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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의 '특목고 사랑'... 농어촌 학생들은 아프다

[주장] 연세대 '농어촌학생 출신 고교 유형 제한 폐지' 방침 철회해야

등록|2011.05.24 09:40 수정|2011.05.27 15:47
연세대의 특목고에 대한 '무한 사랑'으로 대입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이 또 다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연세대학교가 2012학년도 입학전형계획 중 기회균등 특별전형 농어촌학생 트랙에, 전국적으로 20개 이상인 '읍면 지역 소재 특수목적고등학교' 출신자에게도 지원자격을 주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관련기사 : 농어촌 학교와 특목고가 동급이라고?)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은 1996학년도 대입 때부터 실시된 것으로,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농어촌 즉 읍면 지역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에게도 도시 지역 학생들과 비슷한 고등교육의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차원으로 마련된 제도이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실시되어온 대입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에 특수목적고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다면, 제도 도입의 근본 취지가 훼손됨은 물론 농어촌 일반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지원이 직간접적으로 제한됨으로써 상대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또한 연세대학교의 사회적 위상과 대학입시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앞으로 다른 대학에 미칠 부정적 파장도 무척 클 것이다.

이러한 연세대학교의 부당한 방침에 반발하여, 4월 11일 충청남도 홍성군의회가 홍성군 및 인근 시군 주민 17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교육과학기술부장관과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그리고 연세대학교 총장 앞으로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 5월 18일에는 홍성여고 3학년 부장교사가 감사원에 연세대학교에 대한 감사를 요청한 상태다.

대입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이 실시된 지 15년 정도 흐름에 따라 크고 작은 부작용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전형의 지원자격을 얻기 위해 도시 사람들이 농어촌 지역으로 위장전입을 함은 물론이다. 7년 전부터는 이른바 '신활력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충남 공주시를 비롯한 6~12개 시 지역 동 단위 소재 고등학교 출신자들에게도 대학에 따라 이 전형의 지원자격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농어촌 사람들의 고등교육에 대한 희망을 빼앗지 말라

이에 따라 지난 2006년 감사원, 2007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 2008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각급 대학에 이 전형의 파행 운영을 시정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특히 2008년에는 헌법재판소가 이 전형 관련 헌법소원에 대하여 "(전략) 농어촌학생특별전형의 모집인원은 증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별전형의 지원자격이 확대되므로, 그 자격확대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대학교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회가 축소되어 교육을 받을 권리가 제한될 수는 있"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사립 대학들은 가끔 법과 제도의 틀에서 벗어난 입학전형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것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몇 년 전, 고려대에서 벌어졌던 특목고 논란이 좋은 예이다. 학생부 교과성적만을 100%를 반영해 선발하는 1단계 전형에서, 고려대는 지원자들이 제출한 학생부의 성적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공식을 이용해 지원자들의 성적을 보정하여 사용했다.

그래서 내신 성적 수준이 높은 일반고 학생들은 탈락하고, 상대적으로 내신 성적 수준이 낮은 특목고 학생들이 합격하는 비논리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그때 고려대는 '결국 고교등급제를 실시했다'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에 해당하는 성적 보정에 사용한 보정값을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해당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채 대학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기도 했다.

나눔과 배려를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는 연세대학교가 우리 사회의 약자에 속하는 농어촌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마지막 희망인 자녀의 고등교육에 대한 열망마저 앗아간다면, 농어촌 지역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지역민들의 가슴에 박힐 상처는 도대체 누가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만약 연세대가 이러한 농어촌 지역민들의 아픔과 걱정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사회적 도덕적 지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연세대학교는 대입 제도 도입의 기본 취지를 잊지 않고, 하루 빨리 방침을 철회하기 바란다. 또한 대입 특별전형을 지도 감독해야 하는 정부의 각 기관은, 각 대학이 각종 특별전형의 지원자격을 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 철저하게 조사하여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덧붙이는 글 한정수 기자는 홍성여자고등학교 교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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