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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3색 신호등' 더이상 추진하지 않기로

등록|2011.05.16 11:18 수정|2011.05.16 15:47
(서울=박성민 기자) 경찰이 논란 끝에 16일 `3색 신호등' 추진 계획을 결국 접기로 한 것은 경찰 행정에 대한 여론의 불신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어 3색 신호등을 확대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반대가 거센 국민 여론을 들었다.

   지난 13일 경찰청사에서 여론 조사기관에 의뢰, 표본집단으로 선정한 `시민 방청객' 96명을 모아놓고 공청회를 하기 전 찬반 조사에서 반대 67명, 찬성 26명, 무응답 3명으로 나온 결과를 일반 여론으로 본 것이다.

   경찰은 당시 시민방청객들에게 찬반 양측 전문가들의 토론을 들려준 뒤 다시 여론조사를 해 찬성 48명, 반대 47명, 무응답 1명 등 22명을 찬성 쪽으로 돌려놓기도 했다.

   찬반 토론에서 신호 체계를 바꿔야 하는 필요성과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했고 여론을 어느 정도 돌려놓는 데 성공했지만 이 역시 반대가 절반에 가까워 새 신호체계를 그대로 추진하기는 부담이 컸다.

   이처럼 국민 여론이 나빠진 것은 안이한 `홍보 마인드' 때문이라고 경찰은 자체 평가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시범 운영을 하기 전까지 경찰은 4색등에서 3색등으로 신호체계가 바뀐다는 사실을 거의 홍보하지 않았다.

   홍보 부족은 시범운영 이전과 이후 경찰이 사용한 홍보 비용을 따져봐도 나타난다. 시범운영 이전에는 언론에 보도자료만 냈을 뿐 홍보비를 거의 쓰지 않았다.

   지난해 초 `좌회전 후 직진'이던 교차로 신호 순서를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꾸었을 때 운전자가 혼란스러워하고 다소간 비판적인 보도가 나오는 와중에 이를 그대로 강행, `별 문제없이' 정착된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홍보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매체에서 3색 신호등 관련 비판 보도가 계속 이어지면서 국민은 3색 신호등의 장점을 알기 이전에 `예산이 터무니없이 낭비된다', `기호학적으로 헷갈린다' 등의 지적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이는 반대 여론으로 굳어져 버렸다.

   경찰이 부랴부랴 3색등 신호 체계의 장점을 설명하는 전단과 현수막을 제작하는 등 각종 홍보비용에 수천만원을 쏟아부었지만 이미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국민을 설득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국민이 `경찰이 하는 일은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새삼 절감했다. 아무리 홍보를 해도 한번 굳어진 국민 여론을 돌려놓기가 참 힘들었다"고 말했다.

   3색 신호등의 전면 폐지 결정은 경찰 행정에 타격을 안기게 될 전망이다.

   서울 도심 11곳에서 시범 운영을 위해 3색 신호등을 설치하는데 6천900만원을 쓴 경찰은 이를 4색등으로 원상복구하는데 4천여만원을 또 써야 한다.

   서울에 시범운영을 하기 전 광주와 강원, 충북, 전남, 경기 등지에 3색 신호등으로 교체한 교차로 42곳에서 4색등을 다시 다는데도 수천만원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년여간 준비했던 정책을 시범운영 기간 한 달을 다 못 채우고 전면 폐지해 버린 사례는 경찰 행정의 오점으로 남아 국민적 신뢰를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

   더욱이 올해 초 총경 승진 인사에서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는 등 평소 소외감이 컸던 교통 담당 실무진의 허탈감이나 박탈감을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가 경찰 조직 내부의 과제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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