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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킬러가 의사로 직업을 바꾸었을까

[서평] 조시 베이젤이 쓴 <비트 더 리퍼>... 인물 설정 흥미로워

등록|2011.05.05 20:05 수정|2011.05.05 20:05

<비트 더 리퍼>겉표지 ⓒ 황금가지

종합병원의 의사가 전직 킬러였다? 조금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는 설정이다. 원래 의사였는데 밥벌이가 시원치 않아서 킬러로 변한 경우라면 몰라도, 전문 킬러로서 많은 현금을 만졌을 사람이 뭐가 아쉬워서 의사가 되었을까.

아무튼 긍정적인 변화인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 사람을 죽여왔으니 이제부터는 사람을 살려보겠다고 개과천선 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의사에게는 몇가지 호기심이 생긴다. 어떻게, 왜 킬러에서 의사로 변신했을까. 과거에는 조직에 몸 담았을 가능성이 많은데, 그들과의 인연도 완전히 끊었을까.

한번 조직에 연관되면 그들에게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어쩌면 그래서 의사로 변했을지도 모른다. 킬러를 그만두고 택한 직업이 의사일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니까.

한때 킬러였던 의사의 고백

조시 베이젤의 2009년 작품 <비트 더 리퍼>의 주인공인 피터 브라운이 바로 그런 의사다. 그는 허름한 맨해튼 가톨릭 병원에서 근무하는 30대 초반의 남자다. 지금이야 의사라는 반듯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피터의 인생 중에서 10대 중반부터 20대 초반까지는 폭력과 살인으로 얼룩져 있었다.

피터는 16살 때 처음 사람을 죽였다. 그때 이후로 계속해서 사람들을 죽였다. 피터가 심심풀이나 재미로 살인을 한 것은 아니다. 피터가 죽인 사람들은 모두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경력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살인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위안을 가질 수 있겠다.

피터는 정식으로 조직에 가입하지는 않았지만, 조직에게 의뢰를 받아 사람들을 죽인다. 전문 살인청부업자처럼. 그러다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해서 살인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의과대학에 입학한다. 킬러에서 의사로 완벽히 변신한 셈이다.

평소에 피터는 새벽 5시 30분부터 회진을 돈다. 그러다 보면 별의별 환자들을 상대하게 된다. 어떤 환자는 "당신네들이 돌아다니면서 깨우지만 않으면 괜찮단 말이오"라고 말한다. 또 어떤 환자는 누군가 자신의 mp3 플레이어를 훔쳐갔네, 약을 훔쳐갔네 하며 불평을 늘어 놓는다. 만족할 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나쁘지 않은 일상이다.

하지만 과거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릴 수는 없다. 그는 회진을 돌던 도중에 과거에 자신이 알고 지내던 조직원을 한 명 만난다. 그 조직원의 이름은 스퀼란티. 스퀼란티는 위암 환자로 이 병원에 입원해 있다. 암세포가 폐 또는 뇌로 전이되서 시쳇말로 오늘내일 하는 상태다.

스퀼란티와 피터는 서로를 알아본다. 그러면서 스퀼란티는 피터를 협박한다. 자신의 암을 치료해주지 않는다면 옛 조직원들에게 피터의 행방을 알리겠다고. 그럴 경우 피터의 생명도 위협 받는다. 피터가 보기에 스퀼란티는 이미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피터는 어떻게 스퀼란티와 자신의 목숨을 함께 구할까?

흥미로운 킬러 시절 피터의 모습

피터는 과거를 씻고 새로운 삶을 살려고 한다. 그래도 독자들은 킬러였던 시절의 피터에게 더욱 관심이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비트 더 리퍼>는 피터의 과거와 현재를 한 챕터씩 교차시켜가며 진행된다.

직업만 바뀌었을 뿐이지 피터의 모습은 과거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실없는 농담과 가벼운 태도를 유지한다. 한 여자환자가 "내 다리를 자른대요"라고 말하자 피터는 "기증하시나 보죠?"라고 응대한다. 사망한 환자를 가리키며 의대 학생들에게 "이제 신의 환자야"라고 말한다.

하긴 누구에게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르는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다보면 스트레스를 덜받기 위해서라도 가벼운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지 모른다. 킬러에서 의사로 변한 사람들이 실제로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종합병원에 가서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비트 더 리퍼>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덧붙이는 글 <비트 더 리퍼> 조시 베이젤 지음 / 장용준 옮김. 황금가지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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