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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신호등 공청회, 여론달래기?... 경찰, 이달 19일 내 결정

찬성 1표 앞서…어쩔 수 없이 반대편에 서서 반대 외치니 그게 반대가 되나?

등록|2011.05.15 11:41 수정|2011.05.15 11:41
지난 4월 20일, 경찰은 새로 도입한 '좌회전 삼색신호등'을 서울 도심 주요 사거리 11곳에 설치, 한 달 동안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 13일, 경찰은 삼색 신호등 확대 실시 시점을 앞두고 앞서 약속한 바대로 시민공청회를 개최했다.

경찰청 시민공청회경찰청, 삼색신호등 시민공청회 생중계 캡쳐. 교통문화 운동본부 박용훈 대표가 공청회를 진행하고 있다. ⓒ 이미진


지난 2010년 4월 23일자 입법예고를 끝으로 2010년 6월 30일자부터 본격시행 예정이었던 좌회전 삼색신호체계. 하지만, 지금까지 늦춰진 데는 경찰이 좌회전 신호등 운영체계를 '좌회전 우선으로 할지, 직진 우선으로 할지'를 두고 하루차로 번복 또는 홍보 부족에 따른 운전자들의 혼란을 빚은 까닭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언론에서 운전자의 안전 및 예산과 관련해 부정적인 보도를 해오면서, 이로 인해 들끓는 반대 여론이 한몫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공청회에 참석하기도 한 녹색교통정책연구소 정강 소장은 지난 6일, 네이버 포털을 통해 언론사를 향한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서두에서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 (생략)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다르게 인지능력이 부족하다는 주장인지를 분명하게 말하라"라는 말을 던지며, 세계 곳곳에 설치된 삼색신호등 사진 자료를 토대로 "좌회전 화살표 삼색신호등에 헛갈린다는 운전자 및 언론사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한 언론사의 "정부 삼색신호등 설치근거 조작" 기사를 두고, 의심의 정도가 심하다며 강하게 비판을 던지기도 했다.
주요 언론사 및 시민들의 따가운 눈총 속에서 시작된 공청회

삼색신호등 관련 여론 수렴을 위한 시민공청회는 13일,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경찰청 대청마루(13층)에서 이뤄졌다. 찬성 3, 반대 3 패널로 열띤 토론을 벌인 공청회에는 시민 100여 명도 함께했다.

사회는 교통문화 운동본부 박용훈 대표가 맡았으며, 각계 교통안전 전문가로 구성된 찬반 패널에는 찬성에 경찰청 교통기획 황창성 계장, 연세대 도시공학과 김진태 교수, 녹색교통 정책연구소 정강 소장이 자리했으며, 반대에 숙명여대 디자인학과 유한태 교수, 성균관대 시스템공학과 이성일 교수, 부정부패추방 실천시민회 박홍식 대표가 자리했다.
 
경찰청, 삼색신호등 시민 여론 수렴을 위한 공청회
사회자 : 교통문화 운동본부 박용훈 대표
찬성3 : 경찰청 교통기획 황창성 계장, 연세대 도시공학과 김진태 교수, 녹색교통 정책연구소 정 강 소장
반대3 : 숙명여대 디자인학과 유한태 교수, 성균관대 시스템공학과 이성일 교수, 부정부패추방 실천시민회 박홍식 대표


UN 삼색신호등과 현 우리나라 사색신호등을 견줘본 논제

우선 논제는 UN에서 사용 중인 삼색신호등이 현재 우리나라가 사용 중인 사색신호등과 비교해볼 때 어떠한지, 과연 어느 것을 택하는 것이 더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토론해보는 자리였다.

먼저 반대 패널에 자리한 유한태 교수는 "우리나라만의 새로운 교통신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논지를 벗어난 주장을 선보였다.

유한태 교수 (반대 패널1)
"이 문제의 핵심은 바로 이것, 빨간색에 화살표가 있을 경우 빨리 좌회전해서 가라고 오해하기 딱 쉽다는 거다. 아시아, 유럽 그 어느 곳과 비교해 봐도 "달나라 스텐다드"라는 생각이 든다. 기존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한국에 와서 접하는 것이 신호체계다. 밖에서 안으로 들일 것이 아니라 안에서 밖으로 퍼트릴 생각을 해야 한다. 스토리텔링은 국가 브랜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에 찬성 패널에 김진태 교수는 "새로운 신호체계를 만드느니 차라리 UN에서 사용하고 있는 삼색신호등을 도입하는 것이 옳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김진태 교수 (찬성 패널2)
"지금 있는 사색신호등을 버려야 한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신호 이해 방식을 살펴보면, 빨간 신호등은 '보고 서야' 하고, 녹색 신호등은 '보고 가도 된다'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 경우에 따라서 운전하는 게 대부분이다. 신호 하나하나를 보는 것이 아니라 네 개를 조합해서 판단하는 까닭에 사색 신호등은 단순하지 않다. 즉,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에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함은 물론 도로교통법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자체적인 신호체계를 만들 것이냐, 아니면 현재 UN에서 사용하고 있는 삼색신호등을 따라서 사용하는 것이냐 가운데 정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해볼 때, 삼색신호등을 씀이 바람직하다."

