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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계승하려면 다 자살해야 하나"

[현장] 어버지연합 등 보수단체들 노무현재단 앞 시위 벌여

등록|2011.05.23 12:35 수정|2011.05.23 12:41

▲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인 23일 오전 극우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노무현재단앞에서 "망자를 팔아먹는 패륜적 정치 선전·선동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날을 맞춰 노무현재단 사무실 건너편 인도에서 시위를 벌이는 '어버이연합' 회원들. ⓒ 권우성


2년 전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대하는 그들에게서 '보수의 품격'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노무현"이라고 불렀고, 심지어는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려면 다 자살해야 하나"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다. 노무현재단을 향해 "다 뒈져 버려라"고 저주섞인 욕설도 퍼부었다. 그리고 노무현 정신 계승 사업을 가리켜 "송장팔이"라고 표현했다.

"노무현 살리는 짓은 하지 말고 독자노선 갖춰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2주기인 23일 오전 11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 회원들이 노무현재단 앞으로 모여 들었다. '노무현 정신 계승'을 위해 설립된 노무현재단을 비난하기 위해서였다. 이들이 내건 현수막은 이날 시위의 목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망자를 팔아먹는 패륜적 정치 선전선동을 즉각 중단하라."

남칭용땅굴을 찾는 사람들, 납북자가족모임, 한미우호증진협의회 한국지부, 향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등이 시위 참가단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주도단체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었다. 참가 인원은 50여명 정도.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노무현이 자기 생을 다 마치지 못하고 자살한 것에 유감을 갖고 있다"면서 "망자를 가지고 장사를 해먹는 노무현 재단 등 노무현 추종자들은 정치선전선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사무총장은 "노무현을 추종하는 자들은 노무현이 서거했다고 하는데, 무식한 이들"이라며 "노무현이 분명히 (2009년) 5월 23일 자살했는데도 자연적인 죽음을 높여 '서거'라고 부른다, 덜떨어진 놈들"이라고 욕설을 내뱉었다.

▲ 고 노무현 대통령 서거 2주기인 23일 오전 극우단체인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서울 마포구 서교동 노무현재단앞에서 "망자를 팔아먹는 패륜적 정치 선전·선동 즉각 중단하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권우성


추 사무총장은 노무현재단 등 친노진영을 향해 "노무현을 살리지 마라"고 요구했다. 그는 "노무현이라는 망자를 그만 놓아드려야 한다"며 "노무현을 살리는 짓 하지 말고 독자노선을 갖춰라"라고 충고했다.

특히 추 사무총장은 성명서 낭독이 끝난 뒤 "노무현은 자살한 것이 확실하니까 그의 자살에 왈가왈부하지 말아야 한다"며 "노사모, 노무현재단, 국민참여당 등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자고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다 자살해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또한 이규일 수석지부장은 "노무현재단은 노무현이 대통령 시절 얼마나 부당한 짓을 많이 했는지 아느냐?"고 포문을 연 뒤 "노무현이 바다이야기 등으로 천문학적인 비자금을 조성했는데 왜 현정권은 이것을 파헤치지 않느냐?"며 "모든 권력을 동원해서 (비자금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발언에 "옳소"라는 함성이 뒤따랐다.

한편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자존심을 지키려 마지막 선택으로 자살을 택한 인간으로서의 노무현 자존심을 그의 정치 후계자라 자처하는 자들이 왜곡시키고 변질시켜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타산에 맞게 팔아먹고 다니는 한심한 꼴을 보였으며 이들의 욕심으로 결국 그들은 망자를 가지고 장사하는 송장팔이까지 하게 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노무현의 정치 후계자라 자처하는 자들은 인간 노무현의 자존심을 왜곡시키거나 변질시켜 선전선동하지 말고 자신들의 정치적 수단에 더 이상 망자를 이용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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