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정부, 최대 3년 동안 저축은행 부실 은폐"

[스팟 인터뷰] '저축은행 국정조사' 벼르는 박선숙 민주당 의원

등록|2011.05.29 20:28 수정|2011.05.30 15:01

▲ 박선숙 민주당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박선숙 민주당 의원이 "부실 저축은행에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하고 준비하고서도 G20 때문에 미뤘다는 의혹이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역할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29일 <오마이뉴스>와 스팟인터뷰를 통해 "은 전 위원은 때로는 저축은행 쪽 민원을 해결하는 브로커 역할을 하고, 때로는 (청와대의) 정책적 판단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높다"며 의혹의 중심인물로 은 전 위원을 지목했다.

작년 5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결과가 보고된 감사의 종료 시점이 6월 말로 미뤄지고 감사결과 보고서도 그 후 6개월 동안 공개되지 않는 등의 "의도적인 시간 끌기"에 은 전 위원이 개입했는지가 규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은 전 위원은 이명박 대선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지내고 BBK 사건에서 이명박 후보 변호인, 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4대강 사업 감사 때는 주심을 맡아 감사를 고의로 지연시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은 전 위원은 부산저축은행 감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날 검찰에 출두했다가 30일 새벽 긴급 체포됐다.

박 의원은 또 "청와대는 '지난해 5월 대통령이 당시 김황식 감사원장에게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보고를 받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전수 조사를 지시했다'고 했지만 금감원이 시행하지 않은 점을 볼 때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대통령이 실제 어떤 지시를 했기에 저축은행 부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지 국정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의 박 의원은 PF 대출 등급 분류와 관련 금융감독원의 잘못된 정책 판단과 자산관리공사(캠코)의 부실채권 고가매입이 저축은행 부실규모를 키웠다는 점을 처음으로 지적하는 등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벼르고 있다.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했기에... 국정조사 통해 밝혀야"

- 지금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불러온 가장 큰 원인은 뭐라고 생각하나.
"정부의 정책 실패와 감독·규제의 공백이다. 문제가 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액이 2007년 하반기 들어 10조 원이 넘어섰다. 그때 이미 감사원이 감사를 시행했고 부실 방지 대책을 내놨다. 2008년부터 저축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더 적립하게 하고 사업 진행 속도에 따라 사업성 평가를 하도록 하는 등 규제 강화 조처를 하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는 2010년까지 규제 강화를 3년간 유예하면서 규제 공백을 만들어 냈다."

-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 등 구조조정에 빠르게 나섰어야 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2008년 11월 정부는 PF 대출에 대한 전수 조사를 했고 이미 부실 문제를 인지했다. 당시 정부는 부실 채권을 인수하겠다며 5조 원의 공적자금 투입에 대한 국회 동의를 받아갔다. 이미 그때 그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으니까 근본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었다. 하지만 정부는 공적 자금 투입을 검토할 만큼 부실 징후가 심각했음에도 규제 강화를 유예하는 앞뒤 안 맞는 모습을 보였다. 최대 3년간 저축은행 부실을 은폐한 셈이다."

- 정부가 문제를 알면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는 뭐라고 보나.
"결국 부동산 경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책에 금융 정책이 종속됐고 때문에 규제와 감독에 공백이 생겼다. 부동산 경기가 타격받더라도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을 도려내고 규제를 강화했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물론 쉽지 않은 판단이었겠지만 2008년부터 정부가 독하게 결심을 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부산저축은행 계열사의 도덕적 해이도 그 시점부터 급속도로 심해졌다. 부산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부실 저축은행 2개 떠안는 대가로 3년간 검사 유예조치를 해줬고 결국 부패와 비리의 판을 깔아 준 셈이 됐다. 또 다른 저축은행들에도 정부가 이대로 (부실을) 끌어안고 가기로 했다는 신호를 준 것도 문제였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임명장 받는 은진수 위원부산저축은행 비리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은진수 감사원 감사위원이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2009년 2월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는 은 위원. ⓒ 연합뉴스



