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적인 '오바마 콘돔', 참 부럽다
[주장] '버스 콘돔 광고 낯 뜨겁다'는 <조선>... "시대착오적이다"
5월 28일 자 <조선일보>에는 '콘돔·나이트클럽 안내까지 버젓이… 낯 뜨거운 버스 광고' 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습니다. 신문은 지난 3월부터 서울 시내버스 외부에 부착한 일본 업체의 콘돔 광고를 제시하며 자극적인 문구의 광고가 많아졌다고 지적합니다. "콘돔을 광고하는 게 괜찮은 건가. 우리나라 법률이 관대해졌나?"는 어느 학부모의 블로그 글을 인용하며 충격적이라는 누리꾼의 반응을 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전한 한 포털 사이트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2569명이 추천한 김광석 님의 댓글은 "무분별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버스 광고는 규제해야겠지만, '콘돔 광고'는 낯 뜨거운 광고라고 정의를 내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 지적합니다. 콘돔 광고가 낯 뜨거운가?
성교육이 학교 교육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TV 등에서도 피임교육의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외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TV나 공중파에서 콘돔 광고를 접할 수 없습니다. 그 기사처럼 콘돔을 '낯 뜨거운' 것으로 여기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어서 인터넷에서는 청소년에게 해가 되는 '유해정보'로 규정해 검색조차 할 수 없게 막아놓고 있죠.
하지만 그렇게 성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나라가 성인 음란물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정욕의 나라'라는 걸 <조선일보>는 알고 있을까요? 어쩌면 이번 광고는 성교육도 제대로 안 하고 성에 대해 쉬쉬하면서도 포르노와 성매매 등은 어느 나라보다 활성화돼 있는 우리나라의 틈새를 일본 업체가 파고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조선일보>가 콘돔 광고만 문제 삼은 건 아닙니다. 신문은 대중 노출 빈도가 높은 버스 광고에도 심의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잣대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미국 뉴욕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을 내걸고 콘돔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오바마 콘돔'으로 검색하면 이색적이라며 구매해보았다는 뉴요커들의 인증사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죠.
환한 표정의 오바마를 배경으로 한 콘돔 표지에는 "올바른 판단으로 사용하세요" "희망만으로 예방할 수 없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미국은 성교육과 피임교육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아 작년에 워싱턴 보건국이 피임기구 착용 장려를 위해 '콘돔 혁명' 캠페인을 시작했고, '콘돔 혁명' 본부는 20만 달러를 들여 콘돔 수백만 개를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까지도 콘돔 광고에 등장하며 성교육과 피임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미국을 보며 <조선일보>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저는 그런 광경을 보며 "낯뜨겁다"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다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용인하는 대담한 용기와 여유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성매매 많은 대한민국, '오바마 콘돔'이 부럽다 <개그콘서트>에서 '동혁이 형'으로 나와 시원한 사회풍자로 인기를 끈 장동혁은 "낮이고 밤이고 낯 뜨거워서 고개를 못 들고 다니겠어"라며 "죄다 사채 아니면 비뇨기과" 광고인 길거리 유해광고물들과 00방 전단 광고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함께 사는 주택가나, 지하철, 버스 정류장에서 버젓이 나뒹구는 낯뜨거운 광고가 문제라는 것이죠. "조기교육 열풍이라더니 성교육까지 조기교육 하는 거냐"며 열변을 토한 장동혁.
우리의 현실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솔직하게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그의 태도가 자극적인 문구와 선정적인 내용에만 초점을 맞춰 규제의 목소리를 높인 어느 신문보다 훨씬 멋지고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느낌인가요?
하지만 이 기사를 전한 한 포털 사이트의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2569명이 추천한 김광석 님의 댓글은 "무분별하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버스 광고는 규제해야겠지만, '콘돔 광고'는 낯 뜨거운 광고라고 정의를 내리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 지적합니다. 콘돔 광고가 낯 뜨거운가?
성교육이 학교 교육에서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TV 등에서도 피임교육의 내용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외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TV나 공중파에서 콘돔 광고를 접할 수 없습니다. 그 기사처럼 콘돔을 '낯 뜨거운' 것으로 여기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어서 인터넷에서는 청소년에게 해가 되는 '유해정보'로 규정해 검색조차 할 수 없게 막아놓고 있죠.
하지만 그렇게 성에 대해 보수적인 우리나라가 성인 음란물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정욕의 나라'라는 걸 <조선일보>는 알고 있을까요? 어쩌면 이번 광고는 성교육도 제대로 안 하고 성에 대해 쉬쉬하면서도 포르노와 성매매 등은 어느 나라보다 활성화돼 있는 우리나라의 틈새를 일본 업체가 파고든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조선일보>가 콘돔 광고만 문제 삼은 건 아닙니다. 신문은 대중 노출 빈도가 높은 버스 광고에도 심의와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잣대로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미국 뉴욕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이름을 내걸고 콘돔을 판매하기도 합니다. '오바마 콘돔'으로 검색하면 이색적이라며 구매해보았다는 뉴요커들의 인증사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죠.
▲ 오바마 콘돔미국에서 판매중인 오바마 콘돔들 ⓒ www.obamacondoms.com
환한 표정의 오바마를 배경으로 한 콘돔 표지에는 "올바른 판단으로 사용하세요" "희망만으로 예방할 수 없습니다" 등의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미국은 성교육과 피임교육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아 작년에 워싱턴 보건국이 피임기구 착용 장려를 위해 '콘돔 혁명' 캠페인을 시작했고, '콘돔 혁명' 본부는 20만 달러를 들여 콘돔 수백만 개를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까지도 콘돔 광고에 등장하며 성교육과 피임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미국을 보며 <조선일보>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저는 그런 광경을 보며 "낯뜨겁다"거나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다만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성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용인하는 대담한 용기와 여유가 부러울 따름입니다. 성매매 많은 대한민국, '오바마 콘돔'이 부럽다 <개그콘서트>에서 '동혁이 형'으로 나와 시원한 사회풍자로 인기를 끈 장동혁은 "낮이고 밤이고 낯 뜨거워서 고개를 못 들고 다니겠어"라며 "죄다 사채 아니면 비뇨기과" 광고인 길거리 유해광고물들과 00방 전단 광고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 개그콘서트의 장동혁.길거리 유해광고를 비판한 개그콘서트의 '동혁이 형' 화면 캡쳐. ⓒ KBS
아이들이 함께 사는 주택가나, 지하철, 버스 정류장에서 버젓이 나뒹구는 낯뜨거운 광고가 문제라는 것이죠. "조기교육 열풍이라더니 성교육까지 조기교육 하는 거냐"며 열변을 토한 장동혁.
우리의 현실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솔직하게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는 그의 태도가 자극적인 문구와 선정적인 내용에만 초점을 맞춰 규제의 목소리를 높인 어느 신문보다 훨씬 멋지고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저만의 느낌인가요?
덧붙이는 글
이수열 기자는 '낙태 예방을 위한 성교육' 운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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