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 놀란 중국 "재스민 구매자 신고해"
당국 과민반응에 재스민 가격 폭락... 농민 울상
▲ '재스민 혁명'에 놀란 중국 당국의 재스민 단속으로 농민이 울상이라고 보도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재스민 혁명'에 놀란 중국 당국이 재스민에 과민반응을 보여 농민들이 울상이라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중국에서 '모리화'로 불리는 재스민은 본래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차의 재료다. 또한 재스민을 노래한 '모리화'라는 중국 전통 민요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시상식 등에서 연주되기도 했다.
이 신문은 그 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에서 재스민을 뜻하는 모리화라는 말이 간헐적으로 차단됐고,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민요 '모리화'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도 인터넷에서 삭제됐다고 전했다.
또한 "(체제를) 불안정하게 하는 모리화의 잠재력"을 두려워한 중국 관리들이 올여름 광시좡족자치구에서 열릴 예정이던 '중국 국제 재스민 문화 축제'를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재스민 재배 농민 "재스민 혁명? 정치는 아무것도 모른다"
재스민에 대한 중국 당국의 과민반응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신문은 당국의 과민반응으로 인해 재스민을 재배하는 구릿빛 피부의 농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 인근의 농촌인 다싱에서 장식용 재스민을 재배하는 농민 젠웨이종(47)은 도매시장에서 재스민 가격이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고 말했다. 젠웨이종은 판로가 막혀 이미 시들기 시작한 재스민 다발을 허망하게 바라보며 "팔수록 손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젠웨이종에게 '재스민 혁명'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젠웨이종이 "난 정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텔레비전 볼 시간도 없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다싱의 농민들은 중국 공안이 베이징 인근 도소매 꽃 시장에 재스민 무기한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린 3월 이후 재스민 가격이 폭락했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또한 "베이징 공안 당국은 재스민 관련 질문에 답하기를 거부했"지만, 꽃을 재배하는 농민이나 관련 사업을 하는 이들 중 다수는 "(이 문제와 관련해) 3월 초에 공안의 방문을 받거나 재스민이 금지 품목이 됐음을 내비치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한 꽃 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이들이 "공안이 노점상들을 불러 모아 재스민을 취급하지 않겠다고 서약할 것을 강요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꽃가게를 운영하는 한 여성은 "재스민을 사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당국에 신고하고, 차번호를 적어놓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중국 공안 당국은 왜 재스민에 이토록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모호하게만 설명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또한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인터넷 통제로 인해 대다수 중국인은 '중국판 재스민 혁명' 주장은 물론 그러한 주장을 한 이들이 강력한 탄압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로 인해 농민과 상인들 사이에서 재스민과 관련해 근거 없는 풍문이 돌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 남부에서 꽃 도매상을 운영하는 한 남성은 "재스민 금지는 일본에서 온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미국 대사관 근처에 있는 시장에서 꽃을 파는 한 젊은 여성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독이 재스민에 들어 있고, 그 독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재스민을 재배하는 53세의 한 농부는 "당국이 금지한 파룬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공산당을 전복하는 데 재스민을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을 주변 농부들에게서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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