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대학생... 미래가 어둡다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가 전하는 이야기 14 - 정수현 청어람아카데미 간사

등록|2011.05.12 19:58 수정|2011.05.12 19:58
더 체인지(The Change)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는 대규모 이벤트로서의 컨퍼런스가 아니라 매년 중요한 사회적 의제를 담아내고, 컨퍼런스를 계기로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대화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의 컨퍼런스를 지향합니다. 이와 같은 컨퍼런스의 취지를 살리고 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도 사전에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인터뷰 시리즈를 기획하였습니다.

씽크카페컨퍼런스@대화 15개 주제 테이블 가운데 "제13테이블 : 대한민국의 대학, 어떻게 리디자인 할 것인가?"의 호스트인, 정수현 청어람아카데미 간사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는 5월 10일 이메일로 진행했습니다.

- 우선 정수현 선생님 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서울 명동에 소재한 청어람아카데미(www.bluelog.kr)에서 커뮤니케이션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정수현입니다. 내용적으로는 '청년정치(2030politics)'와 '소셜미디어 제작워크숍(Social Writing)' 분야를 맡고 있고, 시민들의 소통역량을 높이는 유쾌한 기획과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데 열정을 갖고 참여하고 있습니다." 

- 13일 테이블 대화의 주제가 '대한민국의 대학, 어떻게 리디자인 할 것인가?'이죠? 이 주제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0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30세대'의 당사자 운동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방선거 투표율을 높이는 프로젝트도 해보고, 20대가 20대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세미나들을 기획하면서, 한국사회에서 '청년' 이슈에 관한 것만큼은 놓치지 말고 창의적으로 참여하려고 마음먹었지요. 20대 절반 이상이 소속된 곳이 대학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학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구조적인 함의들은 늘 관심의 대상이 되었어요.

대학이라는 공간은 지성인들을 탄생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고,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성장의 토대가 되잖아요. 신자유주의라는 거대한 물결로 '학문의 장이자 지성인의 모태'가 되어야 할 대학이 과열된 경쟁과 성과주의에 내몰리고, 기업화되는 것을 보면서 크게 위기의식을 느꼈어요.

김예슬 선언으로부터 시작해 올해 크게 이슈화된 KAIST 자살사태, 서울대 법인화, 반값 등록금 이슈 등을 살피며 이러한 문제의식을 엮어낼 '본질토크'가 하고 싶었고, 그 기준에서 현재 상황을 어떻게 '다시(Re) 디자인할까'라는 의제를 던지게 되었지요."

-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들을 리디자인 해야 할까요?
"사회 안에서 대학의 가장 바람직한 역할은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또한 대학시절만큼은 우리 시대의 바람직한 '가치'에 대해서 끊임없이 묻고 배우며 관계를 맺어야 해요. 하지만 오늘날 대학들은 평가시스템과 같은 성과주의나 순위 매기기(몸값 높이기)에 급급하면서, 실용적이고 실무적인 과목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인문학의 위기나 기초과학 및 다양한 분야에서 고르게 인재들이 배출되지 못하는 문제는 한국사회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학이 '취업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부끄럽지만 사실이 되어가고 있어요. 학생들은 깊이 있게 묻거나 사유하지 않고 계속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분주하게 젊음을 태우고 있어요. 즉, 가장 큰 리디자인 포인트는 '상실된 대학의 가치를 찾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에게서요."

- 대학생들에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등록금 문제죠?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대학 본연의 가치가 '학문하는 것, 지성인이 되는 것'이라고 앞서 말씀드렸는데요, 오늘 날 대학들은 그 비용(등록금)이 지나치게 높이 책정되어 있고 개인의 부담이 과도합니다. 우리나라가 통계적으로는 OECD 국가 중에서 등록금 비용이 2위지만 실제로 학생지급율을 따져보면 그 부담은 1위라고 해요. 부끄러운 현실이자 '대학의 가치'를 찾기 위해 개선되어야 할 0순위 목표이지요.

비싼 등록금이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보다는 시설증축 비용과 미래적 자원(학교발전을 위한 적립금)으로 쓰인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를 분노하게 합니다. 잘 거둬진 세금만으로도 교육체계를 새롭게 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꼼꼼하게 체크해볼 필요가 있어요. 무엇보다 대학의 주체인 학생들이 연대해서 자기 권리를 똑똑하게 찾아가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 한국 대학의 등록금 이슈를 검토해볼 만한 좋은 자료들이 많이 나왔어요. 대표적으로는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낸 <미친 등록금의 나라>와 세금혁명당을 이끌고 있는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의 <세금혁명>입니다. 이러한 자료들을 토대로 학생들이 분명하게 개선을 요구하고, 또 그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학생들의 '당사자 운동' 

- 대학 리디자인을 위한 다른 주요한 의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첫 번째는 한국 대학들의 구조적 문제(대학생의 권리, 대학의 가치철학과 경영방식 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현재 대학이 배움의 장으로서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는지, 학생 주체들이 설 곳이 얼마나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지, 대학의 기업화로 인해서 생길 미래적 문제들은 무엇인지 가감 없이 이야기 나누는 것이 필요하겠지요.

두 번째는 문제해결을 위한 다양한 주체들의 역할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대학 주체인 대학생들과 교수들, 대학 경영자와 시민사회, 언론, 정책 결정자 등이 대학이라는 공간이 그 역할을 해내기 위해서 필요한 다자적 접근에 대해 방안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씽크카페 대화 테이블이 다행히 1, 2부로 나눠졌기 때문에 각각 그 주제에 대해서 브레인스토밍부터 심도 있는 토론까지 이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최근 학생운동의 변화 양상을 궁금해할 텐데,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여러가지 포인트가 있겠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 운동'을 해나가는 노력입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구조적인 문제부터 단기적인 사안까지 하나하나 관심을 갖고 해결할 의지를 가진 다수의 주체들을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대표성을 가진 학생회가 분명 중요하지만 대학은 분명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한 공간입니다. 등록금 문제를 비롯해서 진정한 학습권을 수호하고 다양한 분야의 학문에서 진실된 진보가 있도록 학생들의 똑똑한 요구가 이뤄져야 합니다. 당사자 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힘쓰는 '20대 파티(20's Party)'나 메니페스토 스타일로 대학등록금 이슈를 정책 캠페인으로 공론화하는 전국등록금네트워크(http://edufree.tistory.com) 같은 팀들이 주목할 만합니다.

페이스북 기반의 비정당 시민운동인 '세금혁명당'과 시민정치행동을 지향하는 '내가꿈꾸는나라'와 같은 곳에도 많은 젊은이들이 창의적으로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대학별, 지역별 이슈들을 꾸준히 체크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기록해보려 합니다. 제가 활동하는 청어람아카데미에서는 '2030politics(http://2030politics.tistory.com)'라는 블로그를 통해 주제별로 자료와 의견을 모아내려고 준비하고 있답니다."

- 이번 테이블 대화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대학생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이 참가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대학생들의 입장을 뚜렷하게 나누는 것도 의미 있지만, 대학이라는 것 자체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지점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포인트를 가진 논의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아주 '선명한' 대안이 정리되어 공유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반값 등록금' 이슈가 제일 쉬워 보이겠지만, 제 생각에는 더 구조적인 문제, '대학은 이러이러한 곳이어야 한다'는 정의가 테이블 대화를 통해 공감 어린 한 줄로 언어화되어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그러면 다른 여러 가지 문제들이 그 포인트에 맞추어 바람직한 형태로 디자인될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이 글은 http://thinkcafe.org/conference 에도 실려 있습니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