 숙소에서 같은 학교 학과 1학년 후배들을 구타했다. 이 과정에서 한 학생은 정신을 잃기도 했으며 2명의 학생이 각각 전치 3주에서 5주에 이르는 부상을 입었다.

피해자 측 부모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시합장면을 카메라에 제대로 촬영하지 못했다며 대회장 인근에서 같은 학과 1학년 강아무개씨와 김아무개씨의 머리와 몸통을 각각 주먹으로 때렸다. 이어 장소를 옮겨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박게 한 후 15차례 걸쳐 머리와 목을 발로 밟았다.

김씨의 폭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11시경 숙소인 모텔로 돌아와 1학년 학생 10여 명을 방으로 모이게 한 뒤 방문을 잠갔다. 이어 나머지 학생들을 뒤돌아서게 한 후 이중 앞서 폭행한 김씨와 강씨를 비롯 손아무개씨 등 3명을 약 2시간에 걸쳐 쇠봉으로 엉덩이를 각각 63대씩 때렸다. 또 발로 걷어차고 밟으면서 쇠봉으로 머리와 목, 명치 등을 찍고 내리쳤다. 이 과정에서 김아무개씨는 손뼈가 부러지고 나머지 두 학생은 심한 타박상으로 각각 전치 3주에서 5주의 진단을 받았다. 강아무개씨의 경우 폭행을 당하다 순간 정신을 잃기도 했다.

해당 학과 교수들, 학교당국에 알리지 않고 '쉬쉬'

▲ 신성대학 전경 ⓒ 신성대학 홈페이지


하지만 이 사건을 인지한 해당 학과 교수들은 학교 측에 폭행 사실을 알리지 않고 사건을 덮으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해당 대학 측은 사건 발생 2주 후 가해자 아버지가 총장실에 전화를 할 때까지 사실 자체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해당 학과 교수는 "사건이 알려질 경우 해당 학생들이나 학과, 학교에 커다란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원만히 해결하고자 중재역할을 해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총장실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아들(가해 학생)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는 것이 당황스러울 뿐"이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학과 교수들이 폭행사건을 쉬쉬하는 동안 가해 학생은 학교를 다닌 반면 피해 학생들은 두려움에 학교 가기를 꺼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학생 부모들은 "폭행을 당한 아이들이 2주간 입원치료를 받다가 중간고사 등으로 학교 수업을 받기 위해 학교에 갔으나 가해 학생이 버젓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학교 가기가 무섭다고 했다"며 "학교 측에 해당학생과 격리될 수 있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피해 학생들은 치료 도중 학교 수업에 복귀했으나 선배들과 동기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며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피해 학생의 부모는 "학교에 가서 선배들에게 인사를 해도 인사도 받지 않고 동기들도 거리를 둬 학과 내에서 세 명 모두 왕따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가해 학생은 등교... 격리요청에 "휴학계 내도록 조치했다"

▲ 신성대학 생활체육계열 안내판 ⓒ 최운연(당진시대)

그러나 학교 측은 피해 학생 부모들의 요청에 가해 학생에게 휴학계를 내도록 하는 조처를 취하는 데 그쳤다. 한편 학교 측은 생활체육계열학과 홈페이지를 통한 '총장 특별지시사항'과 '태권도 전공 교수님 전달사항'을 통해 흡연, 음주, 복장, 언행 등에 대한 철저한 지도요청과 함께 '폭행사고시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점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학과의 교수는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어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하면서도 "운동선수로서 음주와 흡연을 금하고 있었으나 해당 학생들이 대회 당일을 비롯 평소에도 담배를 피우고 시합장에서 비디오 촬영을 하며 졸고 있는 등 학교생활에 불성실해 선배 입장에서 기강을 바로 잡으려 했던 것이 사건이 커진 것 같다"고 말해 인식차를 드러냈다.

