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이 보냈던 메일, 공개될 수도 있다
'공무원 직무관련 보고 이메일, 정보공개대상' 판결이 갖는 의미
지난 5일 법원에서 국민의 알권리 및 기록관리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판결 하나가 나왔다. 공문 형태로 작성되지 않아 서명에 의한 결재가 없고 기록물관리 대장에 등록·관리되지 않더라도 공무원이 직무상 작성해 상급기관에 보낸 이메일은 정보공개 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다.
고령군민 이아무개(44·여)씨가 고령군수를 상대로 낸 '행정정보공개청구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고령군수는 정보비공개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에서 나온 결과이다.
그러면 이 판결이 왜 중요하고 공공기관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분석해보자. "공무원은 '공문'으로 말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공무원 자신의 직무행위와 관련 된 모든 말과 행동을 공문(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되어 어떤 행위를 했음에도 기록을 남기지 않았거나, 다른 형태로 남겼다면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를 의심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그래서 '공공기록 관리에 관한 법률 제 16조'에는 "공공기관은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업무수행을 위하여 업무의 입안단계부터 종결단계까지 업무수행의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관리될 수 있도록 업무과정에 기반한 기록물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메일도 정보 공개 대상 될 수 있다
그러면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행위를 기록(공문)으로 남기지 않고 다른 형태로 남겼을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래 사례들은 공무원들이 기록을 남기지 않고 업무지시를 한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잘 알 수 있는 사례들이다.
[사례 1]
2008년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촛불재판의 진행과 관련해 신속한 결론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해당 판사들에게 보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명백히 재판관 독립 원칙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례 2]
용산철거민 참사사건 당시에 청와대에서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하는 이메일을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것이 밝혀져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청와대에서 사실상 경찰의 홍보지침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례 3]
1980년대 후반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이란에 잡힌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대가로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고 그 대금을 니카라과 반군인 콘트라에게 지원한 사건이었던 '이란-콘트라'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의 조사와 폭로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사들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자메일의 삭제와 증거인멸을 기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미국 정가에 충격을 주었다.
위 사례들은 공무원이 업무행위를 공문으로 하지 않고 자신의 사적 이메일을 통해 업무지시를 한 사건들이다. 사례마다 외부로 알려지면 큰 파장을 일으킬 만한 사건들이라 은밀히 진행하기 위해 이메일로 일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처음 언급했던 대구지법 판결에 따라 향후에는 이메일로 통해 업무 지시 및 명령을 받아도 정보공개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행정행위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 판결에도 결정적 약점이 있다. 우선 모든 기록은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최고 영구로 보존기한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보존기간이 도래하더라도 기록전문요원의 심사와 외부인원이 참여하는 기록물평가심의회 심의를 거쳐야만 공식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록물을 파기 및 폐기하는 경우 7년 이하 징역 및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공공기관 모든 기록, 관리 대상으로 확정해야 "
이메일은 어떨까? 현재 거의 모든 공공기관에서는 직원들의 공적 이메일에 대해서는 공공기록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이 임의로 폐기하는 경우에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위 판결은 그나마 기록을 남겨 두고 있어 정보공개 소송이라도 가능했지만 애초 기록물을 삭제해 버린다면 소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해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설문원 교수(전 국가기록원 정보서비스 부장)는 "현재 기록물관리법상 이메일이 기록관리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 것이 없다. 다만 실무적 이유 및 관리상 어려움 때문에 기록물관리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고위공무원 중심으로 이메일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가 많아 향후에는 기록물관리법상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기관에서는 공문 형태로만 기록을 남겨야 기록물관리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모든 형태의 기록을 기록관리대상으로 남기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설문원 교수가 얘기하고 있는 모든 형태의 기록이라 함은 'CCTV 녹화테이프, 공공기관 출입기록, 경찰 정보보고 기록, 전화녹음 기록' 등을 말한다.
이들 기록은 기록물관리법상 대상 기록으로 관리하지 않고 각 공공기관마다 임의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CCTV 기록은 향후 개인정보 보호 및 공공기록 차원에서 공공기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에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기록들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그 관리범위는 매우 협소하다. 이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진행하지 않으면 향후 수많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행정안전부 및 국가기록원의 면밀한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고령군민 이아무개(44·여)씨가 고령군수를 상대로 낸 '행정정보공개청구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고령군수는 정보비공개결정을 취소하라는 판결에서 나온 결과이다.
