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졸라 매고 낙동강공사에 목 마르고
경북도와 구미시의 '자치 없는 분권'... '민생 빠진 개발'
구미갑 국회의원 김성조씨는 "단수 사태로 인해 4대강 여론이 180도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물구나무를 서고 있는 쪽은 그다. 처음부터 지역민들 사이에 불만은 가득했다. 구미지역 낙동강의 특성상 '홍수예방'이라는 명분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지난해 강변에서 불어닥친 황사는 주민 생활을 흔들고 공장을 불안에 떨게 했다. "물이 맑아진다"는 억지는 전현직 공무원들의 업무상 답변 이외에는 들어본 적 없다.
구미시에서 4대강공사를 찬성하는 이들은 강변에 떨어질 떡고물에 관심이 깊은 일부다. 내가 시의원에 당선된 직후 처음 지역유지들과 만났을 때 동네 하천인 '이계천 살리기'를 건의받으면서 "4대강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본류 준설 중심이라 지방하천은 언제 정비할지 모른다는구만!" 아마 이런 떡고물들을 늘리면 지지가 더 높아지리라는 계산 하에 지류 정비사업 이야기가 나왔을 터이다.
물론 한편으로 체육이나 관광에 관련한 떡고물들은 숱할 것이다. 이를테면 구미시는 낙동강공사에 발맞춰 수상비행장 건설을 추진했다. 구미시의회가 예산심사에서 싹에 해당하는 실시설계용역비를 삭감했지만, 친수구역 개발과 맞물려 재차 추진될지도 모르겠다.
자기최면 속 대보름날 패싸움
그들만의 기대에 젖은 4대강공사 찬성파들의 자기최면은 기괴할 정도다. 어디서 단체로 교육이라도 받고 왔는지 한결같이 "논둑을 만들 때도 흙탕물이 생기는 법"이라 한다. 그들이 원하는 낙동강은 (논둑은 아니고) 대형 저수지다. 저수지에 데크를 놓아 둘레길을 조성하는 걸로는 만족을 못하는지 아예 낙동강을 그들이 놀고 떠들 공간의 뒷배경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욕망이 강해서인지 "문제가 좀 있어도 일단 공사가 완성되면..."이라고 주문을 걸고 있다.
지역의 정계·관계·재계는 영남권 신공항을 두고도 국책사업은 의심의 여지 없이 따내면 좋은 것이라는 태도를 취했고, 수리수리마수리 주문으로 논의를 덮어나갔다. (짓는 기간이 아니라) 짓기로 결정하는 데 걸린 기간에만 십수년을 할애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사례와는 정반대다. 일단 첫째, 신공항의 필요성을 전국적으로 공유하는 데 게을렀다. 또는 전국적으로 공유해야 할 필요성에 무감했다. 그러니 여러 지방공항의 적자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들 앞에 일말의 설득력을 갖지 못한 것이다.
둘째, 신공항 후보지 주민들의 생계와 주거는 철저히 배제됐고, 가덕도 어민들과 밀양 농민들은 말할 수 없는 서발턴으로 전락했다. 한의 세월을 겪다 끝내 주한미군 기지 문제로 쫓겨나버린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과거 모습이었다. 셋째, 생태계 파괴는 아예 뒷전이었다(생태계 평가 4.6만점에, 가덕도는 1.7점, 밀양은 0.6점이었다).
옛날옛적 동네 청소년들이 대보름날 달이 뜨면 산이나 개울에서 패싸움을 벌이듯 가덕도파와 밀양파는 공방을 벌였다. 때론 앞다퉈 때론 동맹하여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의 구호를 흐드러지게 피웠으나, 그 꽃밭에 '시민자치'라는 토양은 없었다. 덕분에 타지역 국민은 물론이고 상당수 지역주민들도 '강건너 비행기 구경'이었다. 결국 "(가덕도) 바닷가 허허벌판에 무슨!" "어허, (밀양에) 산을 몇개나 깎나?"와 같은, 상대방을 향한 공격논리만이 한편의 소극으로 남았다.