피해 학생 학부모들은 학교 측의 미온적 태도와 가해자 아버지의 언행을 참을 수 없다며 지난 19일 가해 학생을 경찰에 고소했다.

한 피해 학생의 부모는 "두 시간 동안 감금한 채 손뼈가 부러지고 앉지 못할 정도로 엉덩이를 구타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건이 확대되길 원치 않아 원만히 해결하고자 했으나 가해자 아버지의 납득할 수 없는 언행에 고소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성대학 측 관계자는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총장 비서실로 전화해 구타사건이 발생한 것을 알게 됐다"며 "현재 정확한 진위 파악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가해 학생과 가해 학생의 아버지와는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한편 신성대학 인근 상가 상인들은 "생활체육계열학과 학생들이 선배에게 멀리서도 달려와 90도로 인사하며 큰소리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친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그나마 요즘에는 많이 좋아졌다"며 "예전에는 조폭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 같을 정도로 위화감을 조성하기도 했다"고 평소 분위기를 전했다.

신성대학은 1993년 학교법인 태촌학원으로 시작해 신성전문대학을 거쳐 1998년 현재의 신성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했다. 학생 수는 4000여 명(20여 개 학과)으로 생활체육계열로는 경호경비, 레저스포츠, 태권도학과 등이 있다.

"사건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학교에 알리지 않은 것"
[인터뷰] 신성대학 태권도학과 지도교수


다음은 신성대학 태권도학과 지도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가해 학생은 지금 어떻게 됐나?
"휴학계를 내고 고향인 울산에 내려가 있다. 부모들의 요청도 있었고 가해 학생이 학교생활을 지속하게 된다면 피해 학생들이 힘들어 할 것 같아서 휴학하고 군대에 다녀오도록 했다."

-어떻게 해서 이번 사건이 발생했나?
"운동선수로서 음주와 흡연 등을 금지하고 있는데 해당 학생들이 흡연을 많이 하고 평소 학교생활이 불성실해 선배입장에서 기강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대회 당일날에도 시합을 앞두고 담배를 피우고 시합장에서 비디오 촬영을 하며 졸고 있는 모습이 선배의 눈에 보기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가해 학생이 두시간 동안 감금하고 쇠파이프로 폭행했다고 하는데?
"쇠파이프는 아니다. 숙소인 모텔의 옷장 속에 있는 옷걸이 봉이라고 들었다. 어찌 되었건 지도교수인 제가 잘못 가르쳐 생긴 일이다. 죄송스럽고 부끄럽게 생각한다."

-(태권도학과에서) 사건을 축소해 조용히 끝내려 했던 것 아닌가?
"조용히 끝내려 했다기 보다 잘났건 못났건 모두 제자들이다. 구타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늘 강조해왔다. 이번 사건이 합리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중재역할을 해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 학교측은 가해자의 아버지가 전화해서 알게 됐다고 하던데?.
"피해자 부모가 총장실에 전화한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해자 부모가 전화했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학교 측에 알리지 않은 것은 사건을 합리적이고 원만히 해결하고자 했던 것이다. 사건이 알려진다면 해당 학생들이나 학과, 학교에 커다란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가해 학생의 아버지가 총장실에 전화 걸어 자신의 아들(가해 학생)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는 것이 당황스러울 뿐이다."

-해당 학생이 사건 발생 후 학교생활을 지속적으로 해왔다고 하던데?
"사건 발생 후 피해자 학생 부모들의 요청에 따라 휴학계를 내도록 했다. 군대에 지원하기 위해 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왔다가 해당 피해 학생들과 마주친 것으로 알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신성대학 태권도학과는 전국적으로 상위권에 있는 학교다. 각종 국내외 대학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학교에서도 태권도학과에 많은 지원을 해주며 당진군내 각종 행사에 태권도 시범단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일로 학생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았으면 한다. 이유를 떠나 구타 사건이 발생한 것에 전임교수로서 잘못이 크다고 생각한다. 부끄럽고 반성한다. "/ 최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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