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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아 3년째 참가하고 있어요"

어린이날 열린 '어린이 벼룩시장 병아리떼 쫑쫑쫑' 성황리에 끝나

등록|2011.05.06 11:00 수정|2011.05.06 11:00

▲ 아름다운가게 주최 제9회 어린이 벼룩시장 '병아리 떼 쫑쫑쫑'이 여수 거북공원에서도 열렸다 ⓒ 오문수


아름다운가게 주최 제9회 전국어린이 벼룩시장인 '병아리 떼 쫑쫑쫑'이 여수 거북선공원에서도 열렸다. 어린이날(5.5)에 열린 이번 행사에는 여수시내 초등학생 750여명이 참가했다.
이날  아름다운가게가 제공한 노란 티셔츠를 입은 어린이들은 여느 어린이날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을 했다. 60~70년대의 어린이들은 어른들로부터 받기만 했다. 그러나 어린이 벼룩시장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은 특별한 체험을 했다.

어릴 적 자신이 사용했지만 지금은 사용하지 않거나 키가 커서 입을 수 없는 옷들을 값싸게 내다 팔아 기부도 하고 용돈도 버는 두 가지 값진 체험을 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벼룩시장에 내놓은 품목은 다양하진 않지만 아기자기하고 예뻐 어른과 아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 문나영(6학년) 양과 홍수민(5학년) 군이 자신의 물건이 싸다며 '어서 오세요"하며 외치고 있다 ⓒ 오문수

▲ 쌍둥이네 가계. 한 시간도 안돼 물건이 거의 다 팔렸다. ⓒ 오문수







아이들은 집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 동화책, 연필, 스타킹, 인형, 액세서리 등을 한 평 쯤 되는 자리에 비치해 놓고 손님들을 부른다.

여수 도원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는 문나영 양과 홍수민(5년) 군은 아예 옆 자리에 구호를 붙여놓고 물건을 판다. 물건을 팔아서 얼마를 벌었는 지와 사용처에 대해 물었다. 

"예비 5~6학년한테 좋은 교육 책. 5세 또래인 아이들한테 좋은 옷. 알로에도 팔아요. 지금까지 3천원 벌었어요. 식구들과 함께 모으는 저금통에 이 돈을 넣고 저금통이 다 차면 기부할 거예요."

▲ 커다란 비누방울을 신기한 모습으로 쳐다보는 아이들 ⓒ 오문수

▲ 줄넘기를 하며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어린이들. 훨훨 날아라 저 푸른 하늘로! ⓒ 오문수

▲ 어린이가 주 고객이 되는 행사 때면 빠지지 않는 '달고나' 가게 앞에서 군침을 흘리며 구경하는 어린이들 ⓒ 오문수







커다란 나무아래 그늘에 자리를 펴고 '쌍둥이네 가게'란 상호를 붙인 채 장사하는 곳엘 들렀다. 여문초등학교 1학년에 다니는 서대철군과 서대환군은 쌍둥이다. 장사를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안 돼 물건을 거의 다 팔았다. 쌍둥이 엄마한테 아이들과 함께  행사에 참여하게 된 연유를 물었다.
"아끼던 장난감을 팔아서 7100원을 벌었네요. 나눈다는 것은 삶에서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저는 생각을 못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어요." 

이런 행사를 보면 아버지들은 뒤에 서 있거나 도와주기만 할 뿐 물건을 직접 들고 팔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버지 한 분이 장난감을 들고 외친다. "3천원짜리인데 마지막이라 천원에 팔아요. 폭탄세일 합니다. 사세요" 하며 큰 소리로 소리 지르며 장사를 한다. 듣고 보니 강홍민씨 가족은 친척까지 20명이 참여해 45000원을 벌었다. 강씨에게 참가하게 된 연유와 사용처를 들었다.

▲ 어린이 벼룩시장에 강홍민씨 가족과 친척들이 참가하여 물건을 팔고 있다 ⓒ 오문수



"3년째 행사에 참가하고 있어요. 아이들은 이런 기회를 통해  경제를 배우고 물건을 다 팔았을 때 성취감을 느끼더라고요. 또 아빠가 같이 하니까 애들이 더 좋아해요. 어린이 벼룩시장은 일석이조랄까요. 사는 사람들은 싸게 사서 좋고 우리는 안 쓰는 물건을 팔아서 좋아요."

강세라(중2) 양은 강홍민씨의 딸이다. 아빠와 같이 다니는 것을 쑥스러워할 나이도 됐고 부끄러워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빠랑 함께 해 좋다고 한다.

"자랑스럽기도 하고 제가 별난 유전자를 물려 받았죠."

이번 행사에는 전남대학교 '대학희망' 동아리 학생들이 행사를 도왔다. 회장인 안균 학생에게 봉사활동의 의의를 들었다.

"어린이들이랑 같이 하고 싶었고,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마음을 갖도록 도와줘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 전남대학교 '대학희망' 동아리 학생들이 어린이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 오문수

▲ 한 어린이가 고양이 모습의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있다 ⓒ 오문수

▲ 중국 서커스단의 공연. ⓒ 오문수







쉽게 얻는 용돈과 선물은 아이를 망칠 수 있다. 미래의 주인공들에게 지구를 사랑하고, 재사용을 통한 선순환적 생활습관을 길들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아름다운가게의 '병아리 떼 쫑쫑쫑' 행사는 받는 것에만 익숙한 어린이들보다는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고 자원절약의 미덕을 배울 수 있는 어린이가 되도록 하기 위해 기획됐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기부한 돈은 200만원 정도이며 기부금을 낸 학생은 483명에 달한다. 이날 모은 기금과 기부금은 전액 장애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된다.

그래 날아라 새들아! 노란 병아리들아! 푸른 하늘로! 
덧붙이는 글 오문수 기자는 여수 아름다운가게 운영위원 총무입니다.
희망제작소'와 '전남교육' 및 '문화촌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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