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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안아주고 손잡아 줄 이웃의 관심이 필요해요"

잊혀지고 비난 받는 것이 더 힘들다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

등록|2011.05.01 11:33 수정|2011.05.01 11:36
우리에겐 따뜻한 관심을 지닌 이웃이 필요해요

김제동씨와 사진을 찍는 아이들여느 아이들처럼 밝고 환한 미소 뒤에 치유되지 않은 내적 상처가 있다. ⓒ 이명옥



아이들이 가위 바위 보에서 지면 언니 누나를 잡으러 뛰어 다니고 엎드려서 종이접기를 한다. 하하하 즐거운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평택 시청 대회의실은 여느 가족의 봄나들이 장면과 다를 바 없다. 그 보통의 장면이 특별해 보이는 것은 그들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이기 때문이다.

명진 스님이 아이를 안아주고 있다.명진 스님과 활짝 웃는 어린이 모습이 환하기만 하다. ⓒ 이명옥



4월 30(토) 평택 시청에 명진 스님, 김제동, 가수 박혜경과 레몬트리, 유원일 의원,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와 정혜신 박사,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들과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이들이 모였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들의 심리 상담을 맡아온 정혜신 박사가 해고노동자 가족과 함께 걷고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한 것. 시민사회 활동가 출신으로 쌍용자동차 파업 현장에서 각목에 맞아 치료까지 받은 유원일(창조한국당) 의원은 점퍼 차림의 소탈한 모습 그대로 조용히 들어와 쌍용자동차 가족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용산, 외환은행, 쌍용자동차 등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함께하는 유원일 의원은 현장 사람들에게 이웃이나 선배 동료같은 이미지로 다가올 것이다.

27일 <스님은 사춘기>라는 책  출판기념회를 연 명진 스님은 건물 밖에서 쌍용가대위(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 대책위) 관계자를 만나 신도 한 분이 건네줬다는 100만원이 든 봉투와 스님의 책 선인세 1000만 원이 든 봉투를 조용히 건넨 후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 함께 한 시민들과 손을 잡고 길을 걸으며 담소를 나눴다.

명진 스님 배고팠던 유년 시절로 '식탐' 있다 깜짝 고백도

명진 스님배고픈 것을 못참는다는 이야기에 근엄한 스님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 이명옥



"이렇게 인기가 많으니 아무래도 대통령 출마를 고려해 봐야겠다. 한 표를 부탁한다"는 편안한 농담으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 명진 스님은 식탐이 있다는 깜짝 고백으로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대화를 이끌었다.

"나는 지금도 배가 고픈 건 못참아요. 배가 고프면 화가 나요. 다스려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고요. 음식을 보면 다 못 먹을 것을 알면서도 잔뜩 가져다 놓고 옆에 사람의 양과 누가 더 많은지 눈으로 슬쩍 비교해 보기도 해요."

김제동씨도 집이 철거되었던 아픔의 순간, 아버지와 같았던  매형의 죽음 등 가족사를 들려주어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에게 위로와 웃음을 선사했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심리치료를 맡아 '치유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정혜신 박사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아무것도 가져오지 못한 빈손에 대한 부끄러움을 전했다.

유원일 의원(창조한국당)은 인터뷰를 통해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문제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범죄의 현장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며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는 고충을 전하며 시민들에게 존경은커녕 경멸을 받는 정치인의 굴레를 벗고 행복하고 신명나게 일하던 시민단체 활동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개인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족의 어느 갠 날

ⓒ 이명옥


"해고 노동자 가족이 된 뒤 오늘처럼 많이 웃은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상담을 받으면서 매번 울었거든요. 오늘도 이 시간이 끝나면 상담을 받겠지만  웃었던 일을 생각하며 또 울 것 같습니다. 김제동씨 웃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해고 노동자 가족이 된 이후 경제적인 문제도 힘이 들었지만 더 견디기 힘든 것은 우리를 범죄자 취급하는 사람들의 눈길이었어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그걸 증명할 길이 없고
우리를 폭력집단으로 바라보는 이웃의 싸늘한 시선이 힘들어서..."

말끝을 다 맺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의 이야기에 함께 한 이들의 눈가도 젖어든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문제는 국가가 개입해 1만명의 해고자를 만들어 내고 14명의 죽음을 불러온 사회적 살인의 현장이다. 그런데  피해자인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이웃의 왜곡된 시선과 무관심을 더 두려워하며 외상과 내적 상처에 아파한다.

과연 누가 저들의 이웃이 되어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주고 그들의 손을 잡아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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