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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뉴스가 제일 낫다고? 동의 못한다"

이명박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과 대응 토론회 열려...'권력형 주제' 점차 감소

등록|2011.05.17 20:17 수정|2011.05.17 20:51
2008년 8월 KBS 사장 교체 이후 <미디어 포커스>와 <시사투나잇>의 폐지, MBC 'PD수첩' 광우병 보도에 대한 징계와 검찰수사, 최근에 단행된 MBC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의 진행자 교체 압력, MBC 이우환·한학수 PD '징계성' 인사조치. 그리고 KBS <추적60분> PD 중징계 결정까지.

이명박 정부의 시사보도 탄압사례와 이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17일 프레스센터 외신기자 클럽에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이강택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시사보도를 장악하고 언론을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로 만들었는지 낱낱이 정리하고, 어떻게 전략을 세울 것인가 논의하자"고 토론회의 취지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각 KBS와 MBC를 대표해 성재호 KBS 노조 공정방송추진위 간사, 강지웅 MBC 노조 사무처장도 참석했다.

<추적 60분> 정치분야 보도, 문민정부 수준으로 회귀

▲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명박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과 대응 토론회'에서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이 발제를 하고 있다. ⓒ 홍현진

이날 발제를 맡은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 이후 KBS <추적60분>, MBC 'PD수첩'과 같은 대표적인 탐사 프로그램의 보도 주제에 대한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분석기간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2월 25일부터 2011년 2월 24일까지 3년.

KBS <추적60분>의 경우, 이명박 정부 이후 정치 분야 보도 비율이 문민정부 수준으로 회귀했다. 2007년 방영된 <추적 60분> 800회 특집 프로그램에 따르면, <추적 60분>에서 정치 분야에 대한 보도가 문민정부 이전(1983년 2월~1986년 5월)까지는 단 3건으로 1.9%에 불과했지만, 문민정부 때는 10.7%, 국민의 정부 17.1%, 참여정부 20.5%로 점점 증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3년간 <추적60분>의 정치 분야 보도 비율은 9.9%로 문민정부 시기와 유사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보도 주제를 '권력형'과 '비권력형'으로 나눠보면, 지난 3년간 비권력형 주제(107건)가 권력형 주제(67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김동준 연구실장은 "(이명박 정부 이후) 청와대, 행정부 등의 지배 권력에 대한 취재가 감소하거나 최근에는 사건·사고 보도 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소재가 연성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MBC 'PD수첩'은 권력형 비리나 구조적 문제 등 권력형 주제에 대해 월등히 많은 보도를 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3년간 'PD수첩'이 보도한 212건의 아이템 가운데 108건이 권력형 주제였고, 이 가운데 75건이 권력과 결부된 사회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였다. 이에 대해 김 연구실장은 "국내의 대표적인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PD수첩'에 대한 대국민적 신뢰와 영향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제작진의 의지와 노력이 드러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PD 수첩'도 권력형 주제 다룬 사례 점차 감소

▲ 1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명박 정권의 시사보도 탄압과 대응 토론회'에서 김유진 민주언론연합 사무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홍현진

그러나 시기별로 살펴보면, 이러한 권력형 주제를 다룬 사례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권력형 주제는 취임 첫 해에는 58.9%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2년 차에는 48.8%, 3년 차에는 44.1%로 점점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비권력형 주제는 첫해 41.1%에서 3년차에는 55.9%로 증가했다.

김 연구실장은 이러한 변화가 이명박 정부의 '시사보도 탄압'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았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권력형 주제에 대한 취재가 감소하고, 취재대상과 비판대상에서도 권력의 핵심인 정부부처와 행정부가 감소하는 경향은 주목할 지점"이라며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집요하고 지속적으로 유지된 'PD수첩'에 대한 탄압이 결실을 맺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김 연구실장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벌어진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탄압 유형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MBC 'PD수첩' 광우병 보도, KBS <추적 60분> 천안함·4대강편) ▲ 사장 임명 반대 투쟁 후의 징계(YTN <돌발영상> 폐지) ▲ 정기개편 및 조직개편(KBS <미디어 포커스>, <시사투나잇> 폐지) ▲ 내부 심의에 의한 불방사태(KBS <추적 60분> 4대강편,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 공권력의 물리력 행사(MBC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바로 그것이다. 김 연구실장은 이러한 탄압으로 인한 제작진 내부에서의 '자체검열'이 집권 말기가 될수록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다뤄야 할 뉴스 못 다루는 KBS와 MBC 실망스럽지만..."  

▲ 16일 MBC 정문 앞. 정영하 전국언론노조 MBC 본부 본부장이 김재철 사장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홍현진


그렇다면 이러한 탄압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보다 큰 틀에서의 '투쟁'을 주문했다.

"현업에 계신 언론인 여러분들이 제작거부도 해보고 파업도 해보고 잘려도 보고 징계도 받아보고 다 했는데 탄압은 계속 더 심해지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뗀 김 사무처장은 "현재 보도부분, 특히 뉴스에 있어서 각 방송사 내부에서 어떤 투쟁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해 묻고 싶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KBS와 MBC 뉴스 모두 다뤄야 할 의제를 못 다루고, 선정적인 보도를 하면서 시청자들로부터 욕을 먹고 있다"며 "현직에 있는 언론들에게 싸워달라는 건 무조건 파업을 해서 싸워달라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 다뤄야 할 의제를 다루면서 계속 싸웠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KBS와 MBC에 쓴소리를 한 김 사무처장은 이어 "KBS와 MBC가 이명박 정부와의 싸움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SBS 보도가 가장 낫다'는 말에는 동의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SBS는 '의제설정'이라는 측면에서 거의 역할을 못했고 그 때문에 그다지 심하게 탄압을 받지 않고 있다"며 "KBS와 MBC에서 일하시는 분들께서는 '우리가 과거에 의미 있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탄압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KBS, MBC, SBS 3사가 개별 투쟁이 아니라 남은 이명박 정부 2년여 동안 어떤 의제를 가지고 투쟁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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