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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하자니까 성적차별 기숙사 건립?

학부모, 교사 등 2000여 명 대구교육감 항의시위

등록|2011.05.21 18:06 수정|2011.05.21 18:06

▲ 20일 오전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학부모, 교사 등 2000인 선언을 통해 기숙사건립 중단과 의무급식 실현을 요구했다. ⓒ 조정훈


의무급식 대신 기숙사를 지어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키겠다는 대구시교육청(교육감 우동기)에 대해 학부모들이 기숙사 건립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4월 자율형공립고 8곳과 사립고등학교 3곳 등 총 11곳에 280억을 들여 기숙사를 짓겠다고 발표하고 학교를 선정한 상태이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소수의 학생들만 들어갈 수 있는 기숙사를 짓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며 대구시교육감에게 기숙사 건립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성적으로 아이들 차별하고 소수 특권 주는 기숙사 건립 중단해야

이들 학부모들은 지난 20일 오전 대구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구지역 친환경 의무급식 실현과 일반고 기숙사 중단을 위한 학부모교사 2000인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선언문에는 초중고등학생을 둔 학부모 1374명과 교사 등 2000여 명이 참여했다.

학부모들은 '대구시 교육감께 드리는 글'을 통해 친환경 의무급식 실현과 기숙사 건립 중단을 요구하는 선언에 참가한 학부모의 바람은 소박하다며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는 경제력이나 성적으로 차별받지 않는 학교, 선생님과 의사소통이 잘 되는 학교, 아이들의 인권도 인정하는 학교"라고 말하고 그러나 아이들의 학교생활이 행복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겨울이 되면 온수시설이 없어 아이들이 손을 씻기도 어렵고, 화장실에 휴지가 배치되지 않아 화장실 가기도 어렵다"며 "그런데도 교육감은 소수만이 들어가는 기숙사를 짓겠다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비난했다.

학부모들은 모이면 급식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대구만 유독 의무급식을 전혀 실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우리나라가 보편적 교육복지로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구만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대구교육청의 무능과 철학의 부재를 그대로 드러낸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오늘 우리 1300명의 학부모 이름으로 우동기 교육감께 간절하게 그러나 단호하게 요구합니다. 성적으로 아이들을 차별하고 소수에게 특권을 주는 기숙사 건립을 당장 중단하고 공교육 수장으로서 보편적 교육복지인 의무급식을 실시해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대구지역 교사들도 학부모 선언에 적극 동의하고 지지

전교조를 중심으로 한 대구지역 교사들도 학부모의 선언에 대해 적극 동의하고 지지한다고 밝히고 "기숙사가 학교에 지어질 경우 학교 내 불평등과 교실 내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너무나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또 "같은 학교에서 성적과 경제력에 따라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60명에 들어가지 못하는 1000명의 학생, 같은 반에서 기숙사에 들어가는 한두 명을 제외한 나머지의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라고 교육감에게 묻고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있더라도 최소한 학교 내에서는 평등한 교육을 받고 평등한 대접을 받을 권리가 아이드에게 있고 평등한 교육을 할 권리가 교사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선언에 동참한 교사들은 스승의 날 기념식이 부활된다고 해서 교사들의 권위가 부활되지는 않는다며 "교사 본연의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때 교사들의 권위도 살아난다"며 그런 환경을 교육감은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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