그러면 이 판결이 왜 중요하고 공공기관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분석해보자. "공무원은 '공문'으로 말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공무원 자신의 직무행위와 관련 된 모든 말과 행동을 공문(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되어 어떤 행위를 했음에도 기록을 남기지 않았거나, 다른 형태로 남겼다면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를 의심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그래서 '공공기록 관리에 관한 법률 제 16조'에는 "공공기관은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업무수행을 위하여 업무의 입안단계부터 종결단계까지 업무수행의 모든 과정 및 결과가 기록물로 생산·관리될 수 있도록 업무과정에 기반한 기록물관리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메일도 정보 공개 대상 될 수 있다
그러면 공무원이 자신의 업무행위를 기록(공문)으로 남기지 않고 다른 형태로 남겼을 경우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래 사례들은 공무원들이 기록을 남기지 않고 업무지시를 한 경우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잘 알 수 있는 사례들이다.
[사례 1]
2008년 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촛불재판의 진행과 관련해 신속한 결론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해당 판사들에게 보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명백히 재판관 독립 원칙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례 2]
용산철거민 참사사건 당시에 청와대에서 '용산사태를 통해 촛불시위를 확산하려고 하는 반정부단체에 대응하기 위해 군포연쇄살인사건을 적극 활용하라'고 하는 이메일을 경찰청 홍보담당관에게 보낸 것이 밝혀져 파장을 일으켰다. 이는 청와대에서 사실상 경찰의 홍보지침까지 관여하고 있다는 것이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례 3]
1980년대 후반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이란에 잡힌 미국인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대가로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고 그 대금을 니카라과 반군인 콘트라에게 지원한 사건이었던 '이란-콘트라'사건이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의 조사와 폭로과정에서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사들이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전자메일의 삭제와 증거인멸을 기도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미국 정가에 충격을 주었다.
▲ 신영철 대법관(자료사진) ⓒ 유성호
하지만 이 판결에도 결정적 약점이 있다. 우선 모든 기록은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최소 1년에서 최고 영구로 보존기한을 설정할 수 있다. 또한 보존기간이 도래하더라도 기록전문요원의 심사와 외부인원이 참여하는 기록물평가심의회 심의를 거쳐야만 공식적으로 폐기할 수 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고 기록물을 파기 및 폐기하는 경우 7년 이하 징역 및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공공기관 모든 기록, 관리 대상으로 확정해야 "
이메일은 어떨까? 현재 거의 모든 공공기관에서는 직원들의 공적 이메일에 대해서는 공공기록으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이 임의로 폐기하는 경우에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위 판결은 그나마 기록을 남겨 두고 있어 정보공개 소송이라도 가능했지만 애초 기록물을 삭제해 버린다면 소송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해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설문원 교수(전 국가기록원 정보서비스 부장)는 "현재 기록물관리법상 이메일이 기록관리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 것이 없다. 다만 실무적 이유 및 관리상 어려움 때문에 기록물관리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는 것이다. 현재 고위공무원 중심으로 이메일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경우가 많아 향후에는 기록물관리법상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공기관에서는 공문 형태로만 기록을 남겨야 기록물관리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모든 형태의 기록을 기록관리대상으로 남기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설문원 교수가 얘기하고 있는 모든 형태의 기록이라 함은 'CCTV 녹화테이프, 공공기관 출입기록, 경찰 정보보고 기록, 전화녹음 기록' 등을 말한다.
이들 기록은 기록물관리법상 대상 기록으로 관리하지 않고 각 공공기관마다 임의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CCTV 기록은 향후 개인정보 보호 및 공공기록 차원에서 공공기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공공기관에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기록들이 쌓이고 있다. 하지만 그 관리범위는 매우 협소하다. 이에 대한 연구와 대책을 진행하지 않으면 향후 수많은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행정안전부 및 국가기록원의 면밀한 대책이 필요한 대목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www.opengirok.or.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전진한 기자는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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