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취직 자리를 알아보러 다니느라고 정신이 없어 내 전학 문제는 한참 뒤로 미뤄졌고 그 사이에 내 교적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휘경국민학교에서는 전학 처리했고 엄마는 새 학교에 전학 신고를 해야했는데 그걸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교육청에는 나의 교적이 없어지고 만 것입니다.
집에서 내가 하는 일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를 하는 일이었고, 중2가 된 언니는 학교 매점에 취직이 되어 학생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매점에 가서 청소를 하고 아이들에게 군것질 거리 파는 일을 맡게 되어 새벽 5시면 집을 떠나 학교로 향했습니다. 오빠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을 했지만 등록금이 없어서 1년 휴학계를 낸 상태였습니다.
서울에서 가까스로 일자리를 구한 엄마는 1주일에 한 번 집에 올 때도 있었고 2주만에 내려 오는 적도 많았습니다. 오빠는 숯 공장에 잠시 취직을 해 하루종일 나 혼자 집에 있어야 했습니다.
정부에서 주는 쌀(정부미)이 있어서 그나마 밥은 해먹었지만 엄마가 담가놓고 간 김치가 반찬의 전부였고 그나마 연탄이 떨어져 밥을 해 먹기가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모두 밥 하는 시간이 비슷해서 나는 언제나 '모자원' 사람들이 모두 밥을 해먹고 난 뒤에 조그만 솥단지 하나를 들고 연탄불 동냥을 다녀야 했습니다. 어떤 집은 쉽게 연탄불을 빌려주었지만 어떤집은 연탄불 쓰는 게 아까워 "금방 불 갈았다"며 거절하는 집도 많았습니다. "연탄불 좀 빌려주세요" 나는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너무도 어려웠고 싫었습니다.
새벽같이 집을 나가 매점에서 일을 하고 수업을 받고 오후에 또 매점 일을 봐야했던 언니는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그러나 한 번도 언니의 입에서 불평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언니는 어른 같았습니다. 어떨 때는 외상으로 김치 말고 먹을 반찬거리인 튀각 같은 것을 가게에서 외상으로 사오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언니에게 실컷 종아리를 맞을 일이 생겼습니다. 그 날은 하필이면 옆방 반장아줌마의 아들 영엽이가 먹고 난 '카스테라' 빵에 붙어있던 종이 껍질을 훑어 먹었는데 입안에서 살살 녹아 나는 아예 빵 껍질까지 입에 넣고 껌처럼 질근질근 씹어 국물까지 다 빨아 먹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디론가 몰려가서 따라가보니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날라주면 10장에 1원을 준다는 것입니다.
나는 벽돌을 많이 날라 '카스테라' 빵을 사먹을 작정을 하고 벽돌 나르는 일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큰 아이들은 벽돌을 몇 장 씩 한꺼번에 날랐지만 힘이 없는 나는 벽돌을 한 장씩 날랐습니디. 자고 일어 난 이불도 개키지 않아 방 안은 엉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언니가 몸이 아파 조퇴를 하고 학교에서 일찍 집으로 돌아온 것 입니다. 언니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벽돌공장으로 나를 찾아 와 무조건 내 손목을 붙잡고 방으로 들어와 종아리부터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그런 일 하라고 했어?!"
"엉엉엉 카스테라"
"카스테라가 뭐?!"
"카스테라 빵 사먹을려구?!"
나는 언니한테 지지 않으려고 큰 소리로 울면서 외쳤습니다.
"빵 먹고 싶으면 언니한테 말하면 되잖아."
그때서야 사정을 알 게 된 언니의 얼굴과 말이 누그러졌고 언니는 내가 치우지 않은 방을 치우고 내 손을 잡고 가게로 향했습니다.
"아저씨 월급 타면 드릴게요. 카스테라 하나하고..."
우리 집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는 언니가 가르키는 반찬까지 순순하게 외상으로 주었습니다. 빵을 받자마자 나는 빵 봉지부터 뜯고 한 입 베어 먹으려다가 반을 잘라 언니에게 주었습니다. 이렇게 나는 그렇게 먹고 싶던 '카스테라'를 조금씩 베어먹으며 언니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는 모처럼 반가운 사람이 와 있엇습니다. 엄마가 내려오신 것입니다. 게다가 내가 도맡아하던 저녁 밥까지 지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빠를 기다렸다가 우리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밥 먹다 말고 오빠가 나를 놀렸습니다.
"학현이 밥 먹고 팬티 자랑 하러 나가야지."
엄마가 사오신 꽃무늬가 예쁜 새 팬티를 내가 자꾸 들여다 보다가 그렇잖아도 자랑을 하려던 내 생각이 오빠한테 들켜버린 것 같아습니다. 무안해진 마음에 새팬티 자랑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서현이 너 요즘 안좋은 아이들하고 어울려 다닌다는데 사실이가?"
"......"
오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춘기에 들어선 오빠는 종종 엄마한테 대드는 일도 생겼습니다. 오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습니다.
"내가 너희들 하나 믿고 산다. 서현이 너 내년이면 다시 학교에 가야하고...나쁜 아이들하고 몰려 다니고 그러지 마라."
엄마의 말은 짧았지만 엄했습니다.
"학현이 너 일기 안 쓰냐?"
