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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가 빨갛게 익어가는 마을

대구 둔산동 윗마을, 우리나라 두 번째 가는 체리 재배지

등록|2011.05.20 18:59 수정|2011.05.20 18:59

체리체리 집단 재배지인 대구시 동구 둔산동 윗마을(상동)의 밭에서 체리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다. 6월 들면 이곳의 체리밭에서는 다채로운 체험행사가 열린다. ⓒ 정만진



항암 효과, 소염 효과, 혈액 순환, 피부 미용 등에 좋고, 열매가 작고 빛나며 붉어 '과일계의 다이아몬드'라 불리는 체리. 열매가 작고 올망졸망한데다 빛깔이 고와 보는 이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게 만드는 과일, 체리. 5월 하순은 '과일계의 다이아몬드' 체리가 탐스럽게 익어가는 계절이다. 1908년 우리나라에 들어와 아직 한글이름을 갖지 못한 체리는 6월 중순이면 완전히 빨갛게 익는다. 어디에 가면 체리가 익어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한껏 즐길 수 있을까?

오는 6월 9일과 10일, 대구시 농업기술센터(053-980-3844)는 두 차례에 걸쳐 체리 따기 체험 행사를 연다. 모집 인원은 80명. 5월 1일부터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진작에 정원을 다 채워 꼭 가보고 싶은 사람은 내년을 기약하거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 주최하는 것이 없나 애써 수소문을 해보아야 한다.

농업기술센터의 신진만 담당은 "체리 따기 체험 행사는 도농간 화합, 귀농 의욕 고취, 농업 관광화, 농민소득 증대 등 여러 가지 효과를 낳는다"면서 "우리 기술센터에서 의욕적으로 행사를 기획하기는 했지만 시민들의 호응이 이렇게 좋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체리밭에 가보니 아직 열매가 작고 파랗던데 9일에 행사를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하자 "일출 등 몇 가지 품종은 일찍 익기 때문에 전혀 걱정하실 이유가 없다. 체험행사에 참가할 분들도 그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산자락을 뒤덮은 체리밭마을을 지나 개울 오른쪽에 난 작은 다리를 건너서 들어가면 많은 체리밭을 볼 수 있다. 체리나무는 물이 잘 빠지는 곳이라야 제대로 자라기 때문에 보통 평지보다는 산비탈에 심는다. ⓒ 정만진



한편, 같은 달 11일에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부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체리 체험행사를 연다. 대구의 시민단체가 부산 시민들을 대상으로 행사를 연다? 호기심이 아니 일어날 수 없다.

이런 행사가 가능한 것은 대구시 동구 둔산동 윗마을(상동)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가는 체리 생산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을 뒷산 일대는 5월말이 넘으면 빨갛게 익은 체리로 온통 붉은 꽃밭이 된다. 4월 내내 하얀 꽃을 피워 보는 이들의 마음을 향긋하게 수놓아 주던 체리가 이제는 붉은 열매로 사람의 마음을 달구는 것이다.

대구에서 체리를 재배하는 집은 모두 27가구인데, 모두 이 마을에 밭을 가지고 있다. 대구체리연구회 송자일 총무(50)는 "체리가 국내에 들어온 직후인 1920년경부터 우리 마을은 체리 키우기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얻어 집단 재배를 해왔다. 체리는 꽃이 피면 45일만에 수확까지 끝나고 수익성도 괜찮기 때문에 재배 농가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세계적으로 최신 품종인 스키나, 스타카토 등으로 나무를 교체 중이다. 앞으로 작황과 풍질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체리를 수확하는 곳은 대구

이 마을의 체리는 남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마을은 전국 최대 산지인 경주 건천의 40% 정도(35톤)를 생산하는데, 수확 시기로는 나라 안에서 가장 빠르다. 경주 건천보다 기후가 온화한 덕분인데, 대략 1주일 정도 앞선다.

물론 이 마을의 체리가 처음부터 유명했던 것은 아니다. 2003년, 당시 대구동구청의 최주원 경제과장(현재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이 체리를 농산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 농가소득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데 착안,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덕분이다. 지금은 대구시도 지역 특산물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이 마을의 체리 재배에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주스 등을 만드는 데 소비되는 건조용 체리는 거의 100% 수입된다. 연간 3800톤 정도 소비되는 생과용 체리도 자급율이 8~10%밖에 안 된다. 대구 동구 둔산동 윗마을, 경주 건천 등 체리를 재배하는 농민들을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자급율을 높여야 한다. 특히 기후 변화로 사과 재배를 거의 할 수 없게 된 대구 지역은 사과 대신 체리를 집중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둔산동 가는 길비행장 옆을 지나 둔산동으로 들어가는 길은 정말 삭막하다. 배경으로 멀리 팔공산의 한 줄기인 초계봉 방향의 산자락이 흘러내리고 있기는 하지만, 삼엄한 초소와 얼키설키 복잡하게 쳐진 철조망이 보는이의 마음을 짓누른다. 그러나 이곳만 지나면 '여기가 과연 광역시의 일부인가' 하는 의심이 저절로 일어나는 한가한 촌이 나타난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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