먼저 "반대 패널에 참석해 유감"의 뜻을 내비치며

경찰청 시민공청회생중계 화면 캡쳐. 성균관대 시스템공학과 이성일 교수(반대 패널2) ⓒ 이미진


이성일 교수는 자체 실시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삼색신호등이 빚을 혼란"에 대해 집중 설명했다.
   
이성일 교수 (반대 패널2)
"기존 사색신호체계에서 삼색신호체계로 바뀌는 데 어떠한 혼란을 초례할지 연구해봤다. 먼저, 초례되는 혼란으로 봤을 때다. 운전자 2600만 명을 대상으로 현재 우리나라 교통신호 및 법규 인식지수를 연구해본 결과 평균에 근접한 분포를 보였다. 이는 인식이 뛰어나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데 기존의 신호 체계에 익숙한 운전자들이 새로운 신호 체계를 인지하고 학습하게 되면 간섭에 의한 혼란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좌회전 삼색신호등 화살표는 지시가 아닌 방향 표시이며, 색상으로 운전자의 행동을 지시하는 이중 의미 체계다. 인지심리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 두 가지 정보 체계가 동시에 상반된 의미를 전달할 경우 사용자들에게 혼란과 갈등을 유발하는 현상이 빚어진다. 또 새로운 신호 체계를 학습하는 데에 시간적, 경제적 비율이 늘어날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 볼 때, 현 점진적 시행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무엇보다 사회적 비용의 발생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비용 대비 개선 효과 또한 뚜렷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와 관련해 현재 시범실시 구간을 이동 중인 차량 운전자 K씨는 "삼색신호등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으로 인해 직진 차량이 교차로에 진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 연구자료 다 필요 없다더니, 자동차 사고율 예로 들어

경찰청 시민공청회생중계 화면 캡쳐. 녹색교통 정책연구소 정 강 소장 ⓒ 이미진


찬성에 정강 소장은 이성일 교수의 의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정강 소장 (찬성 패널3)
"비보호 신호는 소통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 표시를 하는 것인데, 삼색신호체계를 쓰게 되면 바로 비보호 좌회전 구간이 아니라는 것을 즉각 운전자에게 알릴 수 있게 된다. 왜 서양 사람들은 잘 하는 것인데 우리나라는 안 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그런 연구 결과를 들어 설명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 최근 미국은 삼색화살표에서 하나 더 추가해 사색화살표를 도입했다. 그러한 마당에 삼색신호등이 논란이 일 정도라니, 말이 되느냐. 사람 하나라도 살릴 수 있다면 시행해야 한다. OECD에서 자동차 사고자가 일본의 6배다. 그렇다면 뭔가 해야 하지 않겠나. 다만, 정말 안전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는 있을 거다. 그런데 종전 것이 익숙하니까 그대로 하자는 식의 논란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덧붙여 그는 국민들을 향해, "여러분들, 나라의 근간을 해칠 수 있는 거다. 이 나라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법령화된 것을 시행하고자 하는데 일부에 의해 철회한다면 되겠느냐. 반대 측 패널 분들, 그 전에 문제제기 충분히 할 수 있었는데 왜 이제 와 그러느냐"라며 호소 및 반박했다.

경찰청 시민공청회 생중계 화면 캡쳐. 부정부패추방 실천시민회 박홍식 대표(반대 패널3) ⓒ 이미진


반대 패널 참석자인 박홍식 대표는 "국민의 소리란 바로 이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박홍식 대표 (반대 패널3)
"새로운 제도를 익히기 전에 우리 국민 가운데 현 도로교통법을 알고 있는 자가 얼마나 되겠느냐. 내가 직접 광화문, 숭례문 등에 직접 나가봐서 신호체계를 지켜봐보니, 빨간불에 나오는 화살표를 보고 처음 보는 사람은 가도 되나 라고 생각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우리는 우리나라 교통사고가 유독 많은 까닭에 운전자 안전에 대해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옛 것을 바꾸고 안전이 보다 확보된다면 충분히 바꾸는 것이 맞겠지만 현재 봐선, 사색신호등이 삼색신호등과 비교해 전혀 나쁘지 않다."

