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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임하는 조용기 목사, 이게 끝이 아니다

[주장] 이제 순복음교회 등 대형교회가 반성할 차례

등록|2011.05.03 17:42 수정|2011.05.03 17:42

▲ 조용기 원로목사(국민일보 회장)와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 ⓒ 조용기 홈페이지


'조용기 목사, 53년 만에 모든 직책에서 사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각 언론사가 일제히 보도했다. 한 교회의 원로목사가 주요 직책에서 물러나는 것이 사회의 주 관심사가 된다는 것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75만 신도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양적으로) 교회라는 이유만은 아닐 것이다.

이 교회를 바탕으로 만든 기관들과 그 기관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다양한 문제가 있으며, 동시에 이 교회가 한국교회의 대형화를 원하는 보수 기독교 진영의 히트상품이라는 점에서 주요 화젯거리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보도는 '모든 직책에서 사임'했다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 물론, 지금이라도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목사로서 그의 행보를 바라보면 그다지 달갑지 않다. 한마디로 씁쓸하다.

교회 세습은 안 했지만, 가족들이 다 해먹었다

자신은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가족들에게 이미 막대한 부를 세습했다.

장남인 조희준씨는 <국민일보> 사장과 회장을 지냈으며 차남 조민제씨는 현 <국민일보> 사장이다. 삼남 조승제씨는 교회 관련 회사들을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조용기 목사의 아내는 한세대 총장이다.

과연 이 세 아들과 아내가 조용기 목사의 후광 없이도 다른 기업에서 이러한 직책을 맡으며 승승장구했을까? 이런 점에서 교회세습은 안 했지만, 온 가족이 교인의 헌금으로 만든 기관들을 세습한 것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사실 조 목사의 이번 사임 선언도 어쩔 수 없이 나온 측면이 있다. 조 목사는 3년 전 가족 비리를 검찰에 고발하려던 교회개혁실천연대 간부들에게 '3년만 유예해 달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년간 부인 김성혜 한세대 총장과 조희준 모자가 <국민일보>와 여의도순복음교회를 장악하려 한다는 말이 나돌면서 조 목사 가족의 교회 사유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국민일보> 노조는 조희준씨와 김성혜씨를 잇따라 비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여기에다 교회개혁실천연대도 조 목사에게 3년 전 약속을 실행하라며 조 목사의 사퇴를 압박했다. 조 목사의 은퇴 선언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조 목사는 6년 전에도 은퇴를 선언했으나 신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이번에도 역시 당회에서 삼고초려했으나 조 목사의 뜻이 워낙에 굳었기 때문에 받아들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당시, 정년에 은퇴했더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존경받는 목회자가 되었을 것이다. 안타까운 점이다. 교회가 조용기 목사 개인에게 너무 의존한 결과 여러모로 빛이 바래게 되었다.

순복음교회는 한국교회 기형적 성장의 표본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 구원론'은 한때 이단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으나 급속한 성장으로 세계 최대교회(양적으로)가 된 순복음교회를 상대로 이단 시비를 지속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삼박자 구원론이란, 예수 믿고 구원받으면 물질 축복, 건강 축복이 덩달아 따라온다는 이론이다. 믿고 구원받으면 한 박자, 그 후에 잘 살면 두 박자, 건강하면 세 박자라는 것이다.

한때, 이 삼박자 구원은 한국교회의 강단에서 전해지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천박한 축복, 천박한 자본주의화, 맘몬화의 길을 자연스럽게 열어준 것이다. 이런 천박한 구원론은 고난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독교를 기복 종교화하여 변질시키게 된다. 가히 이단 사설에 근접한다고 할 것이다.

조용기 목사의 '복음'은 그냥 '복음'이 아니라 '순' 복음이다. 그런데 조용기 목사 측은 세력확장을 위해서 불의한 정권과 손잡고, 그들을 위해서 축복 기도해 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찬기도회 같은 것도 이들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듯 순복음교회가 한국교회의 기형적 성장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용기 목사의 사임이 지닌 시사점이 크다. 왜냐하면, 기독교 1세대라고 할 수 있는 조용기 목사의 삼박자구원론 방식의 기형화된 기독교가 막을 내리는 서막이 될지, 아니면 지속적으로 재생산함으로써 한국교회의 정화기능을 잃어 버릴지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설에 휘말리는 한국교회 지도자들, 안타깝다

최근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라는 말이 회자한다. 아니, 최근의 일이 아니다. 꽤 오래되었다. 사회는 뒤로하고, 교계에도 어른이 없다는 말이 회자한다. 아니, 어른이 없다. 원로의 간판을 단 목사는 많지만, 원로다운 원로가 없다. 그들이 한마디 하면 '너나 잘하세요'하는 정도다.

얼마 전, 조용기 목사도 이명박 대통령 하야설과 일본 대지진 우상숭배설 운운하다 구설에 휘말렸다. 진중하지 못하고, 성서의 정신에 따라 깊이 있게 사고하지 않는다. 즉흥적이고 감각적이다. 보수진영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대형교회 목사들의 설교에는 기독교의 사랑이 없다. 그저, 삼박자 구원만 있다. 목사들이 정년 은퇴 후에도 교계에 힘을 발휘하려고 만든 한기총은 이런저런 추태로 말미암아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밥상에서 떨어지는 떡고물이나 얻어먹을까 노심초사하는 이들이 넘쳐난다. 이러니 한국교회가 위기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연유에서든 간에, 늦은 감은 있지만, 조용기 목사가 모든 직책에서 사퇴하는 것을 환영한다. 이제 교회가 반성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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