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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이름을 '발레리나'로 지은 건..."

[인터뷰] 역발상으로 성공한 농업인 지인학씨

등록|2011.05.19 17:47 수정|2011.05.19 17:47

▲ "농업은 진실입니다" 화훼로 성공한 지인학씨를 그의 백합농장에서 만났다 ⓒ 신광태


지인학(49)씨를 만난 것은 지난 토요일 늦은 오후. 농촌진흥청 어느 학생기자께서 성공한 농업인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에 안내까지 도맡기로 하고 화천군 사내면 삼일리에 위치한 지인학씨 농가를 찾았다.

"백합은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을 하신다는데, 이번 원전사고로 타격이 좀 크시겠어요?"

사전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일본 지진으로 꽃 수출농가에 큰 타격이 있을거라는 생각에서 건넨 말이다. 그랬더니, "요즘 농민들도 정보화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타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출하시기를 9월이나 10월로 조절했기 때문에 그때쯤이면 회복세에 놓이지 않을까 전망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돌아온다.

가만히 있었으면 대충 중간이라도 갈 텐데, 괜히 아는 척을 한 것이 아니함만 못했다.

▲ 지인학씨 취재를 위해 방문한 그의 농장에서 제일 먼저 반긴 꽃 튜울립. ⓒ 신광태


"화훼농가에서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는 거 아시죠?"

모른다고 하면(사실은 몰랐지만) 무식한 사람 취급 받을까봐,

"네, 들었습니다. 로열티 부분만 없어도 농가에 큰 부담이 덜어질텐데 말입니다!"
"국화의 경우 내가 재배하는 것이 3500평인데 평당 1500주를 식재합니다. 단순식으로 계산하더라도 개당 20원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고 보았을 때 1억원이 넘는 금액이 로열티로 외국으로 빠져 나간다고 봐야겠죠. 그래서 10전 전부터 국화 신품종 개량 연구를 실시 했습니다."

지인학씨의 로열티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이어졌다.

"이렇게 국화 신품종 개량을 통해 개인명의로 등록된 것이 8종, 이중에서 은하수, 사랑이, 화천사랑 등 4가지는 전국에서 우수성을 인정 받을 정도로 화훼 품질이 뛰어납니다."

▲ 지인학씨가 개발한 발레리나 국화. ⓒ 신광태


이어 지씨는 농민들이 꽃 농사를 지으면서 신품종 개발과 등록을 한다는 것이 다소 부담이 된다고 말하고, 정부차원에서 대행을 해 주는 시스템 활성화와 건당 등록비용이 30만원 정도하는데 이 또한 농가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말씀 듣고 보니까 왜 지인학씨를 '지박사님'이라고 칭하는 줄 알 것 같은데, 꽃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1992년도에 꽃 농사를 시작했으니까, 벌써 19년이나 되었네요. 당시만 하더라도 농민들이 가지고 있는 농토를 다 팔고 도시로 도시로 다들 나가는 시기였는데, 발상을 전환하면 농업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차량을 이용해 아파트 단지를 돌며 꽃 장사를 하면서 화훼의 유통구조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년여가 지난 후에 800평 정도의 남의 땅을 임대해서 국화 농사를 시작했는데, 운이 좋았던지 첫 해에 2750만원의 소득을 올려 인부임이나 비료대 등 1천만 원을 제하니까 1700만원의 순수익을 올렸습니다. 당시에 800평 규모의 농업으로 이 정도의 수익은 획기적인 것이었죠."

▲ 지인학씨 국화 시험작목장 ⓒ 신광태


지인학씨는 성공요인으로 또 지리적인 여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외국산 꽃을 들여올 경우 쉽게 시들어 신선도가 오래가지 못합니다. 따라서 중고산지대인 지리적인 여건을 활용해 외국이나 남쪽지역에서 집중적으로 출하되는 시기를 피해서 시장에 출하를 하고 꽃을 다소 한냉한 기후에 적응을 시키면 신선도를 오래 지속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죠."

또 그는 화훼농업에 대한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 정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현정부 들어서 농업에 대한 정책이나 보조가 상당수 줄었다는 게 문제인데, 중요한 것은 농민들이 보조금이나 지원금에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언제까지 정부나 지자체의 의존해서는 안 되고 이제 농업인들 스스로 자생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 꽃 이름이 참 특이한데요. 발레리나? 화천사랑?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그냥 국화라고 부르는 것 보다 꽃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생동감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데요. 발레리나 하면 왠지 꽃이 아름다운 자태로 움직이는 게 연상되지 않습니까! 그리고 '화천사랑'이라는 국화는 사실 지역홍보를 위해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데, 의외로 시장에서 인기 있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 그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화천사랑이'(국화) ⓒ 신광태


또 지씨는 남들이 대도시를 겨냥해 화훼를 생산할 때 부산이나 대구, 광주 등 서울 등 대도시 납품으로 그 도시에서 수요가 부족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나가는 것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았다.

- 독자들이 궁금한 것이 일년간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 할 것 같은데, 밝혀 주실수 있을까요?
"요즘같은 정보화 시대에 숨길 게 뭐가 있겠습니까! 지난해를 기준으로 봤을 때 국화에서 1억2천만원의 수익을 올렸는데, 백합에서 쫄딱 망했어요. 그래도 백합을 놓지 않는 이유는 신품종 개발을 통해 로열티 해결 등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 보고 싶다는 의욕에서입니다."

▲ [지씨의 국화 시험장] 농민들도 이젠 항상 연구하고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신광태


- 요즘 도시민들의 귀농 현상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데, 새내기 농민들에게 조언을 하신다면.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모방하지마라입니다. 남들이 고추를 심어서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나면 너도나도 고추농사를 하는데, 그건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구요. 그런 현상을 정확하게 읽고 다른 작물을 생산하는 것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거죠. 또 이젠 농민들도 항상 연구하고 학습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 이렇게 성공하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는지와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였는지.
"같은 농민들끼리 믿고 보증을 잘못서서 생돈 2억4천만 원을 날렸을 때는 정말 모든 것을 다 포기할까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의(특히 처 장오순씨) 믿음과 응원이 재기하는데 큰 힘이 되었구요. 보람은 2009년도에 농업부문 신지식인 농업인장을 받았을 때와 2008년도 농업인 대상, 2000년도 자랑스런 화천인상을 받았을 때 농사 짓기를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1994년 사내농협 모범농가 표창
2000년 자랑스런 화천인상 수상
2001년 사내농협 우수작목반 표창
2002년 강원도 수출농장 지정
2002년 국무총리 표창 수상
2005년 사내농협 우수회원 표창
2006년 새농민상 수상
2005년 고품질 소득작목 육성 기여 공로 지사표창
2006년 농업인 대상 수상(지역특화 부문)

그는 또 매년 가을 자비를 들여 '일탈마당'이라는 이름의 꽃 축제를 연다. 도시민들이 한 번쯤 도심에서 일탈해 꽃을 감상하는 여유를 갖자라는 의도에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화훼농업에 대한 계획을 묻는 말에 그는 "국화의 경우 새로운 종자를 개발하는데 4년이 걸리지만, 백합은 8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됩니다. 그렇지만 조만간 우리나라 고유의 백합을 개발해 농민들의 로열티 절감이나 우수한 품종을 개발해 볼 계획입니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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