경찰청 시민공청회생중계 화면 캡쳐. 경찰청 교통기획 황창성 계장 ⓒ 이미진


하지만 이에 대해 반박하고 나선 황창성 계장의 "현재 사용 중인 사색신호등은 십 년 전에 도입된 것"이라는 설명은 논리 타당해 보인다.

황창성 계장 (찬성 패널1)
"삼색신호등을 3주차 시범 운영해 본 결과, 99.7% 정도 지켜지고 있다. 처음엔 빨간색 화살표에서 머뭇거리는 분들이 많았다. 혼란은 경험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또, 유한태 교수가 20년 경력의 운전자가 삼색신호등에 당했다는 기사를 들며 "민심을 잘 읽는 것이 경찰의 몫"이라고 한 데는 "1을 1000으로 계산"한 잘못이 커 보였다. 정강 대표 또한 이 부분에서 "교차로 진입해 주행할 때는 안전하게 확인하고 주행하는 것이 원칙인데, 신호체계가 바뀌었다고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차로 사고는 교통신호를 이해하지 못해서 사고 난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찬반토론에 각각 30여 분의 시간이 주어진 가운데, 이어 예산과 관련해 양측의 대표 반론이 이어졌다.

예산 2020억 든다던데, 누구의 몫인가?

반대 패널 박홍식 대표는 "분명히 예산 낭비인지 아닌지 따져봐야겠다"라며, "현재 시설돼 있는 것을 다시 한다는 것 자체가 예산 낭비"라고 꼬집었다. 이에 황창선(찬성) 계장은 "전국에 바꿔야 할 신호등은 십 만개 정도인데, 교체 전액에 비교해보면 소소하다 볼 수 있다"라고 호소했다. 앞서 이성일 교수는 인건비는 물론 렌즈 제어 시스템 등 점진적인 교체 비용에 2020억이 든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예산이 얼마가 들든 그 몫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돌려질 일이다. 그렇기에 "소소하다"느니, "다른 나라가 다 사용하고 있으니 우리도 써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옳지 않다. 물론 단 한 명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지만, 그 한 명이 단순히 도입해서 살릴 수 있는 생명인지 도리어 열 명의 목숨을 앗아갈 일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정확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것을 바꿔서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지적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운전자 교육을 통해 무난히 헤쳐 나갈 수 있다.

한편, 이처럼 삼색신호등을 도입하냐, 기존의 것을 그대로 쓰느냐에 대해 의견 일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들어본 시민들의 의견이 돋보였다. 한 시민은 "교통신호란 것은 체계가 있어야 한다. 황색신호등이 켜져 있는 것은 겨우 3초다. 공주거리와 제동거리를 합하면 60km정도 되는데, 황색신호등이 켜져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 4~5초가 더 필요하다. 이 1km를 늘리는 게 문제지 지금 신호 바꾸는 게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먼저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 환갑을 넘겨 한국에 돌아왔다는 한 시민은 "미국에서 살아봤지만, 삼색신호등에서 사고가 난 경우는 드물다. 어젯밤 광화문에서 시청까지 직접 순회해봤다. 별로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인다. 만약 신호에서 서지 않아 사고가 났다면 교육을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밖에 "시행 방법에 문제가 있다. 일방적으로 시행한 것 자체가 문제다. 일반 시민들은 현 신호체계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시민들은 모른다. 장기적으로 바꾼다고 하셨는데, 더 큰 혼란이 올 것이다"라는 의견과 "아직까지 반상회 한 번 하지 않고 시행한다는 것은 경찰청의 잘못"이라는 공통된 주장이 있었다.

추진 혹은 폐지, 이달 19일 안으로 결정

마지막으로 공청회는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위한 투표로 이어졌다. 공청회 전 삼색신호등에 대한 찬성 26, 반대 67을 보인 투표 결과는 공청회가 끝나자 찬성 48, 반대 47, 무응답 1표로 찬성이 한 표 앞섰다.

"이미 정해 놓은 법규를 왜 이제 와서 훼방이냐, 우리도 외국의 경우처럼 삼색신호등체계를 써야 한다"라는 찬성 측과 "그 많은 예산을 국민의 몫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 기존 신호등체계도 아무 문제 없었다"라는 반대 측의 의견이 돋보인 자리였던 공청회.

이처럼 삼색 화살표 신호등체계에 대한 찬반여론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찰은 곧 삼색신호등 확대 실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 또한 "더는 머뭇거리지 않고 이른 시일 내 삼색신호등 추진 혹은 폐지를 결정하겠다"며, "오는 16일 한 차례 더 남아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봐서 시범운영 한 달이 되는 19일 이전에라도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국민의 의견을 반영한답시고 공청회까지 열어놓고 홍보 부족이라느니 하는 식의 시민들의 혼란을 부추기는 일은 발생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한편, 이번 공청회를 통해 찬반여론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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