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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초빙제, 학교장이 마구잡이식으로"

전교조 울산지부 설문 결과 교사 80%가 부정적

등록|2011.05.23 16:05 수정|2011.05.23 17:06

▲ 일선 교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교사초빙시 교사들의 의견 수렴을 하는 경우는 10.6%에 그쳤다 ⓒ 설문조사 결과 그래프


학교장 제량으로 유능한 교사를 초빙, 자율화에 따른 학교 운영의 효율화와 학교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초빙교사제가 오히려 교사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켜 경쟁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교조 울산지부가 비 조합원을 과반수 이상 포함해 설문조사 한 결과, 교사초빙시 교사들의 의견 수렴을 하는 경우는 10.6%에 그치는가 하면, 현행 순환근무 원칙에서 초빙교사제로 인사 흐름이 바뀐 것에 대해 일선 교사 80.1%가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기존 순환근무 원칙이 깨짐에 따라 연말이면 교사들이 빈자리를 알아보느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같은 과목 교사들끼리 무의미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초빙교사제도가 원래 취지와는 달리 학교장의 정실인사의 수단으로 전락했고, 그전에 별 무리 없이 비교적 공정했던 교원인사전보제도가 무기력해지는 바람에 교사들의 불안과 불만이 누적되어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 설문 결과 학교현장 불만 팽배

전교조 울산지부는 올해 초 지역의 일선 학교를 방문하거나 상담 등으로 의견 수렴을 한 결과 교사들은 가장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현행 제도로 초빙교사제도의 폐지 또는 개선을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전교조 울산지부는 4월 29일~5월 20일 교원 1025명(초등 11개교, 중학교 17개교, 고등학교 18개교)을 대상으로 초빙교사제도에 관한 현장 교사들의 다양한 의견과 해결책을 듣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울산 전교조는 "이번 설문에도 전교조 소속교사의 배가 넘는 비조합원 교사의 설문참여로 그 결과가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설문 결과 "교사초빙시 관련 교사들의 의견 수렴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교사의견 반영(10.6%), 반영안함(58.7%), 모른다(30.6%)' 순으로 답했다.

또 "현행 순환근무 원칙에서 초빙교사제로 인사의 흐름이 바뀐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11.4%), 부정적(80.1%), 모름(8.5%)' 으로 답했다.

이어 "초빙 될 우수 교사 판별이 현재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를 묻는 질문에는 '공정(13.7%), 불공정(64.1%) 모름(22.3%)'이라고, "희망하는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줄어 교육계에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동의(90.5%), 동의하지 않음(5.9%), 모름(3.5%)'이라고 답해 90% 이상이 갈등을 우려했다.

특히 "교사 초빙제도의 확대로 전보인사와 관련한 부조리가 발생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86.2%가 이에 동의(동의하지 않음(7.2%), 모름(6.7%))했고, "초빙교사제도의 향후 전망"에는 '확대(1.6%)나 현행 유지(8.9%)'를 바라는 교사보다 '축소(37%)나, 폐지(42.8%)'를 바라는 교사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교조 울산지부 박정호 정책실장은 "올해 초 학교 현장 여론 수렴 결과 초빙과정에서 학교장의 인사권 남용의 문제, 교사들 간 점수 따기와 승진을 위한 과열경쟁, 파벌 조성이나 위화감 조성의 우려가 있었다"며 "당시 이를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교사초빙에 반발하여 개인적으로 만기를 채우지 않고 학교를 옮기고자 하는 교사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한 현장 교사들의 불안과 불만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울산교육청의 태도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교조 울산지부는 ▲ 울산교육청이 초빙교사제를 비롯한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해 단체교섭에 성실히 할 것 ▲ 교육감협의회에서 성과상여금제도의 개선을 교과부에 촉구했듯 초빙교사제도의 폐지 또는 개선을 요구할 것 ▲교 직사회의 안정과 갈등 방지를 위해 울산지역의 교사 초빙을 점차 축소할 것 ▲ 한시적으로 교사를 초빙할 시 초등의 경우 교원 2/3이상, 중등의 경우 동과협의회의 결정에 따라 실시하도록 지도할 것 등을 요구했다.

전교조 울산지부는 이런 내용으로 23일 오후 2시 울산시교육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울산지역 현장 교사들 의견 들어보니

전교조 울산지부는 올해 초 각 학교 현장을 두루 돌며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초빙교사제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교사들은 "기존 인사제도는 예측이 가능해 공정한 인사제도로 인정받았는데, 초빙교사제는 전보인사 관행을 뿌리 채 흔들고 있다"며 "득보다는 실이 많은 제도"라는 비판을 쏟아 냈다고 한다.

이런 불만들이 이번 설문에도 잘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 교사들은 10%만이 의견을 수렴했다고 응답했고, 전교조는 이를 "학교장의 독단이 주요 원인임을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교조는 "현행 초빙교사제는 보통 만기자에 한해 일반학교는 최대 20% 이내, 자율학교와 교장 공모제 학교는 최대 50% 이내를 교사초빙으로 채울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며 "그렇지 않아도 교육청과의 단체협약안이 해지되어 제왕적 권한을 누리고 있는 학교장은 교사들의 의견 수렴없이 마구잡이식으로 교사초빙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성토했다. 

박정호 정책실장은 "교장의 지시에 옮고 그름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순응하는 교사를 원한다고 한다면 차라리 솔직한 편일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학생들의 성적을 올려줄 교사를 우수교사라고 여기는 교장도 있다고 하니 교육이 파행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고 지적했다.

한편, 230여개 초중고교가 있는 울산의 경우 초빙교사는 초등학교의 경우 지난 2008년 5명, 2009년 9명에서 2010년 93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5월 현재 79명에 이른다. 또한 중, 고교의 경우 지난해까지의 자료는 없고 올해 5월 현재 217명으로 나타났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시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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