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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학부모 구하려고 살신성인한 야구감독 추모제

스승의 날,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내리는 승합차 몸으로 저지

등록|2011.05.17 15:52 수정|2011.05.17 16:32

▲ 헌화 ⓒ 이민선


고 전인택(43) 안양 연현초등학교 야구 감독 추모제가 17일 오전 11시 연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렸다.

고 전 감독은 스승의 날인 15일 오전 9시 20분께, 브레이크가 풀려 학교 안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내리는 자신의 25인승 승합차를 저지하다 차량과 학교 담장 사이에 끼여 질식사했다. 

당시 비탈길 아래에는 학부모와 학생 5명이 있어 승합차가 그대로 미끄러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고 전 감독은 "위험해"라고 소리치며 핸들을 붙잡고 차 방향을 바꾸려다가 변을 당했다고 한다.

사고는 전 감독이 야구 연습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를 태우고 학교에 도착한 직후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학부모에 따르면 25인승 승합차 사이드 브레이크는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추모식은 울음바다였다. 연현초 교장이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제자사랑, 학부모 사랑의 '살신성인' 정신으로 '위험해' 하며 핸들을 잡던 전 감독님 보고 싶습니다. 보내고 싶지 않지만, 그립지만, 이젠 모든 일 접으시고 천국에 가셔서 안식하소서,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추모사를 하자 장내는 울음바다로 변했다. 이어 야구부 학생이 추모사를 할 때도 울음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야구부 학생은 "훌륭한 선수가 되어 전국 제패하겠습니다. 우리와 감독님은 비록 갈라졌지만 영원한 이별은 없다고 봅니다. 언젠간 만날 수 있다고 봅니다. 훌륭한 선수가 돼서 선생님 만나겠습니다. 저희는 선생님 제자라는 게 자랑스럽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추모사를 낭독했다.

이날 선수들은 안양시장기 야구대회에서 우승하고 받은 우승기와 우승컵을 고 전 감독 영전에 헌납했다. 이어 영전에 국화꽃을 바쳤다.

이날 추모식에는 유족과 연현초 학생, 교사, 해당지역 출신 시의원, 도의원, 야구협회 회장 등 약 1000명이 참석했다.

고 전 감독은 지난 2007년 연현초등학교 야구 감독직을 맡아 야구부를 창설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같은해 제4회 성남 시장기 초·중 야구대회에서 우승 , 2009년 제6회 SK초·중 야구대회 준우승을 견인했다.

또 2011년 제40회 경기야구 협회 초·중 야구대회 준우승을 이끌었고 그의 생전 마지막 경기인 안양시장기 야구 대회 우승을 견인했다.
덧붙이는 글 안양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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