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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참패 당연... 남의 탓만 한다"

[재보선 당선자 인터뷰]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 "대권 도전, 스스로 부족하다"

등록|2011.05.03 14:04 수정|2011.05.03 14:04

▲ 4.2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한나라당 김태호,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은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쇄신 논의가 활발한 여권에 대해 "서로 희생하려는 자세가 없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그러면서 그는 "그저 정부 탓하고 당 탓하고 남의 탓만 했다"며 "버리는 모습이 없고 전부 얻고 가지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나 한나라당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 위해 고민을 했는데, 그런 정책의 결과들이 실제 바닥에는 전혀 와 닿지 않는 것 같다"면서 "기본적으로 바닥 정서나 국민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고 진실성이 결여되면 미래가 없고,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국민 생활 속에 펄펄 살아 있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며 "그래야 미래도 있다. 그것이 안 되면 정권 재창출도 없다"고 밝혔다.

한편 그는 '대권' 도전 의사를 묻는 질문에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을 실망시켜 드렸다, 그런 것을 할 여력도, 자격도 없다"고 대답했다.

김 의원은 지난 4월 27일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야권단일후보였던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 경남 거창이 고향인 그는 거창군수와 경남도지사를 거쳐 지난해 8월 국무총리로 내정됐다가 청문회 벽을 넘지 못하고 사퇴했다. 사퇴 후 중국에서 유학을 하다가 지난 3월 초 이번 선거를 위해 귀국했다. 그는 선거에 당선하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다음은 1일 저녁 김해에서 김태호 의원을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이다.

"지역발전의 적임자를 선택한 것"


▲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 김태호 당선자와 고배를 마신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28일 오전 김해시 장유면 창원터널 입구에서 다소 불편한 악수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선거 초반만 하더라도 여론조사에서 지고 있었다. 승리 요인은 무엇이라 보나.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과연 지역 발전의 적임자가 누구인가 하는 고민이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것 같았다. 김태호는 경남지사를 두 번 하고, 실망시키기는 했지만 총리 후보까지 갔다 왔으니 다시 한 번 기회를 더 주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들이 있었던 것 같다."

- 반대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패한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지.
"단순히 보면 이렇다. 김해는 야당 강세지역이고, 구도상 질 수 없는 선거라 보고 거기에 기댄 것 같다. 이봉수 후보는 충분히 잠재력도 있고, 역량도 있다. 그러나 지역 발전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본다."


- 선거운동 시작 전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는데, 무슨 마음이었나. 하지만 선거 끝난 뒤에는 참배하지 않았는데.

"고 노무현 대통령은 우리의 영원한 대통령이다. 그 분이 살아생전에 가졌던 가치, 즉 사회통합 가치라든지 지역을 뛰어넘는 가치, 그리고 특권 없는 사회에 대한 가치, 또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도전 의식 같은 것은 이어가야 할 소중한 가치이고 계승해 가야 한다. 이런 가치들을 정파에 따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활용한다면 도의가 아니다.

오히려 노 대통령의 정신과 가치를 우리가 공유하고 나누어 가는 게 후배의 도리다. 그런 생각으로 참배했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참배할 시기를 보고 있다. 선거 끝나고 난 뒤에 노건평(고 노무현 대통령 친형) 회장한테도 전화를 해서 걱정을 해주어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다. 고생 많이 했다고 하시면서 김해 발전을 위해 힘을 써 달라고 주문하시더라."

- 오는 5월 23일 고 노 대통령 서거 2주기인데, 추도식에 참석할 것인가?
"당연히 참석할 것이다."

- 선거운동 기간에 이재오 특임장관실 직원의 수첩이 김해에서 나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처음 그 소식을 듣고 무슨 소리인가 했다. 이후에 들어보니까 내용도 없고, 뚜렷한 근거도 없는 것 같더라.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선거에 파장을 끼칠까 걱정한 것은 사실이다. 국민참여당이 그런 부분을 지나치게 과대포장해서 성명서를 낸 것은 안타깝다. 관권 선거 이야기도 있었는데, 경남지사와 김해시장도 야당인데 관권 선거는 앞뒤가 맞지 않다."


- 혹시 특임장관실과 사전에 소통을 했는지 궁금하다.

"그런 일은 전혀 없다. 내 스스로 한나라당 중앙당에서 내려오지 말라고 했고, '낙동강선'을 넘지 말라고 한 마당에 특임장관실에 뭐하려고 도와 달라고 하겠느냐. 혹여 특임장관실에서 도와준다고 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것이다. 심지어 어떤 분이 경남 쪽에서 이재오 장관을 초청해 특강이라도 하면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제안하기에, 그 자체도 오해를 살 수 있어 안 된다고 했다."

-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김해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이봉수 후보 지원유세를 했다. 유 대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분에 대해서는 좋은 느낌을 갖고 있다. 그 분도 나라의 미래에 걱정하는 한 분이시다. "

-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재보선까지 야권단일화가 큰 흐름이었다. 내년 총선에서도 야권연대나 정치연합이 더욱 강도 높게 진행될 것이라 보는데.
"단순한 선거 승리를 위한 야권연대, 이익을 추구하는 연대다. 진짜 중요한 것은 정책이나 가치, 방향이 옳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도 옳은 길이라 생각할 것이다. 선거 때마다 야권연대라고 하는데, 정책과 가치가 다른데 선거 승리만을 위해 하는 것이 과련 옳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렇게만 간다면 국민들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다."