오빠는 괜히 나한테 말을 붙였습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내게 글을 익히게 하려고 오빠가 일기를 쓰게끔 했기 때문에 나는 매일 일기를 써서 오빠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카스테라'빵을 먹은 애기며 내 새 팬티를 사서 내려오신 엄마 얘기 등 나는 그 날 언니한테 종아리를 맞은 것 말고는 오랜만에 즐거운 일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내가 하는 일은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를 하는 일이었고, 중2가 된 언니는 학교 매점에 취직이 되어 학생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매점에 가서 청소를 하고 아이들에게 군것질 거리 파는 일을 맡게 되어 새벽 5시면 집을 떠나 학교로 향했습니다. 오빠는 고등학교 1학년에 입학을 했지만 등록금이 없어서 1년 휴학계를 낸 상태였습니다.
정부에서 주는 쌀(정부미)이 있어서 그나마 밥은 해먹었지만 엄마가 담가놓고 간 김치가 반찬의 전부였고 그나마 연탄이 떨어져 밥을 해 먹기가 어려웠습니다. 왜냐하면 모두 밥 하는 시간이 비슷해서 나는 언제나 '모자원' 사람들이 모두 밥을 해먹고 난 뒤에 조그만 솥단지 하나를 들고 연탄불 동냥을 다녀야 했습니다. 어떤 집은 쉽게 연탄불을 빌려주었지만 어떤집은 연탄불 쓰는 게 아까워 "금방 불 갈았다"며 거절하는 집도 많았습니다. "연탄불 좀 빌려주세요" 나는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너무도 어려웠고 싫었습니다.
새벽같이 집을 나가 매점에서 일을 하고 수업을 받고 오후에 또 매점 일을 봐야했던 언니는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요. 그러나 한 번도 언니의 입에서 불평하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언니는 어른 같았습니다. 어떨 때는 외상으로 김치 말고 먹을 반찬거리인 튀각 같은 것을 가게에서 외상으로 사오기도 했습니다.
한 번은 이런 언니에게 실컷 종아리를 맞을 일이 생겼습니다. 그 날은 하필이면 옆방 반장아줌마의 아들 영엽이가 먹고 난 '카스테라' 빵에 붙어있던 종이 껍질을 훑어 먹었는데 입안에서 살살 녹아 나는 아예 빵 껍질까지 입에 넣고 껌처럼 질근질근 씹어 국물까지 다 빨아 먹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디론가 몰려가서 따라가보니 벽돌공장에서 벽돌을 날라주면 10장에 1원을 준다는 것입니다.
▲ 눈물의 카스테라 ⓒ 장다혜
나는 벽돌을 많이 날라 '카스테라' 빵을 사먹을 작정을 하고 벽돌 나르는 일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큰 아이들은 벽돌을 몇 장 씩 한꺼번에 날랐지만 힘이 없는 나는 벽돌을 한 장씩 날랐습니디. 자고 일어 난 이불도 개키지 않아 방 안은 엉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언니가 몸이 아파 조퇴를 하고 학교에서 일찍 집으로 돌아온 것 입니다. 언니는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벽돌공장으로 나를 찾아 와 무조건 내 손목을 붙잡고 방으로 들어와 종아리부터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그런 일 하라고 했어?!"
"엉엉엉 카스테라"
"카스테라가 뭐?!"
"카스테라 빵 사먹을려구?!"
나는 언니한테 지지 않으려고 큰 소리로 울면서 외쳤습니다.
"빵 먹고 싶으면 언니한테 말하면 되잖아."
그때서야 사정을 알 게 된 언니의 얼굴과 말이 누그러졌고 언니는 내가 치우지 않은 방을 치우고 내 손을 잡고 가게로 향했습니다.
"아저씨 월급 타면 드릴게요. 카스테라 하나하고..."
우리 집 사정을 잘 알고 있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는 언니가 가르키는 반찬까지 순순하게 외상으로 주었습니다. 빵을 받자마자 나는 빵 봉지부터 뜯고 한 입 베어 먹으려다가 반을 잘라 언니에게 주었습니다. 이렇게 나는 그렇게 먹고 싶던 '카스테라'를 조금씩 베어먹으며 언니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는 모처럼 반가운 사람이 와 있엇습니다. 엄마가 내려오신 것입니다. 게다가 내가 도맡아하던 저녁 밥까지 지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빠를 기다렸다가 우리는 저녁을 먹었습니다. 밥 먹다 말고 오빠가 나를 놀렸습니다.
"학현이 밥 먹고 팬티 자랑 하러 나가야지."
엄마가 사오신 꽃무늬가 예쁜 새 팬티를 내가 자꾸 들여다 보다가 그렇잖아도 자랑을 하려던 내 생각이 오빠한테 들켜버린 것 같아습니다. 무안해진 마음에 새팬티 자랑을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서현이 너 요즘 안좋은 아이들하고 어울려 다닌다는데 사실이가?"
"......"
오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사춘기에 들어선 오빠는 종종 엄마한테 대드는 일도 생겼습니다. 오빠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습니다.
"내가 너희들 하나 믿고 산다. 서현이 너 내년이면 다시 학교에 가야하고...나쁜 아이들하고 몰려 다니고 그러지 마라."
엄마의 말은 짧았지만 엄했습니다.
"학현이 너 일기 안 쓰냐?"
오빠는 괜히 나한테 말을 붙였습니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내게 글을 익히게 하려고 오빠가 일기를 쓰게끔 했기 때문에 나는 매일 일기를 써서 오빠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카스테라'빵을 먹은 애기며 내 새 팬티를 사서 내려오신 엄마 얘기 등 나는 그 날 언니한테 종아리를 맞은 것 말고는 오랜만에 즐거운 일기를 쓸 수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학현이의 성장에피소드 <최초의 거짓말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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