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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하면 세금 많이 낸다고? 분단 비용도 큽니다"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가 전하는 이야기 8] 황윤옥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

등록|2011.05.10 14:14 수정|2011.05.10 14:32
더 체인지(The Change)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는 대규모 이벤트로서의 컨퍼런스가 아니라 매년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담아내고, 컨퍼런스를 계기로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컨퍼런스를 지향합니다. 이와 같은 컨퍼런스의 취지를 살리고 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도 사전에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먼저 컨퍼런스에서 기조발표를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기조발표를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나면 15가지 주제 테이블의 호스트 역할을 해주시는 분들과의 인터뷰도 기획 중입니다. 꼭 컨퍼런스의 발표자나 호스트가 아니더라도 컨퍼런스의 주제에 대해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와 상상력을 제공해주실 만한 분들과의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기조발표자 가운데 여덟 번째로 황윤옥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님을 만났습니다. 인터뷰는 지난 4월 22일에 진행했습니다.

▲ 남측 민간단체가 지원한 식량이 쌓여 있는 해방식량공급소. 서 있는 사람은 어린이어깨동무 황윤옥 사무총장. ⓒ 어린이어깨동무


- 황윤옥 '남북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님 안녕하시죠?
"그냥 어린이어깨동무···."

- 아, '어린이어깨동무' 이름을 자꾸 틀려서.
"애초 '남북'이 있었는데 그냥 '어린이어깨동무'로 바꾸었어요. 원래 '남북'이 한반도의 남북과 지구촌의 남북을 모두 포함했거든요."

- 5월 13일 싱크카페컨퍼런스 테이블 대화 주제를 하나 맡으셨죠? 어떤 주제죠?
"제목은 '분단, 불편하지 않으세요? 내 세금 속의 전쟁비용'이에요. 꼭 세금이나 비용에 관한 얘기라기보다는 분단·통일·평화처럼 너무 커서 일상의 나하고는 관계없을 것 같았던 주제에 대해서, 그게 알고 보면 사실 일상과도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런 얘기를 함께 나누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 '일상의 분단이 그렇게 멀지 않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 이런 건데 주제를 택한 이유도 되네요?
"그렇죠."

- 그중에 굳이 세금으로 잡으신 이유는?
"뭐 일단, 사람들이 돈 얘기하면 눈이 반짝반짝하니까요. 하하하. 세금은 내는 것에 관심도 많고, 내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궁금하고 그러잖아요. 꼭 세금 얘기만은 아니고요. 세금은 약간 상징적이고, 분단 때문에 내가 쓰게 되는 감정도 있고 또 교육은 어떨까 등등 일상과 관련 있으면 뭐든 얘기가 되지요."

분단 유지 비용으로 당신 세금이 쓰이는데, 아시나요?

- 감정? feeling?
"그렇죠. 한반도에 살면 어떤 것은 '나는 건드릴 수 없어' 이런 감정이 굳게 되는 측면이 있거든요. 우리가 받게 되는 교육, 세금까지 포함해서 얘기했으면 좋겠어요. 통일 하면 정말 세금이 많아지는 것인지···. 알고 보면 이미 지금도 만만치 않게 쓰고 있다, 요런 걸 조금 더 살펴보면 실감이 나겠죠."

- 어쨌든 분단이 남의 일처럼 멀게 보이는데 실제로 우리 삶과 긴밀히 연결 돼 있다, 그리고 세금만 아니라 (분단을) 우리 일상 속에서 확인해 보는 건가요?
"그렇지요. 제 조카가 5월 초에 군대에 가요.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 아는 사람이 군대에 가면 '군대가 위험하지는 않을까' '군대 있는 동안 뭔 일이 있으면 안 되는데' 하잖아요. 그때는 한반도가 분단 상황이라는 게 갑자기 실감이 나는 거지요."

- 그때야 비로소 불편함이 느껴진다 이거죠?
"불편하고 '아 이게 뭐지?' 이런 생각이 들죠. 사실 마음속에 있었던 것인데, 평소에는 '거의 지장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고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는 거지요. 게다가 들리는 얘기는 '통일되면 비용이 많이 든다' 뭐 이런 얘기들이고."

- '분단 상태에서도 이미 돈은 많이 들어가고 있다' 이런 것도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거죠? 어쨌든 '분단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져 분단을 왜 극복해야 하는지 확인해 보는 자리가 되겠네요?
"이번이 세금을 놓고 얘기한다면 다음에는 감정·교육·일상 이렇게 쭉쭉 확대해 나가면서 연이어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하는 거지요. 제가 호스트로서 갖는 기대랄까요?"

- 그럼 이번 테이블 대화들 통한 나름의 목표나 전망이 있겠네요?
"내심이야 물론 있죠. 어떤 분들이 올지 기대가 되고, 온 분들이 서로 이런 얘기로 출발해서 더 많은 사람과 더 다양한 주제로 얘기해나갈 수 있는, 뭐 모임이라면 모임이고 대화라면 대화고 이런 게 계속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그래서 이번 대화모임에서 열심히 꼬드겨 보려고요. 혹은 제가 꼬심을 당해 보려고요. 하하하."