"한나라당 참패는 당연...'내 탓' 없고 '네 탓'만 있다"

▲ 4.27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김태호 의원이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안상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 당선 확정 뒤 소감으로 "정부도 더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했다. 좀 더 설명한다면?

"정부나 한나라당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기 위해 고민을 했는데, 그런 정책의 결과들이 실제 바닥에는 전혀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국민들에게 이해를 구하고, 정책 파급효과를 위해 많은 분들이 고민한 흔적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 서민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서민이 아니라 부자만을 위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바닥 정서나 국민의 신뢰가 전제되지 않고 진실성이 결여되면 미래가 없고,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 지난해 국무총리 후보 청문회 때 국회의원들에게 혹독한 질문을 받았는데, 이번에 국회의원이 되어 의사당에 들어가 보니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국회의원들에 대해서 이해한다.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도 없고, 정치 구도를 봤을 때 김태호라는 존재가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내 스스로 총리로 그 일을 수행할 만한 '내공'이, '공부'가 덜 됐다고 본다. 그 뒤 중국 유학 길에서도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참패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당연한 결과다. 서로 희생하려는 자세가 없었다. 그저 정부 탓하고 당 탓하고 남의 탓만 했다. '내 탓이다'하는 부분은 없다. 그런 것을 버려야 한다. 버리는 모습이 없고 전부 얻고 가지겠다는 생각뿐이다. 한나라당이 국민에게 미래와 비전을 주어야 하는데 희미하다."

- 한나라당  내부에서 쇄신의 목소리가 높다.
"사람이 바뀌었다고 해서 국민은 한나라당이 달라졌구나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교체니 심판이니 하는 말은 정치적 용어다. 바닥 민심은 먹고 사는 문제, 아이 키우는 문제, 자식 취업 문제가 더 절실하다. 정치를 위한, 정치인을 위한 잔치가 아니라 국민 생활 속에 '펄펄' 살아 있는 정치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도 있다. 그것이 안되면 정권 재창출도 없다. 상대인 야당도 마찬가지다.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더 정신 차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 재보선 뒤 청와대 개편, 내각 개편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 선거 이후 정신이 없어 그것까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민심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형태로 개편이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치권자가 그런 민심 수습 차원에서 개편을 진행하리라고 생각한다."

- 한나라당 원내대표나 당대표 경선에 대해 어떤 생각인지?
"임기 1년의 의원이다. 당이 처절하게 변해야 한다는 그런 믿음을 갖고 있다. 변해야 미래가 있다. 그러나 제가 해야 할 일은 김해를 위하는 일이다. 김해가 갖고 있는 현안이 많다. 이 문제를 푸는데 우선 역점을 두고 의정 활동을 할 것이다. 이제는 정말 김해시민으로, 김해시민의 꿈이 김태호 꿈이자 미래라는 생각이다."

"대권 도전?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 한나라당 대표나 최고위원 경선에 나설 것인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로지 김해시민을 위한 일을 생각할 것이다."

- 대권 도전은?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을 실망시켜 드렸다. 그런 것을 할 여력도 자격도 없다. 이제 김해시민의 평가를 받아 일할 기회 얻었으니까 열심히 일해서 지역 일꾼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


- 일부에서는 내년 총선에 고향인 경남 거창에 가지 않을까 하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된다. 김해를 떠나서는 저의 미래도 꿈도 없다."

- 김두관 경남지사의 도정이 1년 가까이 돼 가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에 있다가 와서 특별하게 모른다.  어떤 부분에서는 정부 정책과 갈등을 빚어 우려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김두관 지사가 추구하는 가치나 도정의 방향은 상당히 신선한 부분이 많다.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주의 깊게 챙겨 가고 있어서 기대하고 믿음을 갖고 있다."

- 김맹곤 김해시장은 민주당 소속이다. 김해 현안과 관련해 어떻게 협조해 나갈 계획인지 궁금하다.
"김해시장님이나 저나 김해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다. 그런 차원에서 협력이 안 될 것은 없다. 시장이 풀 수 없는 문제, 즉 중앙 차원의 예산 문제는 제가 나서서 풀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경전철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한 재정 보완이 필요하다. 결국 시장과 손을 잡고 가야 김해의 미래가 있다. 협조나 협력은 무난하리라고 본다. 제가 시장님을 잘 모시고 잘해 가는 게 시민을 위한 것이다."

-동남권신국제공항이 백지화되었지만 대구와 부산권에서는 계속 유치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일단 신공항 백지화는 잘못이다. 누군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것이다. 신공항 불씨는 살려내는 게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옳다. 국민소득 3만 달러와 4만 달러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인천국제공항에 이어 제2의 관문이 필요하다. 그러나 경남, 부산, 울산, 대구, 경북의 5개 광역시·도가 정치적 입지를 갖고 갈등해서는 안 된다. 5개 광역시·도가 세계 유수의 평가기관을 통해 후보지 평가를 받아 단일화를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해나가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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