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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날, 춘향이의 사랑이야기 들려드렸다

사찰 제도가 부처님과 중생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다

등록|2011.05.11 14:50 수정|2011.05.11 14:50

▲ 신성한 법당 안에서 사물놀이 공연이 웬말! ⓒ 신광태



"아니! 법당에서 저렇게 시끄럽게 연주를 하면 어떻게요!"

5월 10일 부처님 오신날, 화천의 작은 사찰 대웅전에서 요란한 사물놀이가 펼쳐졌다. 당일 10시 법요식에 이어 오후1시에 발생한 이 사건(?)은 백암사 상적 법사님(육군 소령)과 이 사찰 신도인 김세훈(화천군청 관광정책과장)씨가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기획한 행사였다.

백암사는 군 장병들의 신앙생활을 통한 건전한 병영생활을 위해 1980년에 건립된 7사단 군법당이며, 화천읍 하리 서화산 줄기 하단부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군 장병들보다 인근의 화천읍 주민들이 많이 찾는 사찰로 유명하다.

이날 공연에 초청된 학생들은 서울 강남구에 개포동에 위치한 국립국악고등학교 학생들로 지휘는 안재숙 선생님이 맡았고, 판소리는 이연주 학생(2년), 사물놀이 또한 2학년생인 방현식, 이지안, 김다솜, 김은지 학생이 담당했다.

이도령과 춘향이의 사랑이야기에 부처님도 귀 기울였다

"엄숙한 법당에서의 공연은 처음이라 부처님께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처음엔 좀 위축 되었는데, 부처님의 인자한 미소를 보니까 마음이 놓였어요. 특히, 판소리 내용이 춘향가 중 이도령이 남원 광한루에서 그네를 타는 춘향이를 흠모하는 장면이었거든요"

판소리 춘향가 경치 대목을 열창한 이연주 학생의 말이다.

공연 중 '법당안에서 어떻게 저런 일이'라는 생각을 하던 200여명의 군 장병들과 일반 신도들도 판소리와 사물놀이 공연이 끝날 때 마다 찬사와 환호가 이어졌다. 그만큼 학생들의 공연이 감동적이었음을 뜻한다.

▲ 학생들은 열창하고 군인들은 열광했다 ⓒ 신광태




스님들이 만든 법당안 금지제도가 부처님과 중생의 사이를 갈라놓았을 수도...

"부처님 생일날(부처님 오신날)은 의례 찬불가, 염불, 스님의 법문경청 등 형식적으로 진행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또 법당에서는 부처님을 뒤로 하면 안 된다, 불상을 똑바로 째려봐도 안 된다, 사진촬영 하면 안된다 등 금지사항이 많은 공간에서 오늘의 주인공인 부처님은 참 심심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구요. 따라서 이번 법당 공연은 탄신일을 맞으신 부처님과 참석한 신도님들을 위한 행사라는 쪽에서 매우 뜻 깊은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지도를 맡은 국립국악 고등학교 안재숙 선생님의 말이다.

그럴 만도 하다. 부처님이 법당 안에서 스님들의 염불소리와 불경, 찬불가만 들어왔지, 언제 사물놀이와 판소리를 들어봤겠는가 말이다. 특히 불경은 부처님 살아생전에 본인이 설법한 내용으로 이젠 지겨웠을 만도 하다.

또 그를(부처)찾는 많은 신도들이 '내 아들 취직되게 해달라', '우리 딸 대학에 붙게 해달라' 등의 수많은 요구를 들어 주는데도 이젠 짜증이 났을 만도 한데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는다. 오죽했으면(물론 관세음보살과 관련된 표현이지만) '나를 천수천안이라 불러라'했겠는가!

전 세상 수많은 중생들이 나를 찾는데, '저분의 두 눈과 두 손으로 모두 헤아릴 수가 있을까' 라는 중생들의 의심에 대해 나는 손이 천개, 눈이 천개이니 얼마든지 가능하다 라는 의미에서 천수천안관자재보살이라 부르도록 했다는 설도 있다.

이처럼 부처와 보살들은 스스로를 천수천안이라 칭하도록 하며, 대중과 가까이 하려 했음에도 우리나라의 불교(스님)는 산속 은둔 또는 법당 안에서 금지사항을 만들어 정작 중생과 부처와의 거리를 멀게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부처님께 꽃이나 향, 촛불 공양과 함께 춘향이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드렸으니, 부처님이 어찌 아니 기뻐하셨을까! 108배, 1800배를 동반한 그 어떤 간절한 기도보다 학생들의 때 묻지 않은 무수상 공연이 더 의미있는 공양이 아니겠는가!

이 공연으로 국립고등학교 학생들이 받은 출연료는 얼마?

▲ 국립고등학교 학생들의 판소리 공연 장면 ⓒ 신광태



결론부터 말하면 공짜다. 국립국악고등학교(교장 최상범)는 2009년도에 국악의 저변확대 및 산골마을 전파를 위해 화천군과 자매결연을 맺었다. 따라서 화천군의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발적으로 화천군 주민들을 위한 무료 공연을 실시하며, 학생들의 농촌의 이해를 위해 농촌봉사 활동을 전개해 오고 있다.

"나는 이번 벼 베기 봉사활동에 참여 하지 않았다면 쌀이 나무에 달리는 것으로 알았을 거예요." 지난해 가을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한 이 학교 이 아무개 학생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화천군과 자매결연을 통해 도시에서만 자라온 학생들에게 농촌이해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안재숙 선생님의 덧붙인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 김세훈씨는 "지금까지 불교하면 산속에 은둔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젠 대중 속에서 생활불교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행사를 기획 했구요. 멋진 공연을 펼친 우리 국립국악고등학교 안재숙 선생님과 학생들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냅니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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