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귀포시, 올해 국제전화요금으로 5억 썼다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매월 1억2760만 원 지출
▲ 제주도청에 설치된 세계7대자연경관 대형 현수막. 그 앞쪽에는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강정마을 인근 범선 사진이 있다. ⓒ 최지용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올 1월부터 4월까지 국제전화요금으로 총 5억여 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자치단체가 해마다 지출해온 국제전화요금이 수백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5억여 원의 대부분은 공무원들이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동원되면서 추가 지출된 것으로 보인다. 두 자치단체도 이를 인정하면서 "정책이 바뀌어서 5월부터는 적게 지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제주시의 경우 국제전화요금으로 2008년 332만여 원, 2009년 234만여 원, 2010년 65만여 원을 지출해왔다. 그런데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 행사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국제전화요금 지출액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제주시가 올 1월부터 4월까지 지출한 국제전화요금은 약 2억7286만 원이다. 1월 6만여 원, 2월 254만여 원에 불과했던 국제전화요금은 3월 3163만여 원, 4월 2억3860여만 원을 기록했다.
"투표 결과만 좋다면 그 이상 해도 되는 것 아니냐?"
서귀포시도 제주시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2008년 486만여 원, 2009년 207만여 원, 2010년 20여만 원의 국제전화요금 지출을 기록하다가 2011년 1월부터 4월까지 약 2억3754만 원을 지출했다.
2010년 11월과 12월, 2011년 1월 석 달 동안 지출된 국제전화요금은 총 13만여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 2월 100만여 원으로 조금 늘더니 3월과 4월에는 각각 5575만여 원과 1억8072만여 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공무원들을 투표에 집중적으로 동원한 시기가 지난 2월과 3월이었음을 보여준다.
서귀포시는 이렇게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에 수억원의 세금을 쏟아붓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공무원들에게 자비를 들여 투표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려다가 노조의 반발로 접었다.
제주시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의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 투표가 지난 2월과 3월 절정이어서 3월과 4월에 국제전화요금이 많이 나왔다"며 "그때는 공무원 투표가 처음 시도되는 때라서 그렇게 많이 국제전화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이제는 자기 전화기로 투표하거나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어서 5월에는 적게 나올 것"이라며 "그래도 투표 결과만 좋다면 그 이상으로 투표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서귀포의 한 관계자는 "세계 7대자연경관 선정투표를 위해 쓴 전화요금인데 '지나치게 많이 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도지사 지시도 있어서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는 공무원들이 하루에 1∼2통 하는 정도"라며 "도지사가 자기 전화기로 투표하라고 하긴 했지만 실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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