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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이상득 총선 공천 받으면 수도권 전멸 박근혜 대항마 필요...그도 감세 반대 못할 것"

[인터뷰] 'MB 복심'떼고 한나라당 소장파 핵심된 정두언 의원

등록|2011.05.13 12:49 수정|2011.05.13 14:49

▲ 한나라당 소장파의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당 쇄신문제와 관련해 '추가감세 철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반드시 철회된다. 내기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 남소연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12일 "한상률 (전 국세청장) 사건은 검찰에서 10분의 1도 조사가 안 됐다"며 "나는 한 전 청장이 한 짓을 많이 알고 있고, 검찰도 다 알고 있는데 (조사를) 하다 말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때 내가 한 청장에게 (국세청 차장 시절에 만든) 이명박 대통령 일가사찰파일을 달라고 했더니 대통령의 약점을 잡으려 한다고 모함하는 바람에 이 대통령이 나를 질책했었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 전 청장은 지난 4월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으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의 원인이 된 태광실업 표적 세무조사 의혹과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을 상대로 한 연임로비의혹은 무혐의 처리돼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그는 서울 도곡동 땅이 이 대통령 소유라는 의혹의 전말을 알고 있다는 의혹을 받기도 한 인물이다.

정 의원이 현 정부 출범초기까지 '실세 중의 실세'였고, 한 전 청장의 비호세력으로 의심받는 이상득 의원과 대척점에 서 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은 주목된다. 그러나 수사되지 않은 부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지금은 밝힐 수 없다"고 답변을 피했다.

"오세훈의 비판은 소외된 사람들 하는 소리"

한나라당 소장파의 핵심인 그는 당 쇄신문제와 관련해 '(소득세와 법인세의) 추가감세 철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반드시 철회된다. 내기해도 좋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표가 소득세와는 달리 법인세 감세철회에는 부정적이고, 이주영 정책위의장도 법인세 감세는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내 소장파에 대해 "정체성 상실이 우려된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당이 쇄신 분위기로 들어가고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가 주목받으니 소외된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계속 비판해온 이상득 의원에 대해서는 "내년에 공천을 줄 수 없게 돼 있다. 전멸하는데 수도권 의원들이 가만있겠느냐"고 말했고, 이재오 특임장관에 대해서는 "자기 역할이 있겠지만, 앞에서 주도하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음은 문답정리.

- 이명박 정부의 '개국공신'에서 '반란군 선봉'이 됐다는 표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맞지 않는 표현이다.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애정을 가지고 (대통령에 대해)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몸을 던질 때는 던졌다. 대통령을 포함해서 상대방이 바뀐 거다. 그동안 받아들이던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게 배신 아닌가"

-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진 게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만들었다는 '이명박 일가 X파일'을 입수하려 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한상률 전 청장이 차장 시절 이명박 대통령 사찰을 주도했다. 그래서 17대 대통령직 인수위 때 사찰파일을 달라고 했는데 버티더라. 그러다가 한 전 청장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에게 '내가 대통령 가족을 뒤지고 있다'는 식으로 모함을 한 모양이다. 대통령이 자신의 약점을 잡으려한다고 오해했는지 나를 질책했다. (대통령이) 믿을 수 없는 사람의 말을 믿은 거다."

- 한 전 청장이 검찰 수사를 받았는데.
"내가 한상률 전 청장이 한 짓을 많이 알고 있는데 그 중 10분의 1도 조사가 안됐다. 검찰도 다 알고 있는데 (조사를) 하다 말았다.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앞으로 다 드러날 수밖에 없다. 세상에 감출 수 있는 일은 없다."

"황우여 당 대표 선출, 친이 주류의 마지막 발목잡기도 뿌리친 것"

▲ 정두언 의원은 당 변화 방향에 대해 "한나라당이 젊어지고, 더 민주적으로 바뀌고 중도개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본다. 또 당 중심의 국정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남소연


- 이번 원내대표 경선과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아야한다고 추인한 11일 의원총회 결과를 평가해 달라.
"황 원내대표는 단일화 전까지 정책위의장 짝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웠다. 굉장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친이 주류의 독점적 국정운영이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위기감이 절박했던 것 같다. 또 황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이 되면서 친이 주류의 마지막 발목잡기도 뿌리친 셈이 됐다."

- 지난해 지방선거 패배 이후에도 쇄신론이 대두됐지만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작년만 해도 친이 주류의 힘이 커서 쇄신에 대한 반동도 컸다. 그래서 진도를 못 나갔다. 하지만 이번이 쇄신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절박감이 크다. 그만큼 쇄신 동력이 세지면서 친이 주류의 힘도 약해졌다."

- 11일 발족한 '새로운 한나라'의 정책 측면에서의 목표는 뭔가.
"국민참여경선제 도입이 먼저고 추가 감세 철회가 두 번째다. 국민참여경선은 의원들 94%가 찬성했으니 의원총회 열어서 당론 확정하고 필요한 입법을 하면 된다. 추가 감세 철회는 당이 미뤄놓은 문제인데 과거 감세 철회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도 지금은 다 돌아섰다. 대세는 추가 감세 철회다."

- 당내 일부에서는 보수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감세 철회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감세 철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데.
"흔히 보수의 가치를 이야기하는데 그건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한다. 보수의 가치가 성경에 써 있는 게 아니다.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 과거 자유와 경쟁을 중시하는 게 보수의 가치였다면 지금은 여기에 평등도 중요하다가 추가돼야 한다.

