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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찍은 사진, 수묵화된 다양한 이미지 표현

황수정 작가의 물과 핀홀카메라가 찍은 '나의 기억'전 눈길

등록|2011.05.16 10:37 수정|2011.05.16 10:37

전시작품황 작가는 “촬영 때부터 물에서 물이 찍은 것”이라면서 “현상되고 인화하는 과정에서도 물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 김철관


원초적 카메라 옵스큐라(어두운 방) 원리를 이용한 핀홀카메라를 물에 띄워, 장시간 노출로 자화상, 눈물, 풍경 등의 다양한 동양화(수묵화) 이미지를 표현한 사진전이 눈길을 끈다.

지난 6일부터 오는 28일까지 서울 중구 서울메트로 충무로역내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갤러리'에서 열리는 황수정(36) 작가의 <물과 핀홀카메라가 찍은 '나의 기억'>전은 작가가 직접 만든 바늘구멍보다 작은 핀홀카메라를 흐르는 물에 띄워 표현한 수묵화된 이미지 사진 5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15일 오후 전시장에서 만난 황수정 작가는 "핀홀카메라가 물에 떠 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 그린 사진"이라면서 "사진과 회화사이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때부터 물에서 물이 찍은 것"이라면서 "현상되고 인화하는 과정에서도 물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작품지난 6일부터 서울 중구 서울메트로 충무로역내 충무로영상센터 ‘오!재미동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황수정(36) 작가의 ‘나의 기억’전은 작가가 직접 만든 바늘구멍보다 작은 핀홀카메라를 흐르는 물에 띄워 표현한 수묵화 된 이미지 사진 50여점을 선보였다. ⓒ 김철관


전시작품그는 자신의 작품을 두고 사진이면서도 회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김철관


그는 사진과 회화사이를 표현하고 싶어 다양한 카메라 중 직접 제작한 핀홀카메라를 택했다. 흐르는 물에 띄워야 하기 때문에 젖으면 안 돼 석판재료를 사용했다. 작업실과 비교적 가까운 북한산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에 핀홀카메라 띄워 장시간(1시간 이상) 노출시켰다.

종이배 같이 물에 자유스럽게 떠다니면서 촬영한 핀홀카메라는 바로 작가 자신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끊임없이 띄워 보냈다고. 이렇게 해 나온 이미지가 자신의 자화상이 되고, 뼈가 되고, 눈물이 되고, 마음 등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를 모아 전시한 것이 바로 '나의 기억'전이다.

그는 최근 물길을 따라 핀홀카메라가 촬영한 70여 점의 작품을 모아 <하트에 날개를 달다>(황수정 저, 나무발전소 펴냄)라는 사진치유 에세이를 내기도 했다.

작품그는 사진과 회화사이를 표현하고 싶어 다양한 카메라 중 직접 제작한 핀홀카메라를 택했다. ⓒ 김철관


이날 충무로영상센터 이진희 '오!재미동 갤러리' 큐레이터(프로그래머)는 "작가의 작품은 자연으로 만든 그림 같은 사진"이라면서 "관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지하철 역사내 전시장에서 차분한 정서를 줄 수 있는 사진전을 열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관람을 한 임기연 액자작가는 "사진과 회화 사이를 표현하기 위해 고뇌한 작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면서 "작품들은 작가, 카메라, 물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만화경 같은 느낌이 든다"고 피력했다.

화가이면서 판화가인 작가는 지금까지 존재와 부재 사이, 이성과 감정 사이, 회화와 조각 사이, 회화와 판화 사이, 사진과 회화 사이 등 '간극'을 주제로 작품을 전시해왔다.

작품종이배 같이 물에 자유스럽게 떠다니면서 촬영한 핀홀카메라는 바로 작가 자신이라는 것이다. ⓒ 김철관


전시작품이날 핀홀카메라로 촬영한 작품 50여점이 선보였다. ⓒ 김철관


다음은 황 작가의 작업노트이다.

나의 작업은 사진이면서도 회화이기도 하다. 회화 중에서도 동양화 느낌을 담고 싶어서 나만의 먹 프린트를 만들어 보았는데, 인화지를 화이버 베이스로 바꾸었더니 수묵화 느낌이 배어 나왔다. 이것은 나, 사진기, 물이 함께 한 행위예술이기도 하다.

황수정 작가는 성신여대 서양학과와 동대학원 판화학과를 졸업했다. 지난 2003년과 2010년, 2011년 2월 간극을 주제로 세 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나의 기억'전이 개인 통상 네 번째 전시회이다. 그는 사진과 회화 사이를 표현하고자, 장시간 노출이 가능한 핀홀카메라를 만들었다. 2011년 3월 핀홀카메라로 표현한 사진치유 에세이 <하트에 날개를 달다>를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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