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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 위기 '위험한 기업' 가려내는 비결은?

[김상조 교수의 종횡무진 한국경제 ④] 한국 기업의 현주소와 전망

등록|2011.05.25 16:24 수정|2011.05.25 16:24

▲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강의하고 있다. ⓒ 권우성


"유명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한국 경제를 샴페인 잔에 비유합니다. 윗부분에 있는 대기업은 굉장히 튼튼하고, 허리는 형편없고, 가장 아래에 있는 영세기업은 굉장히 광범위하다는 의미지요. 대다수의 선진국은 중간, 허리 부분에 있는 기업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중간에 있는 기업들이 튼튼하게 경제를 떠받치면서 고용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어떤 의미에서도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 대통령'을 기치로 내걸고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을 넘었지만 중간 성적표는 신통치 않다. 지난 3년간 경제 성장률이 평균 2.8%씩 오른 데 반해, 같은 기간 소비자 물가는 매년 평균 3.5%씩 올랐다. 2011년에는 물가마저 폭등세다. 과연 이명박 대통령은 성공한 경제 대통령으로 남을 수 있을까.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허리 부분이 취약해진 한국 경제 구조 아래서는 어떤 대통령도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충고했다.

김 교수는 5월 3일과 17일, 두 번에 걸쳐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김상조의 종횡무진 한국경제-한국기업들의 현주소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의 재무구조 현주소에 대해 "여전히 부실기업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많고 노동자가 가져가는 몫과 대기업 고용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금의 양극화를 벗어날 수 없고, 그것이 진보 개혁세력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부채비율 200% 초과,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부도 위험기업"

기업의 현황을 판단할 때 크게 기준이 되는 것은 재무구조와 수익성, 성장성과 생산성 등이다. 기업의 이런 능력들은 각 기업의 회계자료를 바탕으로 수치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김 교수는 이날 수업에서 한국은행에서 만든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가지고 한국 기업의 재무구조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잘하는 기업은 별문제가 없는데 기업 활동을 잘 못 하는 부실기업이 항상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자본주의경제는 계획경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상적인 환경 속에서도 전체의 10~15%는 부실기업이에요. 평상시에도 존재하는 이런 부실기업들을 얼마만큼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그 나라 경제의 동태적 효율성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지요."

부실기업을 판단하는 척도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부채비율이다. 부채비율은 기업이 빌려 온 돈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 김 교수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의 30대 대기업들의 평균 부채비율은 500%였으며 이 중 16개가 부도났다"고 설명했다. 16개 기업 중 가장 먼저 부도난 한보철강의 부채비율은 1000%였다.

김 교수는 "부채비율 200%를 넘으면 상황에 따라 기업이 부실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데, 현재 한국의 상장기업 15%가 부채 비율이 200%를 넘는다"며 "비상장 기업까지 확대하면 더욱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부도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여러 지표가 있습니다. 부채비율과 더불어 꼭 기억해둬야 할 것이 이자보상비율입니다. 기업이 영업을 해서 낸 이익을 기업이 부담하는 이자 등의 금융비율로 나눈 것이 이자보상비율인데요, 이자보상비율이 100%라는 것은 그 해 영업이익을 가지고 이자를 갚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겁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밑으로 내려가서 2~3년 이상 유지되면 거의 그 기업은 부도가 납니다. 한국의 기업들은 외환위기 전까지 거의 30년 동안을 100% 근처에서 버텨왔지요. 그래서 외환위기 때 1년 동안 5만 개의 중소기업이 부도를 맞았습니다."

영업으로 번 돈, 이자로 까먹는 한국기업

▲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강의하고 있다. ⓒ 권우성

김 교수는 "기업이 제대로 굴러가려면 이자보상비율이 최소 200%는 되어야 하고, 우량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으려면 500%는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은 영업이익의 많은 부분을 금융비용으로 쓰는 한국 기업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2009년 제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2%입니다. 한국의 제조업 기업들이 100원어치 물건을 팔아서 6.2원의 이익을 올렸다는 얘기예요. 한국 기업들은 본업을 통해 수익을 내는 실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항상 영업 외 수지 부분에서 이 이익들을 많이 까먹어서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오히려 다른 국가보다 낮지요."

김 교수는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로 부채의 양이 많고 그에 따라 금융비용도 높은 한국 기업 특유의 재무구조를 꼽았다. 그는 "미국 같은 경우는 기업이 자기 영업으로 5.6%의 이익을 내는데 전체 순 이익률은 7.0%"라며 "본래 영업 이외의 부분에서도 수익이 나는 이런 모델이 선진국형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외환위기 이후 많은 기업들의 재무구조가 개선되어 최근에는 한국 기업들의 수익구조도 달라지고 충격에도 잘 버티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위험한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2009년에 나온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한국에서 분기마다 보고서를 내는 그나마 괜찮은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이자보상비율이 100%도 안 되는 기업이 전체의 27%입니다. 기업이 물건을 팔아서 돈 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수준이라는 얘기예요."

김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서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은 한진과 동부, 대한전선, 삼성테스코, 동양, 현대오일뱅크였고, 2009년에는 금호아시아나, 한진, 두산, STX, 동부, 현대, 대한전선, 삼성테스코, 동양 등이었다.

허리가 약한 한국식 기업분포, 양극화 부른다

기업은 스스로 이익을 추구하면서 사회에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기업은 어떤 모습일까. 김 교수는 "기업이 만들어내는 내는 부가가치와 노동소득 분배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의 성장방식과 분배방식에 모두 문제가 있다는 진단이다.

"한국의 기업 분포를 그려보면 영세기업이 굉장히 많고 중소기업은 적고,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큰 U자형 구조예요. 고용으로 따지면 0.1%밖에 안 되는 대기업들이 고용 비중이 가장 높습니다. 문제는 대기업들의 고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 대기업들은 핵심적인 공정, 디자인개발, 기술개발 등 경쟁력과 관련된 핵심 영역만 직접 고용하고 다른 부분들은 아웃소싱합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착취하는 불공정 하도급거래가 많다보니 중소기업이 성장하지 못하는 것도 한국 기업 풍경의 특징이다. 김 교수는 "1993년에 세워진 중소기업 중 2003년까지 살아남은 중소기업은 25%이고, 10년 후에 종사자 수 300인이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1%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체 부가가치 중에서 노동자가 가져가는 비율도 줄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전체 기업의 매출액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0%. 한때 14%까지 갔던 매출액 중 인건비 비율이 1980년대 신군부 시절과 같은 수준으로 다시 퇴보한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이유로 고용의 감소와 비정규직 증가를 꼽으며 "이러한 구조에서는 양극화를 벗어날 수 없고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성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극화는 기업뿐 아니라 지역별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김 교수는 상시 고용인 50인 이상인 중소기업의 71.4%가 서울에 있고 수도권까지 합치면 8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을 벗어난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괜찮은' 기업이 전체의 15%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왜 지역균형 발전을 평생의 꿈이라고 했었는데 그게 다 경제적 근거가 있는 겁니다. 제조업은 수도권에 55.8%가 있고 금융권은 서울에 90.8%, 교육시설도 90.7%가 수도권에 분포합니다. 서울 벗어나면 교육이 안 되죠. 제가 다녀 본 나라 중에서 이렇게 수도권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는 칠레 말고는 없습니다. 그것도 칠레는 지리적 요건 때문에 그런 거지요."

김 교수는 "한국 사회와 한국 기업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실태를 보다 정확히 보여줄 수 있는 통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에서는 지난 5일부터 전국 모든 사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는 "2년 후쯤에는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까지 포함한 전 산업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가 나올 것"이라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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