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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BMK도 좋았지만, 밴드 장난 아닌데?

[TV리뷰] 새롭게 변화한 MBC <나는 가수다>

등록|2011.05.02 11:06 수정|2011.05.02 11:06
역시나 굉장했다. 지난 5월 1일 다시 방영된 MBC <나는 가수다>는 그 자체로 완벽히 부활했다. 예상한 대로다. 장르에서 최고의 가수를 모아놓은 방송이니 당연한 결과다.

최근에 난립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보석의 원석을 찾는 여행기라면, <나는 가수다>는 완벽하게 다듬어진 보석들을 감상하는 감동의 경연장이다. '차원이 다르다'라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나는 가수다>의 긍정적 변화

▲ 새로 시작하는 <나는 가수다>에서 '나는 나비'를 열창하는 'YB'의 윤도현. ⓒ imbc


특히나 새롭게 시작하는 <나는 가수다>의 경우, 과거 이 프로그램을 스스로를 묶어놨던 족쇄를 풀어냈다는 점이 상당히 고무적이다. '대중이 잊고 있었던 음악이 주는 감동'이라는 프로그램 취지와, 시청률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단 한 번의 서바이벌'이라는 요소는 사실 양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강했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러한 모순은 결국 재도전이라는 무리수를 낳았고, 프로그램은 잠정 중단이라는 결과에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무엇보다 이 부분에 대한 '룰'의 수정이 무엇보다 절실했고,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다음과 같은 보완점을 방송 초반에 발표했다. 첫 번째는 청중평가단의 투표방식이다. 기존 1인 1표제가 아닌, 1인 3표제로 확대된다. 1인 1표제의 경우, 가장 많은 2위표를 받았을 가수가 오히려 꼴등으로 탈락될 위험성이 있는 제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합리적인 변화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보완점은 현장 재도전을 없앤다는 것이다. 그 이전 <나는 가수다>의 재도전 논란은 그 재도전 룰이 즉석에서 급조된 데 원인이 있었다. 이 때문에 서바이벌 제도로 야기된 문제를 회피하려던 제작진과, 그 제안을 깊은 고민 없이 받아들였던 가수 모두가 언론과 대중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그래서 마지막 세 번째 보완점이 가장 큰 핵심이다. 그것이 바로 '단 한 번의 서바이벌'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3주간 '두 번의 경연 점수를 합산'하여 탈락자를 배출한다는 방식이 새로 도입됐다. 여기서 말하는 '두 번의 기회'란 알다시피 단순한 숫자의 변화만을 말하지 않는다.

이것은 그동안 프로그램 스스로가 어기고 있었던 논리, 즉 7명의 출연자들 모두는 단 한 번의 경연으로 매겨질 수 있는 차원의 가수들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자각했다는 증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 '두 번의 경연점수 합산'이라는 규칙은 가장 환영받을 보완점이다.

마지막으로 또 한 가지 추가된 점은 1등과 7등만을 발표했던 지난 방식을 벗어나, 1위부터 7위까지 랭크된 가수들의 순위를 방송 끝 무렵에 모두 밝힌다는 것이다. 이는 두 개의 점수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탈락자를 선정한다는 규칙이 생기면서 필연적으로 추가된 형식이라 생각한다. 이전에 일일이 가수들의 순위를 밝히지 않는다는 것에 불만을 품었던 시청자들이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다.

추가된 막강 '3인', 역시나 강력하다!

▲ 새롭게 가세한 3인의 가수이자, 최고의 여자 소울 보컬리스트 'BMK'. ⓒ imbc


그리고 이 모든 규칙의 변화보다 훨씬 더 주목해야 할 점은 다름 아닌 김건모, 백지영, 정엽이 빠지고 새로 투입된 3명의 '가수'들이다.

그 누구보다 깨끗하고 말끔하게 노래를 부르고, 팬들 사이에서는 '보컬 교과서' 혹은 '노래 기계'라고까지 불리는 연습벌레 김연우. 노래할 때만큼은 박정현의 말대로 '거룩하다'고 느껴질 만큼 노래가 주는 감동을 청자의 가슴에 그대로 내리꽂아버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여자 소울 보컬리스트 BMK. 대한민국에서 이렇게 노래하는 가수가 이전에, 아니 이후에도 생겨날까 하는 의문만 들게 하는, 작곡가 김형석의 표현대로 '나만 가수'인 임재범의 가세는 새로 시작한 <나는 가수다>가 가지는 최고의 가치다.

▲ '보컬의 교과서'로 불리는 '김연우'. ⓒ imbc

실제로 이들 3명의 가수들은 김연우의 경우 '토이'의 객원보컬로 활약할 때 불렀던 유희열의 '여전히 아름다운지', BMK는 그녀가 2005년에 발매한 2집 <소울 푸드(Soul Food)>에 실린 황세준의 곡 '꽃피는 봄이 오면', 임재범은 그의 4집 <스토리 오브 투 이어스(Story of Two Years)>에 실린 신재홍 작곡의 '너를 위해'를 불러보이며 <나는 가수다>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특히 임재범은 맨 마지막에, 말 그대로 강력한 포스를 풍기며 당당히 청중평가단 점수 1등을 차지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가장 감명 깊게 들었던 BMK는 4위, 조금은 편안한 무대를 보인 김연우는 6위를 차지하며 기존 출연자들을 긴장시켰다. 또한 지난 번에 1위를 차지했던 김범수는 오히려 7위로 떨어지며, 앞으로의 흥미진진한 행보를 예고했다.

아울러 YDS뮤직의 베이시스트 서영도, 한국 대중음악에 있어 필수조건인 드러머 강수호와 같이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지는 연주자들이 포함된 '하우스밴드'와, 음악감독을 맡은 정지찬 역시 보고만 있어도 왠지 든든해지는 <나는 가수다>의 지원군이다.

또한 그 전에 시청자들에게 은근히 많이 지적되었던 음향 역시도 이번 방송에서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평가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가수다>가 잠정 중단이 되기 전, 몇몇 무대에서 들린 정비되지 않은 소리들은 상당히 거슬렸다는 지적이 많았다.

재도전 논란에 묻혀버렸지만, 반드시 지적되어야만 하는 사항이었기에 이 음향 부분은 앞으로도 꾸준한 제작진의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며, 합리적인 스케줄 조절로 연주자들과 가수간에 충분한 리허설과 연습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겠다.

이제는 '진짜' 감상이다!

▲ 새로 시작한 <나는 가수다>에서 첫 1위를 달성한 '임재범'. ⓒ imbc


그래서 이제는 정말 '감상'만이 남았다. 사실 매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진정한 감상을 위해서라면 두 번이든 세 번이든 아예 서바이벌이라는 제도가 사라져야 한다는 마음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과연 주말 버라이어티에 서바이벌이 아니면 이처럼 대중들이 집중해서 음악을 들어줄 것인가를 감안하면 그러한 의견은 어디까지나 의견으로 묻어두는 게 옳다.

그리고 그러한 의견을 묻어도 될 만큼, 과거 보다 <나는 가수다>의 규칙은 합리적인 방향으로 선회했다. 이제 시청자들 모두가 정말 공연장에 온 것처럼, 약간은 안심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흡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무튼 아주 오랜만에 주말에 꼭 챙겨볼 방송이 생겼다. 음악에 감사하고, 노래에 감사하며, 가수들에게 감사하다. 이 후에도 노래와 무대 모두가 부디 순위에만 집중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언제나 그랬듯이 소중하게 노래 해주길 또한 바라며, 그만큼 모두가 소중하게 들어주기를 마지막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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