국책사업 유치 환상을 습격한 단수 사태
신공항 백지화로 경북도가 지은 울상은 과학벨트 유치전에 돌입하며 희망찬 표정으로 바뀌었지만, 양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과학벨트는 "기초과학과 비지니스의 섣부른 결합", "철지난 R&D모델", "시급한 과학 사업이 아니다" 라는 지적을 안고 있었기에, 입지 선정 이전에 타당성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했다. 또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특별법에 들어 있는 외국인투자기업 및 외국연구기관에 대한 국세, 지방세, 각종 요금 감면이나 유급휴일 무급화, 파견대상업무의 범위 확대와 기간 연장, 장애인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서의 예외 등은 노동기본권이나 지방자치를 제약하고 있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러나 지역사회 주류세력은? 반복된 행태에 관한 구구한 묘사는 생략한다. 삭발과 혈서까지 동원해 여전히 '민생 빠진 개발'에 몰두했을 뿐.
바로 이때 구미시 단수 사태가 터졌다. 식수와 빨래는 둘째치고 화장실 사용도 힘겨운 물부족. 그것도 봄비가 한창 내리던 나날이었다. 홍수지대와 무관한 낙동강 본류를 파헤치는 동안 낙동강을 낀 구미시 가가호호는 물난리를 겪었다. '떡고물'을 목이 막히게 먹더라도 삼킬 물이 없다! 국책사업 유치로 부풀린 경제규모를 나눠먹는다는 고루한 사고는, 일상의 발밑을 흔드는 사고에 일격을 당했다.
끝내 경북도와 구미시는 과학벨트 유치전에 실패했다. 세종시 수정안부터 시작해 신공항과 과학벨트를 '돌려막기'의 소재로 삼은 MB정권, 중앙정부의 잘못은 누구보다도 크다. 그러나 중앙정부를 향해 부랴부랴 항전의 태세를 갖추는 경북도 역시 설익은 기획과 사기 공약에 동참하고 변죽 올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왜 경북만 안 해요?"... '자치'와 '민생'으로 혁신을
자치는 말 그대로 스스로 다스린다는 것이다. 위에서 내려보내는 밑천 없이도 아래로부터 출발하는 정책이 지방자치의 수준을 가늠하는데, 국책사업이 아니지만 타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여러 제도들이 경상북도에는 없다. 이를테면 경북도는 학교의무(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학교급식매매특구'다. 구미시와 구미시의회의 경우 1단계로 초등학교 1~3학년의 범위에서 전면의무급식을 시행하려 예산을 통과시켰지만, 경북도의회가 교육청이 대응투자하기로 한 예산을 전액삭감함으로써 구미시의 의무급식예산도 묶여 버렸다.
또 아직 경북도는 혁신학교의 불모지이다. 대신 고교비평준화 지역인 구미에서는 방향 모를 '명문학교 육성론'이 횡행하고, 그 사이 몇몇 학부모들은 평준화된 대구 지역으로 떠난다. 교육분야 뿐이랴. 정주여건과 치안, 골목상권을 돌보라는 시민의 목소리는 '산단 조성'과 '기업 유치'에 막혀 있다. 이건 MB정권만의 잘못이 아니다.
이제 분권의 원리는 '시민 자치'의 손으로 다시 쓰여져야 한다. 뭐니뭐니해도 경북과 구미를 위협하는 가장 거센 태풍은 수도권 규제완화다. 국책사업 유치에 흥분해 다른 지방과 다투는 데 힘을 허비하거나, 지역민들의 생활과 동떨어진 신기루를 좇는 건 수도권이기주의를 저지하는 데 무익하다.
당적과 무관하게 정치인들은 중앙정부, 여당중앙과 맞붙어 싸워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 시민사회와 함께 바깥의 도움 없이도 시행할 수 있는 민생정책들을 실천해야 한다. 지역 기업도 '수도권규제는 찬성이고, 자본 규제는 반대'라는 발상을 버리고, 지역에서 사랑받는 노동우대기업, 시민과 함께 하는 기업, 착한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규제완화반대마저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다.
