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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민뉴스, 독거어르신 바비큐파티 열어

창간 5주년 기념행사로 소외계층과 함께

등록|2011.05.15 17:56 수정|2011.05.15 17:56
지난 14일(토) 오전 11시에 익산 이일여자고등학교 교정에서 '익산시민뉴스 창간 5주년 기념' 행사로 지역에 있는 소외계층 독거어르신 100여 명을 초청해 바비큐파티를 열었습니다.

보통 언론사는 창간기념식을 호텔 또는 컨벤션센터, 예식장 등에서 성대한(?) 기념식을 통해 정치인은 물론 경제계, 각 기관장 등을 초청해 후원회 형식을 빌어 열악한 재정을 충당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얻고자 하는 게 사실이고 또한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본 기자는 신문사를 창간 때부터 지역민 또는 소외계층과 함께 하고자 하는 뜻을 가졌고 1주년과 2주년 기념행사에서는 익산시민과 함께하는 시민가요제를 개최한 바 있었지만 많은 적자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고기굽기사랑의열매 익산지부 봉사자와 (사)새벽이슬 봉사자가 고기를 굽고 있다. ⓒ 오명관


그러다보니 3주년 행사는 하지 않고 넘어갔다가 4주년 행사에서는 익산시 청소년수련관에서 조촐한 기념행사를 했고 올해 5주년 행사에서는 '독거어르신 바비큐파티'로 준비하기 위해 <익산시민뉴스> 광고비와 독지가들의 후원금 약 150여만 원으로 고기 및 기념품 등을 준비하고 진행했습니다. 일부는 손철호씨와 (사)새벽이슬에서 자비로 마련해 총 200여만 원 이상이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이날 지역 정치인이나 경제계 또는 기관장들은 많이 참석하지 않았는데 물론 초청장을 보내지 않고 문자로만 알렸기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행사의 주인공은 독거어르신들이기에 많은 어르신들이 참석하기를 바랐고 다행히 100여 명의 어르신들이 찾아와 줘 치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일여고 학생들을 비롯 사랑의열매 익산지부, 코레일관광개발 KTX승무원, 사랑실은교통봉사대 익산지대에서 자원봉사로 약 70여 명이 함께 했고 특히 (사)새벽이슬에서는 공동주관으로 고기를 구울 수 있는 장비를 비롯 필요한 물품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매주 토요일마다 독거어르신에게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손철호씨의 도움도 절대적이었는데 익산의 노숙인들을 10여 년 간 돌본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이일여고 학생들이일여고 자원봉사 학생들이 어르신들의 고기를 잘 드실 수 있도록 가위로 썰고 있다. ⓒ 오명관


이렇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진행한 이날, 약간의 불미스런 일도 있었지만 본 기자는 오히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이일여고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 오히려 학생들에게 고맙기까지 했습니다.

그 전말은 이렇습니다. 본 기자 혼자 모든 것을 기획하고 준비하다보니 여러 가지 손발이 맞지 않는 일이 발생한 가운데 고기가 빨리 익지 않아 어르신들의 성화에 마음이 조금씩 상한 학생들이 한 봉사자를 따라 온 서너 명의 어른들이 고기를 비롯 상추, 밥 등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 학생은 본 기자에게 "할머니가 고기를 제대로 드시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봉사하러 오신 어르신들이 고기를 마구 가져다가 드시면 어떻게 하느냐"며 울분을 토해냈고 급기야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울고 있는 학생어르신들이 제대로 못드시고 있는데 일부 어른들이 봉사를 하지 않고 고기와 상추 등을 마구 집어가 먹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항의하자, 사랑의열매 익산지부 곽상인 부단장이 달래고 있다. ⓒ 오명관


이 이야기를 들은 본 기자는 그 어른들을 찾아가 "우리 학생들도 고기가 매우 먹고 싶지만 어르신들에게 먼저 드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고 또한 제대로 못 드시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부끄럽지 않습니까?"라며 혼냈습니다.

본 기자도 조금은 흥분해서 "봉사하러 온 것이 아니라면 그냥 가십시오"라고 말을 하자, 그 어른들은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그리고는 학생들 앞에서 본 기자는 "같은 어른으로서 너무 미안하고 그 어른들을 대신해 사과한다"고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달랜 후, 남은 고기를 학생들과 같이 하고자 했으나 또 학생은 이렇게 말을 합니다. "저희는 봉사하러 왔지 고기 먹으러 온 것이 아닙니다"라며 "어르신들에게 더 드렸으면 합니다"고 말을 하더군요. 너무나 기특하더군요. 하지만 어르신을 포함해 학생들도 같이 먹으려고 63kg(약 210인분)의 고기를 준비했는데 학생들은 한사코 마다하고 급식을 먹으러 가더군요.

또한 밥이 모자라 급하게 학생들과 같이 하고자 주문했던 60인분의 밥이 도착했지만 본 기자를 비롯 봉사자들이 먹고 남은 밥이 약 50인분과 고기도 약 20kg 정도 남아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결국 고기는 몇 분의 어르신이 늦게 찾아와 고기를 못먹었다고 해 같이 나눠드시라고 생고기 전부를 드렸고 야간자율학습으로 늦게까지 공부한다고 해 밥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며 모든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기자는 이날 행사를 통해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일단 독거어르신들은 홀로 살고 계시기에 고기만 먹고 가질 않습니다. 미리 준비한 비닐봉투에 고기며 상추 등을 담기에 바빴습니다.

예를 들어 익산에 있는 보배소주에서 소주 5상자 100병의 소주를 지원해 탁자 위에 올려놨지만 빈병으로 온 것은 고작 10병 정도. 나머지는 가지고 가셨고 또한 2L짜리 음료수 역시 빈병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다 가져 가셨습니다.

즐거운 식사어르신들이 조촐하게 마련한 음식을 드시고 있다. ⓒ 오명관


기자는 이 모습을 보며 참으로 마음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다음 행사에서는 저녁에도 드실 수 있도록 도시락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 중에는 "왜 우리는 고기를 안주느냐"고 말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고기를 못 드신 분이 계시는 것으로 알고 속상해 하는 순수한 모습을 보며 요즘 학생들은 버릇장머리가 없다고들 하는데 이일여고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거짓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일부 어른들이 자신들의 배만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분노할 줄 하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대견스러웠습니다.

우리 학생들을 버릇장머리 없도록 하는 것은 아마도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모범을 보여야 우리 어른들이 학생들보다 못한 행동을 한 사실에 반성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배운 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좌충우돌하며 이 행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구세대와 신세대 간에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더 철저한 준비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한편 사랑의열매 익산지부에서는 소외된 독거어르신들을 위한 이 행사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며 분기별로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익산 중앙새마을금고 소점호 이사장은 내년부터 예산을 만들어 이 행사를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하더군요.

작은 일이지만 소외계층을 돌아보고 이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기자의 뜻을 이해하고 도움주시려는 분들의 마음에 깊은 감사와 함께 좀 더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내년 익산시민뉴스 창간 6주년 기념 행사는 독거어르신과 한부모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바비큐파티 또는 다른 행사를 준비할 예정입니다.

아직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많은 익산시민들이 있어 '독거어르신 바비큐파티'는 성공적(?)이었다고 쑥스러운 자평과 함께 어르신들을 격려하러 온 송호진 시의원, 박종열 시의원, 익산투데이 탁이석 대표, 황만길 국민참여당 익산지역위원장과 늦게나마 찾아 온 이춘석 국회의원과 이한수 익산시장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덧붙이는 글 익산시민뉴스, 다음블로그에도 송고했으며 오명관 기자는 [익산시민뉴스] 대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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