- 부산저축은행에게 감사 무마 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오늘 검찰에 출두했는데.
"규제 공백과 함께 저축은행들이 이 정부 출신 인사들을 다 모셔간 것도 문제였다. 부산저축은행 관련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감사원이 부산저축은행 포함해 1차로 4개, 2차로 5개 저축은행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 최소 9개다. 그 9개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모두 감사 무마 청탁이나 로비가 들어갔을 것으로 생각한다. 어떤 저축은행이든 집중 조사 대상이 되면 문제가 드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서 조사를 피하려 여러 수단이 동원됐을 것으로 본다."

"작년 5월 MB '전수조사 지시'는 거짓, 실제 어떤 지시 했는지 밝혀내야"

-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여야 모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전 정부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등 동상이몽인 것 같다.
"지난번 청문회에서 여당 의원들은 저축은행 사태가 전 정부 탓이라는 이야기만 고장이 난 녹음기처럼 반복했다. 그런 청문회 같은 국정조사는 필요 없다. 우선 여야 동수로 국정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국정조사도 당장 해야 한다. 대통령이 검찰에 성역 없는 수사를 당부했다. 그래서 여당은 검찰 수사가 끝난 다음에 하자는 견해지만 검찰의 성역없는 수사를 강제하기 위해서라도 국정조사를 동시에 해야 한다. 검찰이 정치권의 중수부 폐지 움직임을 막기 위해 실력을 발휘해보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이번 사건이 조직적·구조적·권력적인 성격을 가질 때 검찰 수사가 어디까지 미칠지 장담할 수 없다."

- 국정조사에서 밝혀야 하는 핵심은?
"2008년 이후 3년 동안 5조 원 공적자금 투입을 누가 막았나, 규제를 유예하기로 한 배경은 뭐였나, 규제와 감독 공백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등이다. 또 작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 김황식 당시 감사원장에게 저축은행 부실에 대한 보고를 받고 '전수조사를 하고 확실한 대비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는데 금감원은 이를 시행하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가 대통령의 지시 사항과 관련해 거짓말을 했다는 이야기다. 당시 대통령이 실제 어떤 지시를 했는지 밝혀내야한다. 추론하기에는 저축은행 문제를 2011년 2월까지 덮게 하는 중요한 지시였을 가능성이 높다.

공적자금 투입을 검토하고 준비하고서도 G20 때문에 미뤘다는 의혹도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은진수 전 위원의 역할도 살펴봐야 한다. 그는 때로는 저축은행 쪽 민원을 해결하는 브로커 역할을 하면서, 때로는 (청와대의) 정책적인 판단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미 작년 5월 대통령에게 결과가 보고된 감사에 대해 종료 시점을 6월 말로 미루고 감사결과보고서도 6개월 동안 내지 않은 것은 의도적인 시간끌기였다는 의구심이 든다. 감사보고서는 감사 끝난 지 1개월 내에 제출하는 게 일반적이다."

▲ 부산저축은행 피해자들이 5월 2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앞에서 저축은행 부실과 사전인출 의혹 등에 대한 대검중수부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감사했더니 오만 군데에서 압력이 들어오더라'고 한 김황식 총리가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나.
"민주당은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안 된다고 할 텐데 일부 여당 의원 중에서도 그 '오만 군데'가 어디인지 밝히라고 요구하는 분들이 있다. 한나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본인들 의도와 상관없이 '오만 군데'를 숨기는 데 도움을 줄 뿐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보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는 지금 PF 대출 중 첫 삽도 못 뜬 게 뭐고 가능성 있는 게 뭔지 다 알고 있다. 정리할 것들은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정부는 '뱅크 런'이 일어나고 시스템 리스크가 생긴다고 하는데 미룬다고 고름이 살이 되지 않는다.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 어렵겠지만 정부는 그런 역할을 하라고 있는 것이다. 또 정부의 잘못된 정책판단으로 국민이 저축은행의 자본건전성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후순위채권을 사들인 만큼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도 필요하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