이들이 진일보하지 않는다면, '주민 자치'에 따른 심판과 혁신은 더욱 절실해진다. "낙동강 파다가 목 말라 죽겠다." "과학벨트가 우리 살림살이랑 무슨 상관 있어요?" "신공항 외치기 전에 시내 대중교통을 확충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왜 대구경북만 무상급식 안 합니까?" 이 솟구치는 여론이 특권세력이 쌓은 보 안에 갇히지 않고 민생의 바다로 흐르도록 하는 것이 주민들 스스로의 임무이자 지방의원인 나의 역할일 것이다.
구미시에서 4대강공사를 찬성하는 이들은 강변에 떨어질 떡고물에 관심이 깊은 일부다. 내가 시의원에 당선된 직후 처음 지역유지들과 만났을 때 동네 하천인 '이계천 살리기'를 건의받으면서 "4대강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보자"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그들의 희망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본류 준설 중심이라 지방하천은 언제 정비할지 모른다는구만!" 아마 이런 떡고물들을 늘리면 지지가 더 높아지리라는 계산 하에 지류 정비사업 이야기가 나왔을 터이다.
자기최면 속 대보름날 패싸움
그들만의 기대에 젖은 4대강공사 찬성파들의 자기최면은 기괴할 정도다. 어디서 단체로 교육이라도 받고 왔는지 한결같이 "논둑을 만들 때도 흙탕물이 생기는 법"이라 한다. 그들이 원하는 낙동강은 (논둑은 아니고) 대형 저수지다. 저수지에 데크를 놓아 둘레길을 조성하는 걸로는 만족을 못하는지 아예 낙동강을 그들이 놀고 떠들 공간의 뒷배경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욕망이 강해서인지 "문제가 좀 있어도 일단 공사가 완성되면..."이라고 주문을 걸고 있다.
지역의 정계·관계·재계는 영남권 신공항을 두고도 국책사업은 의심의 여지 없이 따내면 좋은 것이라는 태도를 취했고, 수리수리마수리 주문으로 논의를 덮어나갔다. (짓는 기간이 아니라) 짓기로 결정하는 데 걸린 기간에만 십수년을 할애한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사례와는 정반대다. 일단 첫째, 신공항의 필요성을 전국적으로 공유하는 데 게을렀다. 또는 전국적으로 공유해야 할 필요성에 무감했다. 그러니 여러 지방공항의 적자 상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들 앞에 일말의 설득력을 갖지 못한 것이다.
둘째, 신공항 후보지 주민들의 생계와 주거는 철저히 배제됐고, 가덕도 어민들과 밀양 농민들은 말할 수 없는 서발턴으로 전락했다. 한의 세월을 겪다 끝내 주한미군 기지 문제로 쫓겨나버린 평택 대추리 주민들의 과거 모습이었다. 셋째, 생태계 파괴는 아예 뒷전이었다(생태계 평가 4.6만점에, 가덕도는 1.7점, 밀양은 0.6점이었다).
옛날옛적 동네 청소년들이 대보름날 달이 뜨면 산이나 개울에서 패싸움을 벌이듯 가덕도파와 밀양파는 공방을 벌였다. 때론 앞다퉈 때론 동맹하여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의 구호를 흐드러지게 피웠으나, 그 꽃밭에 '시민자치'라는 토양은 없었다. 덕분에 타지역 국민은 물론이고 상당수 지역주민들도 '강건너 비행기 구경'이었다. 결국 "(가덕도) 바닷가 허허벌판에 무슨!" "어허, (밀양에) 산을 몇개나 깎나?"와 같은, 상대방을 향한 공격논리만이 한편의 소극으로 남았다.
국책사업 유치 환상을 습격한 단수 사태
신공항 백지화로 경북도가 지은 울상은 과학벨트 유치전에 돌입하며 희망찬 표정으로 바뀌었지만, 양상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과학벨트는 "기초과학과 비지니스의 섣부른 결합", "철지난 R&D모델", "시급한 과학 사업이 아니다" 라는 지적을 안고 있었기에, 입지 선정 이전에 타당성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했다. 또한 국제과학비지니스벨트 특별법에 들어 있는 외국인투자기업 및 외국연구기관에 대한 국세, 지방세, 각종 요금 감면이나 유급휴일 무급화, 파견대상업무의 범위 확대와 기간 연장, 장애인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서의 예외 등은 노동기본권이나 지방자치를 제약하고 있기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그러나 지역사회 주류세력은? 반복된 행태에 관한 구구한 묘사는 생략한다. 삭발과 혈서까지 동원해 여전히 '민생 빠진 개발'에 몰두했을 뿐.