한나라당이 중도개혁으로 가기 위해서는 추가 감세를 철회해야 하고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 감세의 필요성을 무시하자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감세를 할 만큼 했다. 법인세만 해도 22%까지 내려왔는데 OECD 최저 수준이다. 때문에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해서 추가 감세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감세철회는 반드시 된다. 할 수 있는지 없는지 내기를 해도 좋다."

"박근혜 법인세 감세철회 반대? 상황이 변했다"

- 박근혜 전 대표는 법인세 추가 감세 철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데.
"상황이 변했다. 감세를 해줬지만 대기업들이 투자나 고용은 늘리지도 않고 중소기업만 쥐어짜 양극화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그런데 추가 감세를 해준다면 국민 정서가 어떻게 되겠나. 박 전 대표도 그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추가감세를 주장해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나라당 개혁 움직임에 대해 '한나라당이 복지정책에 강박관념을 보이는 것은 정체성을 잃어버리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의 쇄신 분위기가 심상치 않고 쇄신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가 주목 받게 되니까 소외된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는 것 같다. 언론에서 우리 모임이 큰 세력인 것처럼 뻥튀기를 하니까 불안해서 시비를 거는 모양이다."

- 앞으로 '새로운 한나라'는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모임에 (여러 계파의) 다국적군이 모여 있어 서로 하는 말이 다를 수는 있는데 1차적으로는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 그 다음 당의 진로를 놓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나온 결과물을 실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당 변화 방향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젊어지고, 더 민주적으로 바뀌고 중도개혁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본다. 또 당 중심의 국정운영이 이루어져야 한다."

- 전당대회 날짜가 7월 4일로 잡혔다.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지금은 철저한 성찰과 반성 후에 새로운 길을 모색할 때다. 지금 시점에서 당권 도전을 거론하면 제사보다 잿밥에 관이 많다는 것밖에 안 된다."

- '새로운 한나라' 안에도 나경원, 남경필, 권영세, 김성식 등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분들이 있는데 어떻게 조절할 건가.
"이 모임의 목적이 세력화해서 대표를 내세우자는 게 아니다. 당권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 단일화는 그들 사이의 문제다. 모임 차원의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보는 건 오산이다."

"'새로운 한나라' 전대까지 당 바꾸면 성공, 그 이후까지 가면 더 바람직"

▲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 44명이 참여하는 쇄신모임인 ‘새로운 한나라’가 11일 오후 공식 발족했다. 당의 쇄신과 변화를 바라는 ‘새로운 한나라’의 모토와 묘하게 오버랩되는 이 사진은 4.27 강원도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 평창에서 열린 한나라당 후보자 선출대회에 깜짝가수로 등장한 정두언 의원으로, 개표결과 발표가 예상보다 지연되자 당시 안상수 대표의 권유로 무대에 오른 정 의원은 4집 앨범까지 낸 어엿한 ‘가수’답게 숨은 노래실력을 맘껏 뽐냈다. ⓒ 남소연


- 소장파와 친박계의 연대가 내년 총선까지 간다고 보는 이유는 뭔가.
"친이 주류를 배제하기에는 아직 소장파나 친박의 힘이 약하니까 이심전심으로 힘을 합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모임은 전당대회까지 당을 더 민주적이고 개혁적으로 탈바꿈시키는 역할을 해내면 성공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전당대회 후까지 가면 더 바람직할 것이다."

- 총선 이후에는 두 그룹간 연대는 힘들다고 보나.
"내년 당내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독자 후보로 가는 게 위험하다고 본다. 박 전 대표 본인은 물론 한나라당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대항마가 필요하다. 또 '박근혜로는 불안하다'는 인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대항마가 생기게 돼 있다. 그래서 총선 이후에는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이재오 특임장관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이 장관도 나름의 역할을 하면 된다. 다만 전면에 나서지는 말라는 것이다. 세대교체라는 게 젊은 사람들이 앞에 나선다고 중진들은 다 물러나라는 건 아니지 않은가."

- 이상득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공천 받으면 수도권은 전멸이라고 한 말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진실을 이야기한 것이다. 19대 총선에서는 이상득 의원에게 공천을 줄 수가 없게 돼 있다. 공천하면 수도권이 전멸하는데 수도권 후보들이 가만히 있겠나. 18대 때는 (이상득 불출마를) 관철시키지 못했지만 내년에는 상황이 다르다."

"손학규 민주당 체제와 야권연대, 위협적"

- 이명박 정부가 잘한 것과 못한 것 하나씩을 꼽아본다면.
"굳이 이야기하자면 경제나 외교에서는 성과가 있었다. 단 경제위기를 빨리 벗어났다 해도 양극화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재벌은 점점 비대해지면서 필리핀처럼 몇 개 재벌 가문이 나라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됐다. 또 정치와 인사가 낙제점이다. 대통령이 스스로 정치에 거리를 두려다 소통에 실패했다. 대통령이 필요할 때는 전화도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 대통령과 통화했다는 의원들을 본 적이 없다. 회전문 인사만 해도 대통령의 개인 성향이 반영된 문제다. 아는 사람들 중에서만 고르니까 그렇게 되고 말았다."

- 지금의 민주당은 어떻게 평가하나.
"그동안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헤매는 덕에 버텨왔는데 이제는 불가능하게 됐다. 당 지지율도 역전 당했다. 손학규 대표의 리더십에 귄위가 생기면서 당이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에 위협적인 수준이 됐다. 야권연대도 경험적으로 우리에게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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