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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위치 추적 뺨치는 '기지국 수사'

지난해 전화번호 3870만 건 수사기관 제공... 시민단체 "사생활 침해 우려"

등록|2011.05.04 16:05 수정|2011.05.04 16:05

▲ 지난해 4월 5일 경찰청 앞에서 열린 2009년 하반기 감청 실태 기자회견에서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가 경찰의 '기지국 수사'를 비판하고 있다. ⓒ 김시연


애플 아이폰 위치 추적 기능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이동통신망을 활용해 불특정 다수의 위치 정보를 수집·추적하는 경찰 '기지국 수사'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지국 수사' 제공 번호 3870만 건... 범죄 무관한 불특정 다수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4일 165개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2010년 하반기 통신자료제공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09년 하반기보다 문서 건수는 줄었지만 전화번호 숫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검찰, 국정원 등 국내 수사기관은 범죄 수사 목적으로 통신 사업자들에게 수사 대상자 통신 감청이나 통화 내역, 위치추적자료 등을 요청해 왔다. 

'기지국 수사'가 포함된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요청 건수는 문서수로는 12만928건으로 1% 줄었지만 전화번호수는 오히려 1577만8887건에서 1779만2807건으로 12.8% 늘었다. 따라서 문서 1건당 전화번호수도 129.14건에서 147.14건으로 증가했다.

기관별로는 기지국 수사를 주로 이용하는 경찰이 23.3% 늘어난 1771만 건으로 여전히 압도적이었고 검찰(6만1865건)과 국정원(4041건)도 각각 21.5%, 48.2% 늘었다.

통신사실확인자료에는 수사 대상 상대방 전화번호와 통화 일시, 시간 등 통화 사실과 인터넷 로그 기록, 접속지 자료(IP 주소), 그리고 '기지국 수사'에 활용되는 발신 기지국 위치 추적 자료도 포함된다.

스마트폰 위치정보 없어도 이통사 협조로 충분?

기지국 수사란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는 연쇄범죄나 동일 사건 단서가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생했을 때 사건 발생 지역 기지국에서 발신된 전화번호 등을 추적해 용의자 위치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이다.

문제는 1건당 최대 1만 건에 이르는 불특정 다수의 전화번호가 본인 통보 없이 수집되기 때문에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사생활 침해와 오남용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2010년 하반기 기지국 수사 관련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 건수는 2150건으로 2009년 하반기 1257건보다 75% 늘었고 전화번호 수도 1544만864건에서 1739만9997건으로 12.7% 늘었다. 그나마 2010년 상반기 2130만 건보다 18.3% 줄긴 했지만 상하반기를 합치면 3870만 건에 이른다.  

경찰청은 지난달 24일 미국 수사당국이 애플 아이폰에 저장된 위치 추적 정보를 수사에 활용한 사례가 알려지자 국내에선 스마트폰 위치 정보를 활용한 적이 없다면서 이동통신사 협조를 통한 '기지국 수사'만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서울신문> 4월 25일자 경찰청 "국내 사례 없어 '기지국 통신수사'로 충분")

진보넷 등 시민단체에선 기지국 수사가 범죄와 관련 없는 불특정 다수를 잠재적 범죄자로 볼 수 있다고 우려하는 한편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사실을 당사자에게 서면 통지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숫자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경찰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점도 비판해왔다. 

이밖에 전화 통화 내용이나 인터넷 이메일, 비공개모임 게시물 등 통신 감청 협조 건수 역시 492건으로 2009년 하반기보다 31.4%가 줄었지만 전화번호수는 3189건으로 3% 늘었다. 이에 따라 문서 1건당 전화번호 수도 4.32개에서 6.48개로 50% 가까이 늘었다. 여전히 국정원이 3042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경찰 112건, 군 수사기관 35건으로 각각 24.4%, 66.7%씩 늘어났다. 

가입자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 및 해지 일자, 전화번호, ID 등 가입자 단순인적사항인 통신자료 제공은 29만7808건으로 6.3% 늘어 점차 증가 추세를 나타냈다. 다만 전화번호수는 342만 1666건으로 0.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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