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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하루종일 모내기, 저 이렇게 됐어요

등록|2011.05.29 14:21 수정|2011.05.29 14:29
토요일(28일) 우리 집도 모내기를 했다. 금요일 저녁 늦게까지 모를 낼 논에다 부려놓은 모판을 다시 논두렁에다 일일이 꺼내 건져놓은 뒤, 토요일 아침부터 동네 아저씨의 이양기를 이용해 모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 논은 얼마되지 않고 남의 논이 더 많다. 그래서 어머니는 왜 아버지가 남의 논까지 농삿일을 하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돈은 돈대로 쓰냐며 타박을 하신다.

 남의 논을 붙여 먹는다고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올해까지만 남의 논농사를 하기로 했다는데, 그 약속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 지난 금요일 저녁 모내기를 위해 다시 모판을 건져내야 했다. ⓒ 이장연




▲ 토요일 아침 모내기를 해야 할 논이 멀리 보인다. ⓒ 이장연





평생 고향 땅을 지켜온게 유일한 자랑거리인 가난한 촌부에게는 남의 논이라도 놀리는게 맘에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나이드신 부모가 고생스럽게 논일을 하는 것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장정 둘이 붙어 일을 해도 벅찬 게 모내기이기 때문이다.

옛날처럼 소와 쟁기를 이용해 써래질(논갈이)을 하고, 일일이 손모를 내던 때와는 많이 편해졌지만, 트랙터-이양기를 이용한 논농사도 이만저만 고달픈게 아니다. 물갈이를 하던 트랙터가 수렁에 빠져 고장나 굴착기까지 불러야 했고, 이양기도 수렁에 빠지기 일쑤다.

▲ 이양기를 이용해 모를 냈다. ⓒ 이장연




▲ 정작 우리 논은 손바닥만한 것 뿐이다. 나머지는 남의 논 ⓒ 이장연




그래서 굳이 남의 논농사를 대신 해 줄 필요가 없음에도 촌부의 고집은 쉽게 꺽이지 않는다. 모를 다 낸다고 해도 일이 끝나는게 아니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논에 물이 얼마나 찼는지 빠지는지 살펴 논물을 대줘야 하고, 이양기가 빼먹은 데는 일일이 손모로 기워야 한다.

이 때문에 이양기로 모를 낸 뒤 수렁이 있는 논에 직접 들어가 손모를 내야했다. 허벅지까지 푹푹 빠졌지만, 아버지는 풀이 나니까 어쩔 수 없이 모를 심어야 한다 하신다.

여하간 그렇게 모내기를 끝내고 나니, 평생 이 일을 하고 있는 농부들이 새삼 존경스러웠는데, 이처럼 퇴약볕 아래서 고생을 해도 농부들의 피땀을 알아주는 세상이 아니라서 더욱 씁쓸했다.

그렇게 하루종일 논두렁을 뛰어다니고 모판을 나르고 논두렁을 삽질했더니, 집에 돌아온 뒤 그대로 녹다운이 되고 말았다. 구멍난 장화 꼴처럼 말이다.
 

▲ 모내기는 점심을 먹고 난뒤 한낮에도 계속됐다. ⓒ 이장연




▲ 구멍나 물이 스며든 짝짝이 장화처럼 농부들의 삶은 고달프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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