-  단순히 얘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것인지, 아니면 분단과 관련해서 운동 방향이나 정책 과제·개괄적 의제가 나오면 좋은지, 어느 정도 목표로 합니까?
"제가 호스트이긴 해도 저한테 정책이나 대안까지는 없고요. 오히려 내공이 있으신 분이 오실 거라고 기대를 하고 있지요. 그날 대화를 계기로 참가하신 분들하고 힘을 모아서 '이런 얘기는 좀 공개적으로 더 해보자' 하는 제안? 그런 정도는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분개로 그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내는 세금이 그랬어? 엄청 돈 쓰고 있네' 이런 정도의 분개로 그치기보다는, 이왕 그 돈을 쓴다면 분단이 아닌 평화를 위해 어떻게 쓰이는 게 좋을까라는 식의 시민 제안 정도의 아이디어가 나오면 좋겠어요. 원래 통일비용, 분단비용, 평화비용 중에서 최고로 잘 쓰는 것은 평화비용이잖아요. 평화에 쓰는 게 맞는 거지 '다른 곳에 뭐가 더 많이 드네, 아니네' 이런 걸로 그칠 일은 아니지 않나 싶은 거죠."

인도적 지원, 불편한 분단을 해소하는 첫걸음

- 황 총장님이 하시는 '어린이어깨동무'가 대북 인도적지원단체잖아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잘 안 되고 막혀있는데, 지금 상황은 어떤가요?
"예를 들자면 이런 정도예요. 겨울에 마당에 있는 수도 동파하지 말라고 물방울 똑똑 떨어뜨리는 거 아세요? 그정도 하고 있어요. 다 잠그면 아예 동파될까 봐. 동파되면 공사가 크니까 딱 똑똑똑 떨어뜨리는 정도. 저의 체감은 그래요. 근데 그 물로 북녘 어린이들이 세수를 하겠어요, 목욕을 하겠어요? 마실 물도 안 되는 정도니까 마음이 정말 아프죠."

-  실제로는 거의 안 되고 있다는 얘긴데요. 앞서 '분단, 불편하지 않으세요?'라는 주제하고 어떻게 연결이 될까요?
"어린이어깨동무 자체가 원하는 건 소박해요. 단체 출발이 1996년 북녘에 대기근이 들었을 때 였는데, 그때 바람도 북녘 아이들이 좀 남녘 아이들하고 비슷하게 자라서 어깨동무 할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냐는 것이었어요. 사실 영양상태 차이가 컸거든요. 그래서 남과 북 어린이들이 만나려면 지금은 북녘 지원을 하고, 남녘에는 평화에 대한 의식이나 교육을 하자 이런 거였습니다."

- 그것도 통일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네요?
"그렇죠.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용이고 그 중간 과정이 통일인 거죠. 이 분단 상황이 그냥 분단이 아니고 정부와 정부 사이 대치로 가니까, 결국은 통일된 미래에서 만나야 되는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계속 차단되고 있는 거죠. 지금은 저희한테 애들이 저금통에 후원금을 모아 오거나, 장터를 해서 성금을 모아 오는 것처럼 간접적이고 절실한 교류조차는 안 되고 있죠. 민간이 모은 것조차 못 가고 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에게 분단의 부담을 계속 지우고 있는 거죠. 북녘 애들에 대해서 이해도 하고 같이 커 나가면서 어른이 돼야 한반도를 같이 운영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 텐데. 계속 만날 수도 없고 보낼 수도 없으니, 훨씬 더 우리 아이들한테 과제가 많아지는 거죠. 서로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른이 되면 한반도의 미래는 너희가 책임져야 돼' 이렇게 되는 꼴이니, 어른으로서 창피한 일이지요.

저희가 몇 년째 남북공동화 작업을 하고 있는데요. 일본 친구, 일본의 조선학교 친구, 평양 친구, 서울 친구들이 그림 하나를 1년에 걸쳐 돌아가며 그리는 거예요. 예를 들어 5월 일본에서 만나 그림의 1/3을 완성해요. 일본 친구들과 조선학교 친구들이 그 그림을 들고 평양에 가요. 그래서 다시 1/3을 완성해요. 그 다음에 10월에 서울로 와서 완성하는 거죠. 이게 불편하잖아요? 왜 1년에 걸쳐 하나의 그림을 그려야 해요? 불편하죠. 애들이."

- 어떤가요? 지금 꽉 막혀 있다고 하셨는데 인도적 지원이 계속 막힐 거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변화가 있을까요?
"변화가 있어야지요. 우리나라는 시민의 힘으로 굴러가는 나라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인도적 지원을 했던 단체들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시민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변화의 힘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번 대화 테이블과도 연결이 되지요. 왜냐하면, 굉장히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 이 분단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교류하고 이해하는 거니까. 지원이라는 건 교류 형태니까, 그런 일이 많아져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마음을 가질 거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정치가들은 자신의 마음이 어떻든 따를 테니까요. 어린이어깨동무 입장에서도 이번 대화 테이블에 굉장히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죠."

- 어쨌든 국내에서 정부 정책이 당장 전환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얘기네요?
"당장 짐작하기는 쉽지 않지요. 당연히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걸 위해 노력하는 것이지요. 아니 바뀔 거라고 예상을 해야겠네요. 그래야 바뀌지 않겠어요?"

- 알겠습니다. 바뀌어야 하겠네요. 어쨌든 5월 13일 대화 테이블 자리가 기대됩니다. 5월 13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http://thinkcafe.org/conference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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