바로 이때 구미시 단수 사태가 터졌다. 식수와 빨래는 둘째치고 화장실 사용도 힘겨운 물부족. 그것도 봄비가 한창 내리던 나날이었다. 홍수지대와 무관한 낙동강 본류를 파헤치는 동안 낙동강을 낀 구미시 가가호호는 물난리를 겪었다. '떡고물'을 목이 막히게 먹더라도 삼킬 물이 없다! 국책사업 유치로 부풀린 경제규모를 나눠먹는다는 고루한 사고는, 일상의 발밑을 흔드는 사고에 일격을 당했다.
끝내 경북도와 구미시는 과학벨트 유치전에 실패했다. 세종시 수정안부터 시작해 신공항과 과학벨트를 '돌려막기'의 소재로 삼은 MB정권, 중앙정부의 잘못은 누구보다도 크다. 그러나 중앙정부를 향해 부랴부랴 항전의 태세를 갖추는 경북도 역시 설익은 기획과 사기 공약에 동참하고 변죽 올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왜 경북만 안 해요?"... '자치'와 '민생'으로 혁신을
자치는 말 그대로 스스로 다스린다는 것이다. 위에서 내려보내는 밑천 없이도 아래로부터 출발하는 정책이 지방자치의 수준을 가늠하는데, 국책사업이 아니지만 타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여러 제도들이 경상북도에는 없다. 이를테면 경북도는 학교의무(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학교급식매매특구'다. 구미시와 구미시의회의 경우 1단계로 초등학교 1~3학년의 범위에서 전면의무급식을 시행하려 예산을 통과시켰지만, 경북도의회가 교육청이 대응투자하기로 한 예산을 전액삭감함으로써 구미시의 의무급식예산도 묶여 버렸다.
또 아직 경북도는 혁신학교의 불모지이다. 대신 고교비평준화 지역인 구미에서는 방향 모를 '명문학교 육성론'이 횡행하고, 그 사이 몇몇 학부모들은 평준화된 대구 지역으로 떠난다. 교육분야 뿐이랴. 정주여건과 치안, 골목상권을 돌보라는 시민의 목소리는 '산단 조성'과 '기업 유치'에 막혀 있다. 이건 MB정권만의 잘못이 아니다.
이제 분권의 원리는 '시민 자치'의 손으로 다시 쓰여져야 한다. 뭐니뭐니해도 경북과 구미를 위협하는 가장 거센 태풍은 수도권 규제완화다. 국책사업 유치에 흥분해 다른 지방과 다투는 데 힘을 허비하거나, 지역민들의 생활과 동떨어진 신기루를 좇는 건 수도권이기주의를 저지하는 데 무익하다.
당적과 무관하게 정치인들은 중앙정부, 여당중앙과 맞붙어 싸워야 한다. 그리고 공무원, 시민사회와 함께 바깥의 도움 없이도 시행할 수 있는 민생정책들을 실천해야 한다. 지역 기업도 '수도권규제는 찬성이고, 자본 규제는 반대'라는 발상을 버리고, 지역에서 사랑받는 노동우대기업, 시민과 함께 하는 기업, 착한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도권규제완화반대마저 그들만의 리그가 될 것이다.
이들이 진일보하지 않는다면, '주민 자치'에 따른 심판과 혁신은 더욱 절실해진다. "낙동강 파다가 목 말라 죽겠다." "과학벨트가 우리 살림살이랑 무슨 상관 있어요?" "신공항 외치기 전에 시내 대중교통을 확충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왜 대구경북만 무상급식 안 합니까?" 이 솟구치는 여론이 특권세력이 쌓은 보 안에 갇히지 않고 민생의 바다로 흐르도록 하는 것이 주민들 스스로의 임무이자 지방의원인 나의 역할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본문은 인터넷 웹진 (http://jabo.co.kr)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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